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덕불婦德佛', 소담하고 정겨운 여인
'부덕불婦德佛', 소담하고 정겨운 여인
  • 노정희
  • 승인 2019.09.03 2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달성군 논공읍 노이리 갈실, '부덕불婦德佛'
재산 바쳐 가뭄을 극복한, 함안조씨 며느리
부덕불
부덕불

가을장마라고 한다. 비가 내리는 노홍지蘆鴻池를 돌아 삼거리에 올라서자 미륵보살 석상이 자리한다.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노이리 갈실, 200년 전의 전설을 품은 나지막한 석상이 저수지 위쪽에 터를 잡았다. 수더분한 여인은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젖히고 인자하게 웃고 있다.

불상의 주인공인 저 여인은 함안조씨 며느리였단다. 조씨 집안에 행실이 반듯한 며느리가 있었는데 어느 해 돌림병이 돌아 시어른과 남편까지 병사하고 말았다. 재산이 넉넉하여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불행하게도 갈실 마을에 심한 가뭄이 닥쳤다. 곡식이며 먹을 물이 바닥나 마을 사람들은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조씨네 며느리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은거울을 내놓으며 연못을 파는 데 보태라고 하였다. 땅을 깊이 파는 도중에 큰 바윗돌이 나왔고 힘을 합쳐 그 돌을 들어내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신기하게 여기는 중에 조씨네 며느리가 죽었다는 기별이 들렸다. 비는 며칠 동안 퍼부었고 연못에 물이 가득 차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못을 ‘갈실못’이라 불렀고, 연못을 파다 나온 바윗돌에 조씨네 며느리 모습을 새겨 ‘부덕불婦德佛’이라 했다.

200년이 지났으나 현시대에서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이다. 가산을 바쳐 마을을 위해 써달라는 여인의 마음이 갸륵하다.

달성군은 달성을 빛낸 역사적 인물 27인을 선정하여 흉상 제작을 추진해 왔는데 부덕불의 주인공인 함안조씨 며느리도 그중에 속한다.

부덕불은 원래 노홍지 하류 쪽 산비탈에 세워져 있었다. 아쉽게도 불상은 도난당했고, 현재의 불상은 문중의 자료검토와 고증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불상은 섬세하지도 크지도 않다. 그런데 희한하지, 보면 볼수록 소담스럽고 정겨워진다. 

지나는 길이라면 잠시 발길을 멈추어 여인의 미소를 바라 봐도 좋으리라. 저 여인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일이다.

달성군에 바람이 있다. 부덕불은 지나는 길손을 향해 자리하고 있다. 그녀의 시선은 가뭄을 이겨낸 연못을 바라보는 게 좋지 않을까.부덕불의 방향을 살짝만 바꿔주어도 좋으련만.

가을을 재촉하는 빗방울이 부덕불 품속으로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