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로 지은 집 ‘詩공간’
시(詩)로 지은 집 ‘詩공간’
  • 노정희
  • 승인 2019.10.3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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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이 만든 ‘詩공간’
‘詩공간’ 1집 ‘바람집을 썰다’
앞줄 좌-박용연 시인, 이복희 시인, 김종태 시인, 뒷줄 좌-서정랑 시인, 모현숙 시인
앞줄 좌-박용연 시인, 이복희 시인, 김종태 시인/ 뒷줄 좌-서정랑 시인, 모현숙 시인

‘시공간’ 회원은 10여 년의 인연으로 엮였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글 모임에서 만났고, 마음 맞는 지인 다섯 명이 모여 2018년 3월에 첫 모임으로 출발했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 모임을 한다. 각자 써 온 작품을 합평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공부한 결과, 2019년 8월에 ‘詩공간’ 1호 ‘바람집을 썰다’ 창간호를 출판했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는 선인의 말이 맞아떨어진다. 많이 알고 있다면 굳이 글을 쓸 필요가 없다. 배우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며, 배움으로 얻은 글을 책으로 묶었을 때 작품집이 탄생하는 것이다.

시공간 회원은 김종태(회장), 박용연, 모현숙, 이복희, 서정랑 시인으로 구성되었다. 빠릿빠릿하게 구미에서 다녀가는 이복희 씨는 각종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한 인재다. 입담에서 ‘엄지 척’ 내세울 만한 서정랑 씨는 맥주를 아주아주 맛있게 마실 줄 아는 애주가이며, 눈웃음이 어여쁜 모현숙 씨는 모임을 ‘들었다 놓았다’하는 신묘한 재주를 가졌다. 사람 좋은 박용연 씨는 세 여성을 지지하는 신봉자이고, 의자에 깊숙이 몸을 맡긴 채 회원을 바라보는 김종태 씨는 미소가 편안하다.

‘풋풋한 청년처럼 시의 호흡이 차고 넘쳤으면/ 오래된 인연처럼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였으면/ 새로운 친구처럼 신선한 설렘이 가득했으면/ 아름드리 그늘처럼 누구나 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곳 詩공간에 오래오래 머물기를….’-머리말 전문

시공간 창간호에는 각자 12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김종태 씨의 ‘비밀을 풀다’ 외 11편, 박용연 씨의 ‘쑥부쟁이 꽃’ 외 11편, 모현숙 씨의 ‘그 반찬가게의 비법’ 외 11편, 이복희 씨의 ‘바람집을 썰다’ 외 11편, 서정랑 씨의 ‘몸을 기록하다’ 외 11편이다.

작품 합평
작품 합평

시인의 말은 얼마나 우아한가.

견골 나른한 나비에게 쉬어갈 의자가 되어주라 한다-도마와 의자’의 김종태 씨.

뙤약볕 속에서도 걸음 불안한 그들은 언제나 짙은 그늘이었다-그늘의 보폭’의 박용연 씨.

느려서 단단하고, 숨겨서 뜨거운 우리의 서쪽 시간을 향하고-담쟁이의 추락’의 모현숙 씨.

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머리카락에도 찌릿해지는 어떤 이유가 있다-머리카락 해부학’의 이복희 씨.

휩쓸리면서 휩쓸리지 않으려 흘깃흘깃 송이마다 부산하다-철없는 장미’의 서정랑 씨.

“우리가 벌써 시니어라고?” 나이를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회원을 위해 시니어는 ‘고위, 성인,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정의를 내렸다.

시공간 회원은 독수리 오 형제처럼 다부지고 예리하게 작품을 토론했다. 1집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집 준비에 대한 열망이 부풀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에서 2집 역시 달구고 달궈서 빵~하고 터트릴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