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옹당 성철 스님을 친견하다 (상)
퇴옹당 성철 스님을 친견하다 (상)
  • 김정호 기자
  • 승인 2021.12.16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인사 백련암을 참배하다
허한 마음 달래 줄 큰 스님

첫눈이 온다는 소설小雪을 지나고 대설大雪이 가까운 날 일요일 아침, 갑자기 해인사 백련암을 참배하고 싶어졌다. 생각하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기는 버릇이 또 도지고 말았다.

무엇에 마음이 허해졌는가. 100도 채 살지 못할 인생사, 백 가지, 천 가지 근심 번뇌에 쌓여 살아가다 보니 때로는 큰 스님 존상이라도 뵈어야 마음이 진정될 것 같다. 언제나 고분고분 따라와 주는 옆지기를 재촉하여 장도에 오른다.

붉은 단풍이 들면 온통 계곡물까지 붉게 물든다는 홍류동 계곡에는 단풍잎도 다 떨어지고, 갈수기에 흐르는 계곡물마저 적게 흐른다. 쓸쓸하다.

사실 몇 주 전에도 백련암을 참배하려다 자만심에 그러려니 하고 갔다가 길을 잘못 찾아 해인사 본당 부처님만 참배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해인사 일주문을 지나 안내원에게 물어 길을 확인하고 백련암 방향으로 차를 재촉해 간다. 희랑대를 지나 드디어 백련암이다. 전에도 몇 차례 참배를 온 적이 있으므로 낯설지는 않다.

백련암 사립문. 김정호 기자
백련암 사립문. 김정호 기자

백련암 사립문이 정겹다. 대웅전인 적광전을 향해 간단한 반배를 올리고 지체 없이 고심원으로 향한다.

백련암 적광전. 김정호 기자
백련암 적광전. 김정호 기자

초겨울 날씨에 참배객이 끊어진 고심원은 한적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돈다.

고심원 전경. 김정호 기자
고심원 전경. 김정호 기자

고심원 높은 연화좌대 위에 퇴옹당 성철 스님 등신 존상이 아래를 내려다 보고 계신다.

퇴옹당 성철 큰 스님 존상. 김정호 기자
퇴옹당 성철 큰 스님 존상. 김정호 기자

스님 살아생전에는 3,000배를 올려야 겨우 참배를 허락하셨던 가야산 호랑이 스님이시다. 그러나 오늘은 삼배로 스님을 뵙는다. 삼배만을 올리는 이유는 이제 나도, 아내도 노령의 나이에 옛날 같이 108배 마저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좌복 위에 앉아 고요를 향한 참선에 들어간다.

큰 스님 열반식. 김정호 기자
큰 스님 열반식. 김정호 기자

스님 존상 곁에는 큰 스님 열반에 드실 때의 기록 그림이 장엄하게 걸려있다.

고심원을 나서니 백련암 마당에 거대한 자연석 한 덩이와 몇 백도 더 되었을 고목 한 그루가 주위를 압도한다.

백련암 거대 자연석. 김정호 기자
백련암 거대 자연석. 김정호 기자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내친 김에 스님의 큰 발자취를 다시 더듬어 보고 싶어졌다. 지체 없이 경남 산청 땅 겁외사로 향한다. 겁외사는 스님의 출가 전에 사셨던 생가가 있는 사찰이다. 백련암에서 겁외사까지 200여리가 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