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귀농한 야간 명예 면장 하용석 씨
고향으로 귀농한 야간 명예 면장 하용석 씨
  • 유무근 기자
  • 승인 2021.11.01 12:05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5년 공직생활 마치고 돌아온 효자 공무원
포도 샤인 머스캣 재배 부농 꿈 실어
야간 면장 수식어가 따르는 하용석씨 부부는  동절기 외에는 사이머스켓 포도 농장에서 15시간 이상 포도와 담소를 나누며 정성을 솥고 있다 <유무근 기자> 

 

황소, 효자, 야간 면장 등 수식어가 많아 하 박사로 불리는 농민이 있다. 그는 1982년부터 공무원으로 2016년 12월 30일까지 지천면사무소에서 35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직했다.

1956년생, 65세로 사형제의 둘째로 태어나 부모를 모시고 공무원을 하니 형과 동생들도 안심하고 사업을 해서 나름대로 성공했으니 주변에서 칭찬이 많았고, 효자 공무원으로 정평이 나 있었던, 지천면 창평리 유지 하용석 씨의 귀농 체험과 지역 발전의 구상을, 야간 면장 수식어가 붙은 그 사연을 들어 본다.

- 농사 종류와 규모를 말씀해 주세요

▶ 퇴직 후 농사를 바로 시작했습니다. 3천여 평 농사를 우리 집사람이 과 비닐하우스에 참외 농사를 지었습니다.

벼농사를 2천 평 짓고 샤인 머스캣 포도를 1천 200평 비닐하우스에 500주를 심었습니다.

포도는 2020년 3월 28일 주당 4천 원에 묘목을 사서 심고 올해 약 4천 송이를 달아서 2kg들이 1천300상자를 수확했습니다.

‘샤인 머스캣’의 수명이 접목은 30년, 꺾꽂이는 15년에서 20년 정도 갑니다. 작년에 심은 나무는 1년생 묘목인데 내년부터는 한 주당 스무 송이를 볼 때 90%로 예상하면 약 8천 송이는 수확할 것 같습니다.

벼농사는 모두 기계로 짓기 때문에 큰 수익은 안 납니다. 근래 쌀값이 올라서 200평당 약 5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납니다. 고추 농사도 조금 하고 있고요.

참외 딸기 고추 위주로 경작했던 하우스가 사인 머스켓 특화 농작물로 전환하고  그동안 아내의 노고를 고마워하는 듯 주택을 바라보는 하용석 씨 <유무근 기자>

 

- 공무원 시절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 제 별명이 야간 면장이었죠.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고 야간에도 민원을 처리하고 봉사하니 당시 면장께서 지어준 별명입니다. 지천면에는 하용석 야간 면장한테 가면 전부 다 해결된다고 소문이 났죠.

산불, 화재 등 비상시에도 제일 먼저 현장에 가서 지휘하고 인원동원, 119 협조, 면장과의 보고체계 등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하니 야간 면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 같습니다.

또 어른들을 공경하고 특히 6.25 참전용사회, 각 경로당 등에 다니면서 안부도 묻고 이장과 상의해서 민원도 해결하고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황소, 야간 면장, 효자 공무원 등 오성 장군이라고는 말도 들었는데 제가 여기서 태어나서 자라고 공무원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우리 면민을 어머니 모시듯이 하였던 것 같습니다.

◆ 국가 유공자 집안

- 자녀와 아버님 소개를 좀 해주세요

▶ 자식은 아들만 둘입니다. 하나는 안동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나와서 현재 무역회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 녀석은 서울대학교를 나와서 포스코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올해 포스코 중국 주재원으로 나가 있습니다.

▶ 6.25 참전 유공 수훈자로서 지역에서 마지막 생존자였습니다.

2021년 4월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귀한 집 아들로 태어나서 유복하게 자랐죠. 당시 계성중학교에 다니셨고, 할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이후에 결혼했습니다.

6·25전쟁 때 학도병으로 입대하여, 아버지는 이틀간만 사격 교육을 받고 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3년 내내 전쟁을 치르고 상사로 전역을 했습니다. 전역 후 마을 이장으로 24년간 봉사하신 분입니다.

