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영국의 고독부 장관
(39) 영국의 고독부 장관
  • 조신호 기자
  • 승인 2019.12.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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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고독이 삶의 본질이지만, ‘외로움은 하루 15개비 흡연처럼 나쁘다.’
May 수상과 Crouch 장관 (위키피디아)
May 수상과 Crouch 장관 (위키피디아)

 

2018년 1월 16일, 테리사 메이(Theresa Mary May) 영국 총리가 트레이시 크라우치(Tracey Crouch) ‘체육 및 시민사회'(Sport and Civil Society) 장관을 외로움 문제를 담당할 장관으로 겸직 임명했다고, BBC와 가디언(Guardian) 등이 보도했다. 크라우치 장관은 외로움, 즉 국민들의 고독에 관련된 전략을 마련하고 폭넓은 연구와 통계화 작업을 주도하며 연관된 사회단체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전 세계의 언론들이 영국에 ‘고독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이 신설되었다는 소식을 일제 보도했다.

영국 사회의 고독에 대한 문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 우선’을 외치던 극우 성향 남성에 의해 2016년에 살해된 노동당 조 콕스 의원이 주도해 왔었다. 그가 사망한 후, 초당적인 위원회를 만들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여 결실을 보게 된 것이었다. 신임 크라우치 장관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거라는 전망보다 영국 사회의 '외로움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하며, 국가가 이에 맞서겠다'는 선언에 무게가 실린 소식이었다.

영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국민들의 고독에 대한 정책개발을 하면서 조사와 연구를 지속하여 관련 시민단체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고독부 장관이 영국에서 생겼다는 점에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원래 영국인들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는 성향으로 알려져 왔다. 표현하지 않는다고 외로움이 해결되지 않는다. 외로움은 우리 인간에게 그림자처럼 늘 결부되어왔던 심리현상이었다.

정호승 시인은 그의 시 ‘수선화’에서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라고 고독의 속성을 시적 감성으로 해부(解剖)하면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라고 절규했다. 외로움, 고독은 인간의 숙명임이 분명하다. 외로움이 삶의 본질이지만, ‘외로움은 하루 15개비 흡연처럼 나쁘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영국에는 75세 이상 노인의 절반가량이 혼자 산다. 잉글랜드에서만 200여만 명에 이르고, 이들 중 상당수가 심하면 일주일동안 사회적으로 아무런 교류 없이 홀로 지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영국 인구 15퍼센트에 달하는 9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자주 혹은 늘 외롭다고 대답했다. 게다가 외로움은 노인들에게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라, 젊은 세대, 심지어 대학생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메이 총리가 “외로움은 현대 삶의 슬픈 현실”이다. “노인이나 돌봄이 필요한 이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자기 생각을 나누지 못하고 지내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가 나서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를 영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기 위해서 장관에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인구 1억 2700만 명의 일본의 경우도 외로움이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일본 사회의 외로움에 초점을 둔 공식적인 통계는 없으나, 65세 이상 인구 중 624만 명, 성인 중 총 1840만 명이 혼자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30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어난 수치이며, 2040년이 되면 일본인 40%가 혼자 살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와 외로움이라는 사회적인 문제에 관하여, 우리 한국도 남의 일로 바라볼 처지가 못 된다. 한국의 노인 인구가 이미 14%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상황에서 영국과 일본을 참고하여 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사회복지 차원에서 담당 부서를 만들고 예산을 투입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외로움과 고독을 심각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문제이다.

기독교에서는 히브리서에 근거하여, 서로 만나기를 힘쓰고, 모두가 형제자매처럼 사랑하며, 나그네를 대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권면하고 있다. 성경은 우리 인간의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하느님이 가족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가족은 물론 이웃도 내 몸처럼 사랑해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혼밥, 혼술, 1인 세대가 증가해 가는 현실에서 혼자 죽어가는 고독사(孤獨死)의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삶이 존엄하려면 죽음도 존엄해야 한다. 짧은 인생, 부질없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존엄은 서로 사랑할 때 피어나는 향기로운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