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 고양이 구출작전
F4 고양이 구출작전
  • 권오섭
  • 승인 2021.08.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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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환기구에 어미 고양이와 갓난 새끼 3마리 갇혀
119 출동 구출 중 어미 도주 새끼 아파트 캣맘 밤새 돌봐
환기구에 고양이가 갇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권오섭 기자
환기구에 고양이가 갇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권오섭 기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5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관리직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 아피트 한 동 쥐똥나무 울타리로 둘러 쌓인 환기구 주변을 샅샅이 들러 봐도 고양이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 촘촘하게 설치된 갤러리 창사이로 랜턴을 켜 환기구 안을 들여다보다 깜짝 놀란 직원은, 보고도 믿기는 않은 듯 같이 간 직원에게 방금 본 광경을 설명하고 확인을 요청했다.

환기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매연 등 탁한 공기를 지상으로 배출하기 위하여 지하주차장 상단에는 대형 배기팬과 바로 위에는 지상의 낙엽 등 이물질을 막기 위한 철망이 설치되어 있다.

3㎥ 규모 철망에서 지상까지는 1.2m 높이 수직 콘크리트 직사각형 공간에 폭염으로 실내온도는 40도가 넘는 곳에서 4마리가 갇혀 있었다.

인근 대구북부소방서 노원119안전센터(센터장 정선태)에 도움을 요청하여 출동하였으나 환기구 갤러리 창틀 제거 후에 다시 출동해 구조하겠다고 답했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고양이를 한시라도 빨리 구해야한다는 마음에 창틀을 뜯어내고 고양이를 확인하니 환기구 철망 위에 새끼고양이 1마리, 20cm 위 콘크리트 바닥에 어미와 새끼 고양이 2마리가 힘없이 구조를 기다린 듯 어미고양이는 잔뜩 새끼를 해칠까봐 경계심에 가득 찬 눈빛을 보였다.

119 구조대가 고양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119 구조대가 고양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권오섭 기자

119가 출동하여 장비를 이용 어미고양이부터 그물망으로 지상으로 안전하게 구조하였으나 이동가방(캐리어)으로 옮기는 중 들 고양이 야성이 살아나 쏜살같이 달아났다.

새끼고양이 3마리를 구조하니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겨우 움직이는 갓난 고양이다.

어미는 달아나고 갓난 고양이 3마리는 아파트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연락하여 조언을 구했다. 밤사이 어린 고양이가 족제비 등 유해 동물에게 해를 입을까 집에서 보살피고 낮에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키우는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3㎥, 1.2m 높이 수직 콘크리트 공간과 촘촘하게 짜여진 갤러리 창틀로 구성된 환기구 안에서 어떻게 들어가 새끼를 낳았는지?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없고, 폭염으로 숨 막히는 그곳에서 새 생명을 출산했는지? 의아했다.

구조된 새끼 고양이 3마리. 권오섭 기자
구조된 새끼고양이 3마리. 권오섭 기자

구조 중에 달아난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곳에 다시 찾아오는지 확인했지만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모정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도 바꿀 수도 없다. 하루빨리 어미와 새끼가 어미 품에서 서로 부대끼며 F4로 건강하게 살아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