분대장 시절에 화천전투와 압록강 전투에서 1개분대로 북한군 1개 대대와 전투를 벌여 거의 전멸을 시키는 전과를 올려 6.25 참전 무공수훈자로 국방부 명단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천면에 무공수훈자가 네 사람이 있었는데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다 돌아가시고 지금은 6.25 참전 유공 수훈자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정직’을 가훈으로 삼았죠. 정직하게만 살면 절대 남한테 손가락질 안 받고 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식들 공부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삼촌들이 모두 최고 학부 마치고 훌륭한 사회 역군이 되었습니다.

- 생활신조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 성실과 정직입니다. 정직하고 성실해야 자신이 있고 남한테 부끄럽지 않은 생활을 할 수가 있습니다.

- 공직을 떠난 지 5년이 되었습니다만 지역의 안테나로서 지천면 현황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지천면은 가지 지(枝)자, 내 천(川)자입니다. 낙산리, 영오리, 오산리 창평리 심천리 백운리 황학리 등 마을이 가지처럼 연결되어 골짜기를 들어가면 나가는 도로가 없어 다시 돌아 나와야 하고 천(川)가 많아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오지였습니다. 지금도 오지 마을이라 하여 군수와의 대화에서 지천면 황학리를 찾습니다. 경북도에서도 지천면은 86 km2로 넓은 면적에 속합니다. 저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고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지천면에서 어떤 사회공헌 활동을 하셨는지요.

▶ 2016년부터는 칠곡군 지천면 농촌지도자회 사무국장을 했습니다. 농촌지도자회는 그야말로 농업에 종사하면서 각 마을에서 지도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군에는 농업인이 적어 4H나 농촌지도자 회원 수도 적은데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이웃 성주군이나 고령군, 상주, 문경 등은 거의 4H 회원들과 농촌지도자회원들이 그 지역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 현재 저는 ‘칠곡군 4H 본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4H 후배 회원 양성과 청년 농업인들이 4H에 가입하여 농업기술과 정보도 가르쳐주고 이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생활 개선이나 농업기술 정보 습득에 좋은 계기가 되기 때문에 4H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 청년협의회, 청맥회 활동을 했고요. 특히 4H 운동을 오래 했습니다.

현재 칠곡 4H 본부 회원은 20명입니다. 우리 후원회는 자신들이 회비를 내서 4H 회원들을 돕고 과제 활동이나 경진대회 때 자금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공직생활을 할 때는 교육문화회관과 경로당, 학교나 노인들을 위해서 여러 공연도 유치한 실적이 있습니다.

- 지천면의 현안과 발전 방향을 말씀해 주십시오.

▶ 지천면은 그린벨트가 지역의 4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역 발전의 저해 요소가 되어 있고 그로 인한 주민들의 갈등이 아직도 굉장히 심합니다.

농촌은 지금 노령화가 심각합니다. 대구와 왜관 인근에서 일부 도시 생활권에 속해 있습니다. 교통이 원활하여 도시 쪽으로 유출되니까 소재지의 경제나 농협 같은 분야의 발전에 저해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지역에 발전협의회도 있고 새마을 단체, 청년단체의 모든 지역주민이 지천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면에 오는 면장님과 또 군수님을 통해서 많은 의견을 제시해서 국비를 지원받아 옛날보다는 살기 좋은 지천이 돼 있습니다.

앞으로는 교통 편의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구는 적고 대중교통은 빈 차가 왔다 갔다 하니까 증차를 더 할 형편도 못 되고 차량 지원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가 봐요. 차가 없는 노인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그래도 오지 마을에는 군수께서 증차를 해줘서 하루에 두세 번 정도는 셔틀버스가 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보다는 지천면이 대구 인근에 있으면서 버스를 이용하기도 좋습니다.

◆ 인구 유출을 막아야!

- 지천면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요.

