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째 목욕봉사와 점심 대접으로 이웃사랑 실천 김인숙 씨
40년 째 목욕봉사와 점심 대접으로 이웃사랑 실천 김인숙 씨
  • 오금희 기자
  • 승인 2019.03.14 11: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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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내 인생의 나침반

 

 

(사진 왼쪽 김인숙 씨) 점심을 드시고 가시는 어르신들의 실버카를 일일이 내어주며 다음달에 만나자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인숙 씨(왼쪽)가 실버카를  내어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봉사는 내 인생의 나침반이죠.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오래전에 하늘나라로 갔을 겁니다.”

수십 년째 장애인 목욕봉사와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이면 관내 취약계층 어르신을 초청해 수십 년째 점심 대접을 해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김인숙(61·대구 동구 신천동) 씨다. 54년째 이곳에 살고 20년째 식당을 운영해오다 보니, 우스갯말로 동네 어느 집 숟가락이 몇 개일지 알 수 있을 만큼 동네 속사정이 훤하다.

이달 9일은 마침 김씨의 가게에서 어르신들에게 점심 대접 하는 날임을 연락받고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 대접을 하는 곳은 동구 신천동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곳으로 얼핏 봐서 내부는 4~5평 남짓, ㄱ자형 테이블 3개와 낡은 주택을 수리해 주방을 만든 허름한 식당이었다.

하지만 “어머니 어서 오이소 지난 한 달간 별일 없었지예? 수술한 다리는 좀 어때요?” “봐라! 많이 좋아 졌데이” 외부에서 바라본 소박한 식당에 비해 찾아오는 어르신을 맞이하는 분주한 몸놀림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난다고 느낄 만큼 예사롭지 않았다.

전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식당으로 들어가니 갓 구운 파래전에 냉이콩가루무침, 순두부찌개에 버섯불고기 등 봄 향기가 진동하는 찬들로 가득했다.

김씨가 어르신들께 점심 대접을 하게 된 동기는 식당에서 남는 반찬을 이웃한 홀몸어르신께 한두 집 나누어 주다, 자신의 가게에서 따뜻한 밥 한 끼로 가족 같은 정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생맥회와 팔공나눔봉사회 총무이기도 한 김 씨다. 오랜 나눔을 지켜본 봉사회에서 지금은 매월 일정액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김 씨가 살짝 귀띔해 주었다.

김씨의 어르신 점심 대접 봉사는 소소한 일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 앞서 시작한 봉사가 장애인 목욕봉사다. 김 씨의 목욕봉사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번듯한 직장은 아니었지만 성실하고 사람 좋다는 지인 말만 믿고 1979년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 얼마 가지 않아 생활고와 남편의 술주정으로 수차례 죽음을 넘나들 만큼 아픈 시절을 겪었지만, 이웃한 지체장애인(앉은뱅이)의 강한 삶의 자세를 보면서 마음이 흩어질 때마다 장애인들 목욕봉사를 나서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40여 년 동안 자신의 손을 거처 간 장애인들 수만도 수 천 명이 되지 않겠느냐” 라며 장애인들의 취향을 미리 알아서 척척해 주다 보니, 김씨의 손이 아니면 목욕봉사를 받지 않겠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그 말이 자신의 삶에 활력이 되어준다고 한다.

“이 보래이 담부터는 음식을 제발 좀 맛 없게 해래이. 그래야 덜 오제.”

맛있는 음식 대접을 받고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는 어르신들의 특유의 방법이다. 김씨는 “돈이 들어도 좋으니 부디 건강만 하셔서 담달에도 꼭 얼굴 봐여” 라며 어르신들이 끌고 온 실버 보행카를 일일이 내주며 활짝 웃는다.

형편이 된다면 아담한 2층 건물을 하나 지어 의지할 곳 없는 어르신들을 한곳에 모셔 콩 한 쪽이라도 나누며 살다 가고픈 것이 소망이라는 김 씨. 모락모락 피어나는 아지랑이보다 따뜻하고 훈훈하다.

어르신들께 맛있는 점심대접, 마지막 사진은 봉사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다음달 점심대접 매뉴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맛있게 점심을 드신다.
어르신들께 맛있는 점심대접, 마지막 사진은 봉사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다음달 점심대접 매뉴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봉사회원들이 다음 달 점심 식단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