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키워드] 문 대통령, 5 ·18만큼 6 ·25도 챙겨야....
[시사 키워드] 문 대통령, 5 ·18만큼 6 ·25도 챙겨야....
  • 이배현 기자
  • 승인 2021.06.23 10:1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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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도 5.18과 함께 소중한 우리 역사임
주적개념 명확히 하여 안보를 다잡아야
제71주년 6.25기념식에 대통령 참석바람
2021년 6월 호국보훈의 달 기념 포스터. 국가보훈처
2021년 6월 호국보훈의 달 기념 포스터. 국가보훈처

제71주년 6.25전쟁일이 코앞에 와 있다. 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 무리가 탱크를 앞세우고 조용히 잠든 남한의 새벽을 짓밟고 들어와 온 산하를 피로 물들여 놓은 날이다. 전쟁으로 200만 명의 동포와 15만 명 이상의 우방국 청년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6.25의 노래 첫 구절이다. 노랫말처럼 6.25는 원수들이 대한민국 강토를 짓밟고 자유를 유린한 날이다.

천만 이산가족들은 고령화로 기약 없는 상봉의 꿈을 접어야 할 형편이고 북한에 억류 되어있는 남한 전쟁포로는 잊혀진 얘기가 되고 말았다. 수치스럽고 끔찍한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얼마나 원통하고 처참했으면 ‘의분에 떤 날’이라고 노래하겠는가.

70년이 넘은 지금까지 북한은 한 번도 6.25남침에 대하여 사과를 해본 적이 없다. 반성은커녕 6.25는 북침이고 북에 남겨진 전쟁포로는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무슨 상거래 수단처럼 여기며 대가를 요구하고 체제 선전에 이용해 왔다.

우리의 현재는 참전용사들이 준 선물입니다(6.25기념 포스터) . 국가보훈처
우리의 현재는 6.25참전 용사들이 준 선물입니다. 국가보훈처

더 기가 차고 원통한 일은 따로 있다. 언제부턴가 이 땅에서 6.25 전쟁에 대해 의분을 토로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전용사들은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주위의 눈치를 봐야 할 형편이고, 고통에 시달리다 자유의 품에 안긴 탈북민은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원수를 원수라고 얘기하면 수구꼴통으로 낙인찍히는 세상이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에게 주적(主敵)이 누구냐고 물으면 어물어물 제대로 답을 못하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이고 북한은 조국의 원수다’ 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강산을 짓밟고 동포의 가슴을 칼로 찔러 국토를 피로 물들인 김일성과 북한이 주적이 아니고 원수가 아니라면 누가 원수란 말인가. 이국 만리 남의 땅에 와서 목숨을 잃은 미국인이 주적인가.

사필귀정인가, 해이해진 안보관이 결국 화를 불러오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옥류관 주방장이 남한의 최고 존엄을 똥개 취급하듯 조롱하더니 우리 국민의 혈세로 지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마저 폭파해 버렸다. 강에서 조난으로 위급에 처한 동포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불에 태워지고 수장을 당하는 참사에 북한군 책임자 처벌은 고사하고 사과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

어떤 도발이 이어질지 불안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와 협상은 결과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야당과 보수, 가진 자, 재벌에게는 그렇게 모질게 대하는 정권이 북한 앞에서는 왜 그렇게 약해지는가. 왜 그렇게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는가. 왜 그렇게 비굴한가.

한미정상회담 시 한국전쟁 참전용사 퍼켓 예비역 대령 명예훈장 수역식. 청와대
한미정상회담 시 한국전쟁 참전용사 퍼켓 예비역 대령 명예훈장 수역식. 청와대

지난해 5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5.18 40주년 기념식에서 A4용지 없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영부인과 함께 끝까지 완창했다. 그 결연한 의지를 이번 6.25전쟁일 기념식에서도 보여 주기를 바란다. 대통령께서 작년 6.25전쟁일 기념식에서 보여 준 자신 없이 부른 6.25의 노래가 아닌 5.18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와 같이 당당하고 씩씩하게 6.25의 노래를 불러 주기를 바란다.

다행인 것은 최근에 문 대통령의 안보관이 크게 바뀌는 것 같다는 사실이다. 6.25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지난 21일 방미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한국전쟁 때 중공군에 맞서 활약한 랠프 퍼켓 주니어(94) 퇴역 대령에게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영웅 옆에서 무릎을 꿇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무릎을 꿇고 기념촬영을 한 것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우리의 대통령인가. 문 대통령 만세였다.

정부당국에 간곡히 촉구한다. 이번 6.25전쟁일 기념식에 지난해처럼 대통령께서 꼭 참석하도록 배려해주길 바란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 지도자, 호국용사들이 함께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6.25의 노래'를 불러 주기를 간청한다. 6.25는 남침이고 자유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이라고 똑똑히 말해 달라. 제71주년 6.25전쟁일을 우리의 안보태세를 다잡는 계기로 삼자는 얘기다.

5.18도 중요하고 세월호도 소중하다. 그러나 뭣이 더 중한지를 국민이 알아야 한다. 그것이 위정자가 할 일이다. 망설이지 말라. 국가가 제정한 6.25의 노래 후렴구에 북한은 우리의 원수라는 사실이 분명히 적시되어 있지 않은가.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