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이지훈 '단(單)'
[장서 산책] 이지훈 '단(單)'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3.01.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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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저자 이지훈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거쳐 한양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선일보 위클리비즈(WEEKLY BIZ) 편집장을 거쳐 현재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목차는 ‘프롤로그 지금 우리에겐 ‘빈 잔의 마음’이 필요하다, 1장 단순해질 각오가 돼 있는가, 2장 버려라, 3장 세워라, 4장 지켜라, 에필로그 모든 것을 다 비워버린 깊은 기쁨’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프롤로그’(8~18쪽)에 잘 나타나 있다.

세상엔 너무 많은 물건, 정보, 규칙, 생각, 관습이 있고, 그에 둘러싸인 우리 삶은 너무 복잡하다. 이처럼 복잡해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해져야 한다. 단순함, 그것은 복잡함을 이기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단순함에 이르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숱한 고민과 과감한 결단, 의욕적인 실행이 뒷받침되어야만 비로소 복잡함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순함을 추구해야 하는가? 훌륭한 경영자는 버리고, 세우고, 지킨다. 스티브 잡스는 경영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잘 ‘버리고’ 뚜렷이 ‘세우고’ 악착같이 ‘지켰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단순함의 궁극을 창조했다. 단순함에 이르기 위한 ‘단(單)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1. 버려라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버리는 것, ‘더 많이’를 버리고 핵심에 집중하는 것, 이것이 단순함의 첫 번째 공식이다.

2. 세워라

왜 일해야 하는지 사명을 세우고,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세우고,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쉽게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단순함을 추구할 수 있다. 세움은 단순함의 두 번째 공식이다.

3. 지켜라

단순함을 구축했으면 어떤 유혹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오래도록 지켜야 한다. 단순함의 핵심은 지속 가능에 달려 있다. 단기간의 구호나 전략에 지나지 않는 단순함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지킴은 단순함의 세 번째 공식이자 단순함의 마침표이다.

버리고, 세우고, 지키는 ‘단의 공식’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불필요한 것을 버려야 중요한 것을 세울 수 있고 이를 오래도록 지킬 수 있다. 승부에 대한 집착과 비교하는 마음을 버려야 나를 자신 있게 세울 수 있다. 또 뚜렷하게 세울수록 방향성이 제시되고 구성원들 사이에 잘 공유돼 버리고 지키는 일이 쉬워진다.

세 가지 ‘단의 공식’을 다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셋이 동행할 때 비로소 진정한 단순함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버리기만 하고 세우지 못한다면 거짓 단순함이요 공허다. 단순함이 아니라 조악함일 뿐이다.

버리지 않은 채 세우고 지킨다면 과욕이요 아집이며 협량(狹量)이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악을 쓰지만, 누구도 듣지 않는 선거유세와 같다.

버리고 세웠지만 지키지 못한다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스스로에게 체화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겐 각인되지 못하는 또 한번의 헛된 약속일 뿐이다.

우리 삶의 진정한 행복은 단순함에서 얻어진다. 지나치게 많은 물건, 지나치게 많은 생각은 우리 내면에 간직된 순수하고 깨끗하고 영롱한 본질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불필요한 물건, 조작적이고 인위적인 마음을 치우면 흙먼지 하나 날리지 않고 고요해진다. 이 책을 통해 단순함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그리하여 진정한 행복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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