100세 삶이 축복이 되려면
100세 삶이 축복이 되려면
  • 이화진 기자
  • 승인 2019.03.23 21: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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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의하면 2019년 1월 현재 우리나라 100세 이상 노인 인구는 18,969 명(남 4,404 여 14,565)이다. 이는 주민등록상 수치로 거주가 불분명한 자와 주민등록 抹消로 사망이 확정되지 않는 이들까지 포함된 수치다. 거주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노인을 통계상 인구의 약 20~30 %로 본다면 3,800 ~ 5,700 명가량으로 추정된다(조선일보 9월 보도에 의하면 2018 년 9. 1일 현재 100세 이상 3,800명).  향후 경제성장으로 삶의 질이 나아지고 생명공학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른 의료 기술의 상대적 진전을 감안한다면 100세 이상 노인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60년 말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52.4 세(남 51.1 여 53.7)였다. 2018년 말 평균 수명은 83.1 세(남 80.5 여 85.74)였다. 부처 간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58년이 지나는 동안 30.7 세 연장되었으며 년 단위로 본다면 0.53 세(194일)씩 늘어난 셈이다.

  2018년 말 평균 83세를 기준으로 매년 0.53세 늘어난다고 가정하였을 때 평균 100세에 이르는 데 소요되는 햇수는 32년으로 2050년에 태어나는 아기는 평균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경제가 나아지고 의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실제는 32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5~10년이나 그 이상 단축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전쟁이나 천재지변, 치료 불가능한 신종 질병 등에 의한 사망으로 인구가 크게 감소하지 않는 한 2040~2045년에 출생하는 신생아도 평균 100세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발전의 속도는 가정을 앞지를 수도 있기에 평균 100세에 이르는 해가 2040년 이전으로 당겨질 수도 있다.

  향후 5~6년 이내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는다. 상대적으로 100세에 가깝거나 100세를 넘긴 노인도 급격히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금후 100세를 사는 노인들의 삶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축복(객관적 축복)을 받거나 스스로 축복(주관적 축복)으로 여겨지려면 어떤 조건들이 갖춰져야 할까?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으나 주요한 몇 가지를 살펴본다.

  첫째, 자신의 생활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 혼자 살든 부부 함께 지내든 자녀와 같이 있든 배우자 외에 타인(국가 지원 포함)으로부터의 도움 없이 의식주비, 병원비, 문화비 등을 지출하는 데 지장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을 본인 스스로 갖춰야 한다. 물론 타인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예외도 있다.

  둘째, 난치병으로 고생하지 않아야 한다. 치매(주로 알츠하이머 및 혈관성), 말기 암, 중풍 등 회복 불가능한 병으로 병원(요양병원) 신세를 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질병 중 중증 이상의 치매는 암보다 더 무서운 질환이다. 기억 상실로 지남력(指南力), 판단력, 계산능력을 잃거나 실종된 치매 노인은 배우자나 가족에게 엄청난 상처나 고통을 준다.

  셋째, 두 다리와 척추 관리도 중요하다. 심한 관절염, 척추질환, 골절 등으로 경로당이나 공원 등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까지 걸어갈 수 없는 노인은 인간관계가 단절되기 쉽다.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나 여가활동을 하러 다니지 못한 채 집안에서만 머무는 삶에서 무슨 즐거움을 찾을 것인가. 튼튼한 다리로 버스 두어 코스 정도의 거리는 걸을 수 있으며 주거지에서 경로당, 동네 부근 시장, 병원, 목욕탕, 이발소 등을 가는데 5~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는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넷째, 심한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관리가 필요하다. 90~100세를 전후할 나이에 이르면 배우자나 비슷한 연령대에 있는 많은 지인들이 삶을 마감한다. 할머니들이 할아버지에 비해 6~7년 더 생존하는 가정이 많지만 배우자나 친지가 사별하게 되면 상실감에서 오는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노인이 있다. 또한 無爲, 빈곤, 병고, 등에서 올 수 있는 우울증도 정도가 심해지면 되면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

  다섯째, 유교의 오복 중 한 가지인 ‘유호덕’의 실천이다. 건강한 부자 노인으로 가난한 친지나 이웃에게 선을 베풀 줄 모르면 어떻게 될까? 또한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예금, 주식, 부동산의 은닉 등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행동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다면 축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여섯째, 평생학습 차원에서 늘 공부하여 깨어 있는 노인이라야 할 것이다. 불과 5~6개월 이내의 주기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이 생성되고 있어 1~2년 후의 미래조차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노인이라 해서 시대 흐름이나 분위기에 너무 둔감하게 되면 젊은이들과의 공감이나 소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곱째, 자녀를 비롯한 아랫대의 무사함이다. 경제적 여유를 가진 건강한 100세 전후의 노인일지라도 아래 세대를 사고나 질병으로 먼저 보낼 수도 있다. 또한 자식이나 손주가 난치병에 걸려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가정에서 돌봐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나 조부모가 어찌 축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100세의 삶이 타에 의해 축복받거나 스스로 축복으로 느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도 중요하지만 축복의 객관성과 주관성을 간과할 수도 없다. 다섯째와 여섯째 조건은 객관적 축복의 성격이 강하며 일곱째 조건은 주관적 축복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100세를 살고 있거나 살다 떠난 이의 삶을 축복으로 여길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평가는 생존 시에도 할 수 있겠지만 유명인사일수록 사후에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위에 언급된 여러 조건들을 모두 갖추다 삶을 마감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대다수 지인들로부터 ‘진정 이웃이나 사회를 위해 잘 살았다’라는 평가를 받고 떠난다면 축복받은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