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한 끼의 사랑이 꽃피는 집, 대구 요셉의 집
따뜻한 밥 한 끼의 사랑이 꽃피는 집, 대구 요셉의 집
  • 우남희
  • 승인 2020.12.1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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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태평로 요셉의 집

아침 7시, 줄이 생겼다. 한 끼의 밥을 위해 무려 3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데도 찬바람을 맞으며 줄을 서고 있다. 10시 정각이 되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하나로.

수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주 5일 동안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책임지는 곳이 있다. 중구 태평로에 있는 요셉의 집이다. 이곳에서는 한결같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배고픈 이들의 한 끼를 위해 하루를 시작한다.

기자가 봉사자로 참여한 지난 7일, 7시에 도착해 문 앞에서 발열체크하고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쓰고 바로 배추를 다듬는데 합류했다. 코로나로 봉사자들의 참여를 제한함에도 불구하고 업무협약을 맺은 대구시중구골목해설사 2명을 비롯해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봉사자들 10여 명이 일사불란하게 식사를 준비했다. 이날 메뉴는 두부배춧국과 꽈리고추를 넣고 볶은 멸치, 김치, 부추를 넣고 무친 장아찌였다. 2상자의 꽈리고추 꼭지를 따고, 부추와 파, 양파, 배춧국에 넣을 두부를 각각의 용도에 맞게 적당한 크기로 썰고 김치도 어르신들이 먹기 좋게 썰었다.

270여 인분의 아침을 정해진 시간인 10시에 배부하기 위해 커피 한 잔은 물론이고 한눈 팔 시간조차 없었다.

막바지 손놀림을 하는 봉사자  우남희기자
두부배춧국을 담는 봉사자들 우남희기자

▶아가다 원장수녀님, 요셉의 집을 소개해 주세요

요셉의 집은 법인인 성모자애원의 프로그램으로 1989년부터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고 저는 이곳에서 일을 한 지 1년 정도 되었습니다.

대구시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봉사단체는 48개 정도인데 그들은 대개 독거노인들 위주이지 노숙자들을 위한 단체는 아닙니다. 우리 단체는 시에 보조를 받지 않고 뜻있는 분들의 후원으로 노숙자들을 위해 무료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용불량으로 가정이 해체되어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지요. 코로나로 재난지원금을 받을 때도 주민등록증이 없어 혜택을 받지 못했답니다.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급식인데 노숙자만이 옵니까?

아닙니다. 코로나로 단체 급식을 못하게 되면서 독거어르신들이 여름에는 새벽 4시 반부터 와서 줄을 섭니다. 독거어르신은 시로부터 혜택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밥을 받고 정작 받아야 할 노숙자들은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대부분은 약을 복용하는 자들이고 제 때 잠을 잘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아 새벽녘에야 잠을 자다보니 시간 맞춰 나올 수 없지요. 안타깝지만 저희들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어떤 분은 늦게 와서 벨을 누릅니다. 그때는 남은 밥을 드리기도 하고, 없으면 컵라면이라도 드립니다.

▶어떻게 요셉의 집을 운영하고 있습니까?

직원 1명에 나머지는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요일에 따라 인원수가 다릅니다. 사찰, 교회에서도 급식하기에 봉사자들 또한 분산됩니다. 종교는 달라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나오시는 봉사자들이 모두 천주교인만은 아닙니다. 일을 하시는 분들인데도 봉사에 참여했다가 출근시간이 되면 일하러 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운영은 후원금으로 이루어지는데 혹여 후원금이 안 들어오면 어떡하나 염려하시는 분이 없잖아 있어요. 허나 매일매일 기적이 일어나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후원금이 넉넉할 때는 아무래도 고기가 들어가는 것으로 메뉴가 조금 달라진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수요일과 일요일은 운영하지 않기에 전날인 화요일과 토요일은 평상시보다 컵라면과 초코파이라도 하나씩 더 드립니다.

▶주부들은 끼니때마다 무얼 해 먹을까 고민하는데 식단 짜는 것이 힘들지 않는가요?

밥솥의 크기가 270~280인분 정도입니다. 식단은 기본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식단에 따라 재료를 준비했는데 부식재료가 갑자기 기부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가 조금 난감하긴 했답니다. 신선도를 우선시해야 하니 준비한 것을 놔두고 그 기부 재료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이젠 그런 돌발 상황에도 발 빠르게 대처를 잘합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기부를 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어른을 모시고 사는 맏며느리면서도 직장에 다니는 박정애(65 동구 칠성동)씨는 “도움을 받기보다 도와줄 수 있다는 건 건강하다는 또 다른 말이 아닐까요. 반야월, 경산에서도 봉사하러 오는데 저는 그리 멀지 않아요. 다만 출근으로 매일 올 수는 없는 것이 미안할 따름입니다”라고 했다.

배부시간을 앞두고 검은 봉지에 밥, 국, 반찬과 물을 담는 손길이 더 바쁘다. 식당 안과 밖의 풍경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식당 안은 행여나 시간을 어길까 싶어 긴장감이 도는데 반해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춥고 지루하다는 것을 보지 않아도 안다.

일용할 양식  우남희기자
사랑이 담긴 한 끼의 식사 우남희기자

10시, 수녀님을 비롯한 봉사자들의 사랑이 담긴 도시락을 문 앞에 갖다 놓고 원장 수녀님이 “차례로 하나씩 가져가세요”라는 말을 하시고는 가만히 지켜보고 계셨다. 밀치고 새치기하는 사람 없이 하나씩 가져가는 모습에서 마음이 찡했다. 이 한 끼가 그들의 하루 식사가 아니길 빌어본다.

차례를 기다리는 분들  우남희기자
차례를 기다리는 분들 우남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