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까마귀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까마귀
  • 김종기 기자
  • 승인 2021.05.29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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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분수를 모르는 까마귀가 아닐까

힘센 독수리 한 마리가 날쌔게 내려와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을 낚아채 갔습니다. 까마귀는 이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까마귀는 자기도 흉내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을 노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독수리가 그랬던 것처럼 무서운 속력으로 양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발톱을 양의 어깨 위에 힘 있게 내리꽂고는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양이 무거워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양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양털에 발톱이 감겨 날아오를 수가 없었습니다. 까마귀는 날개를 퍼덕거리며 발톱을 빼려고 있는 힘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까마귀는 결국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양치기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양치기는 까마귀를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까마귀를 어떻게 잡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양치기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글쎄 말이다. 내가 아는 것은, 이놈은 자기가 독수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어"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다른 사람 흉내 내기 좋아하는 사람을 풍자하고 있다.

강은 시냇물보다 큰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바다와 비교해 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우리도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과 비교해 보면 자신이 부족한 것을 발견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예로부터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했다. 소크라테스도 'Gnothi Seauton(너를 알라)'라고 했다. 자신의 분수를 모르면 결국 자신을 잃게 된다. 각자가 분수를 알고 처신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혼자이면서 더불어 사는 존재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언제나 환영받으며 살 수는 없지만 필요한 존재는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이 사회에서 자신을 낮추고 남을 존중하는 겸손한 마음은 최고의 덕목으로 꼽힌다. 겸손한 사람을 좋아하고 겸손하게 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이 있으면 우쭐해지고 자랑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또 잘못한 것이 있을 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변명하고 핑계를 대면서 잘못한 자신을 숨기려는 마음도 있다. 흔히 하는 말로 힘들 때 위축되지 않고 잘나갈 때 오만해지지 않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 마음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그 마음만이라도 다스리면 더불어 사는 존재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얼마나 많은 기자가 있을까? 인터넷 매체가 범람하면서 기자들이 많아졌다. 기자가 되기도 쉽다. 물론 대형 신문사나 방송사 기자는 언론고시라 불릴 만큼 힘들고 혹독한 인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만 간단한 심사를 거치거나 논술과 작문을 보지 않고 미리 써 두었던 글 하나만 제출하고 기자가 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기자가 많은 게 문제는 아니다. 자질이 문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간 기사를 보고 대다수 사람은 "이런 사람도 기자가 되나?"라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사는 문학 작품처럼 읽는 사람이 감동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기자가 기사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벗은 몸을 보여 주는 것과 같다. 자기 글에 만족하는 기자는 없을 것이다. 글이란 평생을 쓰고 또 써도 늘 부족한 것이다. 나도 어쩌다가 기자라는 호칭을 달았지만, 공식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늘 마음이 편하지 않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기자가 될 수는 없다고 한다. 나도 분수를 모르는 까마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