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 화원읍에서 가장 큰 동네는 천내리다. 천내천 안쪽에 형성된 마을이라는 뜻의 천내리는 17리까지 있다. 그 중에서도 천내 1. 2리가 화원읍의 중심가로 행정복지센터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초등학교, 그리고 전통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새롭게 조성된 골목이 있는데 그 길이 일명 '마음 놓길', '안심 길'이다.
예전에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어른들에겐 쉼터로 이웃과 정이 오가던 곳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골목도 많이 바뀌었다. 두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길은 주변 환경이 어둡고 열악한데다 쓰레기가 있어도 밟고 다녔지 치울 생각을 하지 않아 지저분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고 인근에 시장이 있고 학교가 있어도 둘러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골목이 낮에는 물론이고 밤에도 걷고 싶은 길로 바뀌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밤마다 환하게 꽃이 피고 안심하게 걸을 수 있는 ‘마음 놓길’, '안심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인구감소, 주거환경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물리적·사회적으로 재활성화 시키는 사업이다. 천내 1, 2리는 다른 곳에 비해 아파트가 없어 인구유입이 적을 뿐 아니라 대구교도소로 인해 도시의 활력을 잃은 지역이었는데 2019년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는 사업에 “1,000년의 화원, 다시 꽃피다”로 선정되면서 도심지역의 활력을 도모하게 되었다. 우선사업으로 주민들이 이 골목을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범죄예방설계기법을 지칭하는 CPTED형 꽃말 골목길 조성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주민들과 함께 골목을 청소하고 담벼락의 지저분한 것들을 긁어내고 페인트를 칠한 뒤 꽃동산이라는 화원의 이름에 걸맞게 꽃으로 꾸몄다.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백만 송이 장미’, ‘일편단심 민들레야’,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의 꽃과 관련된 아름다운 노래가사의 일부와 히아신스의 겸손한 사랑, 작약의 수줍음, 백양꽃의 진한 미소, 동백의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프리지아의 순결 및 천진난만 등, 30여 종류 이상의 꽃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꽃말을 알아가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 있는 골목으로 바뀌었다.
주민 서혜경(63)님은 “골목이 깨끗해지니까 신경이 쓰입니다. 왜냐하면 깨끗하면 할수록 더 깨끗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이 없어도 일부러 골목에 나와 휴지가 있는지 살펴보게 되더군요. 골목을 변화시키는데 한 몫을 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고 했고,
이계선(60)님은 “우리 동네가 아름답게 발전해 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전엔 가로등이 있었지만 어두컴컴하고 희미해 무서웠고 2층 거실에서 이 골목을 내려다보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틈만 나면 골목을 내려다보게 됩니다”고 했다.
학생들도 수업을 마치고 이 골목으로 귀가하니 그야말로 ‘마음 놓길’, ‘안심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