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영화 ‘69세’
화제의 영화 ‘69세’
  • 김병두 기자
  • 승인 2020.09.18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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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세 여성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29살 간호조무사 청년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신고하지만 경찰은 치매환자로 매도하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한다. 69세 여성은 피해자가 더 고통을 당하는 현실에 절망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선과 편견을 고발한 영화

영화 ‘69세’는 임선애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연기파 배우인 예수정, 기주봉의 열연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보여준 영화로 성별과 나이를 초월해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과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박남옥상을 수상하였다. 영화 제목 ‘69세’는 중년과 노년의 경계선이기 때문에 정했다고 임 감독은 설명했다.

영화 '69세' 포스터  김병두 기자
영화 '69세' 포스터 김병두 기자

영화가 시작되자 컴컴한 장면이 잠시 계속되고 “수영을 해서 몸매가 좋다”라는 등 짧은 대사만 나온다. 성급한 관객들은 화면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때 화면이 밝아진다. 관객들은 암전이 성폭행 장면임을 이해하게 된다. 69세 효정은 부인과 사별후 서점을 운영하면서 혼자 살고 있는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인 동인의 집에서 동거 생활을 한다. 효정은 오십견 치료를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인 29살 청년 중호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퇴원 후 며칠을 고민하다가 동인에게 성폭행 사실을 말하고 함께 경찰서에 고소하러 간다. 하지만 경찰관은 29살 젊은 청년이 69세의 나이 많은 여성을 성폭행하는 동기가 무엇이냐고 동료 경찰관과 “노인분에게 친절이 과했네”라고 성희롱 농담도 한다. 청년은 성폭행이 아니라 동의하에 관계를 맺었다고 말하자 경찰은 도리어 효정을 치매노인으로 치부한다. 법원도 나이 차를 근거로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면서 청년의 구속영장을 기각한다. 피해자가 성폭행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병원의 간호사들도 효정을 돕기를 거부한다. 분노한 효정은 청년의 약혼녀가 살고 있는 바닷가 펜션으로 찾아가지만 임신한 약혼녀와 그 가족을 보면서 딸을 키운 엄마의 심정으로 폭로하지 못한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가해자 청년은 “자기 인생을 망칠 거냐”라고 폭언을 하자 효정은 “인생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아”라고 일갈한다.

주변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서도 남사친인 동인만이 그녀를 위해 아들인 변호사에게 “억울한 사람이 있을 땐 어떡해서든지 그 억울함을 풀어줘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들도 무관심으로 대한다. 노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효정은 포기할까 생각하다가 다시 용기를 내어 직접 고소장을 작성한다. “심효정. 69세. 전 병원 조무사 이중호에게 성폭행 당했습니다. 제 얘기가 여러 사람을 불쾌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 보는 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봄볕에 눈물도 찬란하게 빛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제 전 어려운 고백을 시작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햇빛으로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라고 쓴 A4용지 수백 장을 치료받던 병원 옥상에서 바람에 날려 보내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였다. 69세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무릅쓰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효정을 보호할 경찰이나 법원은 도리어 나이 든 여성을 무시하고 정신적 학대를 한다. 특히 100세 시대를 맞아 혼자 살고 있는 여성 노인들이 증가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평가는 60∼70년대 산업화를 이룬 노력을 인정해주기보다는 꼰대라는 이름으로 비하하고 편견을 가지고 대한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늙어 가는 것이 순리이고 노년은 엄연히 우리의 미래이다. 노년에도 사랑할 수 있고 성욕이 있고 감정이 있고 희망이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서유석의 노래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를 들어보길 바란다 .

영화 '69세' 포스터  김병두 기자
영화 '69세' 포스터 김병두 기자

69세 효정 역을 연기한 배우 예수정은 1955년 생으로 1979년 연극 ‘고독이라는 이름의 여인’으로 데뷔하였으며,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 석사, 동 대학원 문학 석사, 독일 뮌헨루트비히막시밀리안대학교 대학원 연극학 석사 출신이다. 우리에게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최불암 씨의 어머니 역으로 출연한 탤런트 정애란의 딸이며, 언니인 탤런트 김수옥이 탤런트 한진희와 결혼한 배우 집안이다. 예수정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활동하였으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도둑들, 부산행,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다가 이번에 ‘69세’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다.

홀아비 동인 역을 연기한 배우 기주봉은 1955년생으로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로 많은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였다. 2018년 영화 ‘공작’에서 김정일 역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홍상수 감독의 ‘강변 호텔’로 2018년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죄의식 없는 성폭행범 중호 역을 연기한 배우 김준경은 1990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69세’로 데뷔한 신인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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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원 2020-09-23 08:37:55
효정의 용기에 응원을 보냅니다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방법을 돌이켜 볼수 있는 시간이 될것 같습니다

윤한규 2020-09-22 17:52:02
좋은 글 보고 갑니다^^^

강재구 2020-09-18 11:26:19
이 영화는 어쩌면 세상에 산다면 자기일수도 있고 지인의 일이 될수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나이대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진다는것을 모른다는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자기일이 아니라고 내가족일이 아니라고 먼발치에서 보는 시각으로 접근을 하니 믿지못하고 그런일이 있을수 없다고 단정을 하죠
나이가 들었다고 은근 무시하는 사회적 풍토, 고쳐야할 생각이며 본인도 나이를 먹는다는것을 모르는것은 결코 아닌데 말입니다.
무엇부터 잘못된건지는 모르나 이런일이 실제로 일어날수 있기에 어릴때부터 기본적인 소양교육이 철저히 되고 본인도 자기관리를 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