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극 배우들의 허무한 삶과 사랑을 그린 '패왕별희'
중국 경극 배우들의 허무한 삶과 사랑을 그린 '패왕별희'
  • 김병두 기자
  • 승인 2020.05.21 19: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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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중일전쟁, 국공 내전, 문화대혁명 등 중국의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 살다간 경극 배우인 두지와 시투, 시투를 사랑하는 여인 주샨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

영화 '패왕별희’는 이벽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1993년 천카이거 감독이 연출하고 중국과 홍콩의 인기 배우들인 장국영, 장풍의, 공리가 출연한 영화다. 제4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제51회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여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그러나 중국 역사에 대한 비판으로 중국에서는 상영하지 못하다가 그 후 많은 장면을 삭제하고 상영되었다.

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포스터
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포스터
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포스터
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포스터

술집 여자의 육손이로 태어난 두지는 엄마에 의해 손가락을 절단 당하고 경극단에 맡겨진다. 경극 단원 아이들의 멸시와 천대 속에서 두지는 시투의 보살핌으로 힘든 연습 기간을 이겨낸다. 두지는 "나는 비구니 꽃다운 시절 사부에게 머리를 깎여 나는 본래 계집아이로 사내아이도 아닌데 왜 허리띠를 하고 도포를 걸치게 하는가” 대사를 연습하던 중 “나는 본래 사내아이로 계집아이가 아닌데”로 계속 실수를 한다.

보다 못한 살로는 두지의 입속에 담뱃대를 집어넣자 놀란 두지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우희 역에 몰입하면서 두지는 시투에게 동료애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경극 최고의 배우가 된다. 그러나 시투가 술집 여인 주샨과 결혼을 하자 시투의 사랑이 전부라고 믿었던 두지는 슬픔과 절망으로 부호 유안의 후원을 받으며 아편에 중독되어 간다, 결국 시투는 경극을 그만두고 둘 사이는 멀어진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장개석의 국민당이 집권하자 일본군을 위해 위문공연을 했던 두지는 간첩 혐의로 구속된다.

그 후 국민당이 무너지고 중국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문화대혁명이 시작되고 경극배우들을 비판하는 홍위병들에 의해 길거리에서 두지와 시투, 주샨은 인민재판을 받는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살기 위해 서로의 치부를 고발하고 그 충격으로 주샨은 목을 매고 자살한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패왕과 우희로 다시 만난다. 하지만 우희의 삶이 전부였던 두지는 경극 공연 중 우희처럼 자결을 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두지 역을 연기한 장국영은 우희 역을 여자보다 더 완벽하게 연기하였다. 경극 속에 우희로 살아온 두지가 시투에게 “일생을 같이 하기로 했잖아. 일 년, 한 달, 일분일초라도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건 일생이 아니잖아”라고 애원하던 애절한 눈빛 연기가 관객들의 가슴에 명장면 명대사로 남아있다.

두지 역의 배우 장국영은 1956년생으로 홍콩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영웅본색, 천녀유혼, 아비정전, 패왕별희, 동사서독, 야반거성, 해피투게더, 성월동화, 이도공간 등 많은 영화에 출연하여 사랑을 받았으며 가수로도 활동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초콜릿 광고모델로 활동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생전에 양성애자 루머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2003년 4월 1일 만우절에 홍콩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투신자살로 생을 마쳐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었다.

영화속에서 우희로 분장하는 장국영 스틸 컷
영화속에서 우희로 분장하는 장국영 스틸 컷

시투 역의 장풍의는 1956년생으로 시황제 암살, 적벽대전 1부, 적벽대전 2부, 백록원 등에 주연으로 출연하였으며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배우이다.

주샨 역의 공리는 1965년생으로 1987년 ‘붉은 수수밭’으로 데뷔하여 제4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장예모 감독의 페르소나로 인생, 홍등, 국두, 귀주 이야기 등에 출연하여 고통받고 희생되는 여인의 역을 잘 연기했다. 2000년대 이후 황후화, 5일의 마중. 게이샤의 추억에 출연했다.

천카이거 감독은 1952년생으로 1984년 ‘황토지’연출로 데뷔하여 로카르노 영화제 은표범상과 ‘패왕별희’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중국 영화 5세대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영화를 통해 중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였다. 문화대혁명 때 대중 앞에서 아버지를 모욕했던 아픈 경험을 대열병, 아이들의 왕, 패왕별희에 반영하였다.

"패왕별희"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칸 영화제에서 장국영, 장풍의, 공리
"패왕별희"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칸 영화제에서 장국영, 장풍의, 공리

'패왕별희’는 항우 패왕과 우희의 이별을 그린 경극이다. ‘북경의 연극’이란 경극은 중국 전통극의 종합공연예술로 1790년 건륭 황제 고종의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안후이성의 극단을 중심으로 출발하였다. 경극의 배역은 남자역의 생(生), 여자 역의 旦(단), 성격파 배우 정(淨), 어릿광대 역의 축(丑) 4대 행당으로 이루어진다. 경극 배우들은 배역의 전문화를 위해 평생 하나의 배역을 연기해야 했으며, 경극에는 남자배우들만 설 수 있어서 남자배우가 여성 역을 맡았으나 1949년 이후 여자배우가 출연할 수 있었다.

영화 ‘패왕별희’가 1993년 개봉 후 27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171분 감독판으로 2020년 5월 전국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으니, 장국영을 사랑했던 영화 팬들에게 추억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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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구 2020-05-21 20:59:00
이영화는 부끄러운 중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화로 우여곡절끝에 상영된 영화여서 새삼 고대 중국의 항우와 우희의 사랑과
죽음을 이야기하는것으로 보여집니다.
파란만장했던 중국의 역사적혁명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가치판단의 변화를 겪는것을 볼수있어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좋은영화를 소개시켜주셔서 김병두기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