▶ 첫째는 우리 지역에서 인구 유출을 막아야 합니다. 학생들이 전학을 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젊은 청년들이 애들 공부시키려고 생활은 지역에서 하면서 아이들은 도시 학군으로 빠져나가다 보면 면 소재지 초등학교는 폐교 위기에 놓일 정도로 학생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나마 ‘경북 기계 명장 고등학교’가 들어서고 많은 발전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아직은 학생들이 대구 등지로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주거시설이 아파트라든지 대규모 연립주택이라도 지어서 젊은 사람들이 여기서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두 번째, 도로망은 어느 정도 구축이 돼 있으므로 관광 개발을 해야 합니다. 낙화담 주변 경관과 시설을 연계해서 석적, 가산으로 연결되는 관광벨트를 만들면 지역을 찾는 외지인도 늘고 관광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청년 농업인들을 많이 육성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지역에 일자리가 있고 또 농사를 기술적으로 지원을 해서 일자리를 만들면 귀농을 하는 그런 지역이 돼야 발전이 됩니다.

귀농하는 청년 농업인들을 많이 지원해야 농촌이 활성화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북 칠곡군 6.25 참전 무공수훈자 마지막 생존자 2021년 4월 하재근 님의 문패 <유무근 기자>

 

◆ 선출직 단체장 출마

- 출마 권유도 있을 텐데요?

▶ 현재 4H 회 출신 군수도 몇 명 있고 농촌지도자회 출신 군수, 지방의원도 농협 조합장도 많습니다.

제가 35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지역민들을 위해 많은 봉사를 해왔고 지금도 단체 활동으로 봉사를 하고 있으나, 지방의원이나 조합장 같은 선출직에 한때는 생각을 고려했으나, 오래전에 출마할 의사를 접었습니다.

우리 4H와 농촌지도자회 회원을 확보하여 회의를 활성화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서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면서 농사를 열심히 짓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 샤인 머스켓 부농을 꿈꾼다.

- 농촌에서의 일과를 소개해 주십시오.

▶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들을 한 바퀴 돌면서 그날 계획을 구상합니다. 7시 반 정도 돼서 들어와서 8시까지 아침을 먹고 또 들로 나갑니다. 12시까지 일하는데 혹서기에는 일찍 일하고 오후 3시까지는 휴식을 취합니다. 아내의 노고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후 3시에 다시 들에 나가면 중간에 새참도 먹지만 여름에는 저녁 8시까지는 일을 하는 패턴이죠. 거의 포도나무와 같이 살고 벼농사는 짬짬이 짓는 편입니다.

2020년 3월에 영천에서 포도 묘목을 250주 정도 구하고 김천에서 150주, 과천에 있는 미림종묘에서 80주, 그래서 1,200평에 샤인 머스캣 480주를 심어 올해 1년 차에 4천 송이를 달았으니 아랫동네에서 포두나무를 30년간 재배하는 사람도 와보고 깜짝 놀랐어요.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학교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강의를 듣습니다. 선진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거름 주어 가꾸기, 육묘 관리, 포도 손질, 시비 방법, 비료 만드는 방법 같은 것을 전부 실습과 현지 교육을 통해서 배웁니다.

- 향후 계획을 밝혀 주십시오.

▶ 내일 죽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속담이 있듯이, 사람이 일거리가 없으면 정신적으로도 나태해지므로 부부가 할 수 있는 평수로 사인 머스겟 포도 농사로 전념할까 합니다.

자식한테 아프다고 부담 안 주고 오히려 손자들한테 돈을 줄 수 있게 즐겁게 취미 삼아 경작하려고 하는데 하다 보니 농사일이 되곤 합니다.

일할 수 있을 때까지 특화 작물 농사를 짓겠습니다.

하용석씨 아내가 재배 농장 앞에서 사인 머스켓 송이를 들고 밝게 웃고 있다  <유무근 기자>

 

- 후배와 귀농 희망자들한테 권하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귀농 청년들이 들어와서 첫째는 소득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심어보니까 샤인 머스켓은 1년 만에 소득이 나옵니다. 물론 딸기도 당연히 나옵니다만 딸기는 시설 재배에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샤인 머스켓은 전국에 너무 많이 생기니까 걱정을 했는데 미국과 중국에 수출이 많이 되므로 앞으로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야간 면장 수식어가 그냥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35년 공직생활에 지역민을 어머니 섬기듯이 한 모범을 바탕으로, 농민의 권익과 소득향상을 위해 4H 그룹 등 여러 협의회 회원의 이름으로 주어진 참신한 수식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