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사랑의 팥죽 나눔 신봉식 씨
10년째 사랑의 팥죽 나눔 신봉식 씨
  • 오금희 기자
  • 승인 2019.12.24 14: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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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드시고 올 한해 모든 액운물리치고 건강하세요!”

“팥죽 드시고 올 한해 모든 액운 물리치고 건강하세요!”

이달 19일(목)오전 9시가 조금 넘자 대형 가마솥이 달린 대한적십자사 급식차량 한 대가 서구 상중리동 행정복지센터로 들어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두터운 잠바에 모자를 눌러쓴 봉사원들이 급식차량주변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12월 19일 상중리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랑의 동지 팥죽나눔사진 왼쩍에서 두 번 째 신봉식 서구 와룡새마을금고 이사장
12월 19일 상중리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랑의 동지 팥죽나눔사진 왼쩍에서 두 번 째 신봉식 서구 와룡새마을금고 이사장

급식차량이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봉사원들은 식자재 도구를 내리고 대형 솥에 물을 받아 끓이기 시작했다. 준비하는 스케일이 큰 것을 보니 아마도 큰 행사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커다란 사각 쟁반 주위로 빙 둘러선 봉사원들이 펄펄 끊는 물로 하얀 가루를 반죽하고 익반죽 된 것을 조금씩 뜯어 손으로 요리조리 굴리더니 순식간에 팥죽에 넣을 새알심이 쟁반마다 가득가득 쌓였다. 그제서야 동지 팥죽이 생각났다. 이날은 동짓날을 3일 앞두고 상중리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랑의 팥죽 나눔 행사가 있는 날이다.

400인분 새알심
400인분 새알심

이날 10년째 주민들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하며 팥죽 나눔 행사를 해오고 있는 신봉식(이사장 와룡새마을금고) 씨를 만났다. 85세란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정정한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신 이사장은 이날 400여 명의 어르신께 사랑의 팥죽(찹쌀과 맵쌀 50kg, 김치와 요구르트 바나나 등 120만원 상당)을 대접했다.

연꽃연 적십자사봉사원이 함께 동참
연꽃연 적십자사봉사원이 함께 동참

이날 대한적십자사봉사회 대구지사 서구 연꽃연 봉사회원들이 봉사에 함께했다.

친정 아버지를 연상케하는 신 봉식 이사장
친정 아버지를 연상케하는 신 봉식 이사장

동그란 얼굴에 연신 환한 미소를 머금은 신 이사장은 먼저 봉사원들에게 따뜻한 茶로 몸 녹여가며 봉사하라며 다독여 주는 모습이 마치 친정아버지의 모습 같다. 신 이사장의 팥죽 나눔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이사장은 1974년 3월 직원 두 명과 함께 책상 두 개를 놓고 와룡새마을금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주민들이 하나 둘씩 마을금고를 찾아오는 것을 보고 금고도 지역주민을 위해 따뜻한 정을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2010년 이웃에서 대한적십자사 봉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봉사원이자 마을금고 회원의 적극적인 권유와 30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전에 유독 즐겨 드셨던 팥죽을 생각하고, 내 부모님께 팥죽 한 그릇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팥죽나눔을 하게 됐다고 신 이사장은 회고 했다.

대구시 서구 평리동이 고향인 신 이사장은 3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 평리동은 전형적인 농촌 시골마을로 경제적으로는 너나나나 할 것 없이 고만고만해 배부르게 음식을 실컷 먹어본 기억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신 이사장의 팥죽 나눔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팥죽 나눔 행사에 앞서 1977년부터 2019년 올해까지 초 중・고・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학생 수만도 1천 300여 명에 달하며 금액으로는 4억 원이 훌쩍 넘는다.

이 외에도 무료급식과 초복 삼계탕대접과 홀몸어르신과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특히 직원들로 구성된 수지침 봉사원들은 순번제를 정해 무료수지침 봉사와 MG와룡문화센터를 운영해오고 있어 지역 주민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신 이사장은 45년간 현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올 연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날 팥죽 나눔 소식을 듣고 찾아온 80대 중반의 한 할아버지는“신 이사장은 이 지역 모든 어르신들의 아들 같은 존재다. 동년배 나이지만 맘이 넓고 생각이 깊은지 이윤을 남기기보다 취약계층을 먼저 보살핀 그 마음이 있었기에 오랫동안 재직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겠냐” 라며 칭찬을 끝낼 줄 몰랐다.

장소가 협소해 죄송하다며 일일이 안부 인사를 건내는 신 봉식 이사장
장소가 협소해 죄송하다며 일일이 안부 인사를 건내는 신 봉식 이사장

한편 장학금을 받았던 학생들이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찾아와 감사 인사를 건넬 때 삶의 큰 보람을 얻는다는 신 이사장은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라는 속담과 함께 약소한 팥죽 한 그릇으로나마 잃었던 입맛도 되찾고 건강한 겨울을 나면 좋겠다며 인사말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