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의 노년 알쓸신잡] ① 늙어갈 용기
[김창규의 노년 알쓸신잡] ① 늙어갈 용기
  • 시니어每日
  • 승인 2023.01.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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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알쓸신잡’은 ‘노년에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신기한 잡학’의 의미이다. 매일매일 복지관 이용노인들과 퇴직을 한 지인들이 늙어감에 대한 SNS를 통해 다양한 글들을 주고받고 있다. 쓸 데 있는, 쓸데없는 글들을 받아보면서 노인들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삶의 회한, 바람 등 마음이 녹아있는 살아있는 글들이라 느껴졌다. 이에 정리된 내용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보다 잘 늙어가는 데 필요한 잡학이 되겠다 싶어 노년에 필요한 건강, 일, 친구, 관계, 자립, 꿈 등의 소재를 엮은 ‘노년알쓸신잡’을 연재하고자 한다.

(1) 늙어갈 용기

“카톡 카톡” 오늘도 나의 휴대폰은 메시지 도착 알람 소리로 분주하다. 개톡(개인톡)과 단톡(단체톡)방, 문자 메시지 앱을 번갈아 가며 하루 수백여 통의 메시지가 날아온다. 최근 노인복지관을 이용하시는 분들이나 지인들께 “친구들끼리 주고받으시는 노년 생활에 유익한 글이 있으시면 보내주십시오”라는 부탁을 드린 후부터 각종 메시지가 부쩍 많아졌다. 육 개월 여 동안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무시로 날아들어 오는 글, 시, 동영상물 등을 헤아려 보니 어림잡아 천여 통은 넘는 것 같다.

글을 보내주는 분들의 연령대는 60대 이상 80대로 폭이 넓었다. 직업군은 공직생활, 사업가, 교사, 개인 사업가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퇴직을 하신 분들이었다. 이분들은 전직 직장 동료, 초·중·고등학교 동창 모임, 사회모임 등 평균 3~5개 정도의 모임을 가지고 있었고, 이 모임들을 통해서 상호 퍼온 글들을 주고받으면서 옮기고 전파시키고 있었다. ‘상호, 주고받는다’는 것은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이고, 일방적이면 지속해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소통매체는 최근 SNS(사회 네트워크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카카오톡, 블로그, 카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다양하고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달 매체로는 단연 카카오톡이었고, 퍼온 글의 원천은 각자가 활동하는 네이버 카페와 유튜브, 블로그 등인 것 같았다.

그동안 받고 수집한 메시지의 내용을 살펴보자. 최근 퇴직을 하거나 퇴직을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인 60대는 퇴직 이후의 삶과 늙음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늙음에 대한 담론은 활발하지 않았지만 ‘건강과 친구’에 대한 글들은 많았다. 그리고 7~80대는 인생 이야기와 노년의 삶에 대한 내용들로 주를 이루었다. 또한 자신이 만든 동영상뿐만 아니라 가짜뉴스, 19금 동영상물도 심심치 않게 접수되었다. 그런데 이 모든 글의 출처이자 지은이는 대부분 ‘옮긴 글’, ‘좋은 글’ ‘퍼온 글’들이었다. 여러 사람 간에 퍼오고 옮기다 보니 출처가 없는 글들이 된 것 같고, 퍼온 글들은 매일매일 카톡방, 유튜브방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었다. 전달자의 유형도 다양했다. 어떤 사람은 ‘존재 확인형’으로 보내고, 어떤 사람은 ‘지식 과시형’으로, 또 어떤 사람은 받았으니 그냥 보내는 ‘무심

형’ 등으로 구분되었다.

노년층에서 주고받는 메시지를 들여다보자. “인생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칠 팔십 년을 살아보니 인생이란 이렇더라. 살아보니 노년의 삶에는 이런 것이 중요하더라” 등등의 노년의 지혜가 돋보이는 글이 많았고, 또한 “인생을 살면서 이런 것은 하고, 저런 것은 하지 말아라” 등의 계로록(誡老錄) 성격의 글들이었다. 한편, 글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나?”하는 노년에 대한 두려움도 엿볼 수 있었다.

이런저런 노년의 모습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노년기가 인생 중의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 아닐까?”이다. 퍼온 글 “황혼의 자유” 중 한 구절이다. “잠이 깨면 그때부터 자유다. 하루라는 시간이 모두 내 것이다. 무얼 하든 무얼 먹던 나의 자유! 내 마음대로이다. 구속도 없고 속박도 없고 의무도 책임도 없다. 세월이 흘러 인생 일흔 줄에 들어서야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나이들어가면서 비로소 인생이 이렇게 넉넉하고 풍요롭게 된 것에 대해 놀라울 수 있다는 표현은 바로 ‘노년이 주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모은 글들에서 ‘노년을 살아가는 경험적 지혜와 방법’들을 찾을 수 있었다. 퍼온 글에서 강조하는 ‘노년에 필요한 중요한 것’은 3~7가지 정도로 제시되었다. 먼저 노인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세 가지는 ‘돈, 건강, 친구’였다. 다섯 가지로는 ‘건강, 돈, 일, 친구, 꿈’을, 어떤 사람은 ‘건강, 돈, 인간관계, 취미, 도전’ 등을 꼽았다. 그리고 일곱 가지로는 ‘건강, 배우자, 적정 재산, 일, 친구, 취미, 자립심’ 등이 추천됐다. 그리고 공동체, 정체성도 있었다. 정리해보면, ‘1.건강 2.돈 3.친구 4.일 5.꿈(희망)’ 다섯 가지였다. 그런데 ‘돈’은 육십이 넘어서 더 벌어야 되는 개념보다 관리해야 할 돈의 성격이라면, 결론적으로 노년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 필요한 것은 ‘건강, 일, 친구(인간관계), 꿈’ 네 가지였다.

어떻게 늙어 갈 것인가? 노인(老人)으로 그냥 늙어갈 것인가?, 할 일 없이 길을 오가는 노인(路人)으로 늙어 갈 것인가? 지금–여기의 삶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노인(勞人)으로 살아갈 것인가? 생로병사! 늙는다는 것은 누구나 반드시 직면하는 인생의 과정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늙어갈 용기’가 필요하다. 노년에 더 자유롭고 행복해질 용기가 필요하다.

 

김창규(대구중구노인복지관장/행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