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자의 포토 에세이] 명자꽃이 피었네
[방기자의 포토 에세이] 명자꽃이 피었네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2.03.30 10: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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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아가씨 닮은 명자꽃

명자꽃

한갓진 길섶 수줍게 피어있는 명자꽃  방종현
한갓진 길섶 수줍게 피어있는 명자꽃 사진 방종현

봄에 피는 꽃 중 가장 붉은 꽃이지만 모습이 화려하지 않고 청순해 보여 ‘아가씨 나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꽃말은 수줍음 신뢰다. 명자나무는 다른 말로 ·청자·가시덕이라고도 한다. 경기도에서는 아가씨 꽃 또는 아기씨 꽃이라 부르고, 전라도에서는 산당화(山棠花)라고 부른다.

가시가 많아 생 울타리용으로 심기도 한다. 그러나 꽃이 아름다워 아녀자가 이 꽃을 보면 바람이 난다고 하여 울 안에는 심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봄을 알리는 매화가 피고 개나리 진달래가 다투어 피기 시작하면 벚꽃이 화려하게 등장한다. 봄이 거의 끝나갈 이때 화려하지 않으면서 청순한 느낌의 꽃을 피우는 명자꽃이 등장한다. 명자나무는 요란스럽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나무 뒤에서 “나 여기 있어요” 하듯 얼굴을 내밀며 보아주기를 바라는 수줍은 아가씨 꽃이다.

명자꽃이 피는 이계절 세 분 중견 시인의 명자꽃을 노래한 詩를 소개합니다,

 

명자꽃이 열렸다   사진 방종현
명자꽃이 열렸다 사진 방종현

명자꽃이 열렸다/안윤하(1988 시와시학 신인상. 전 대구문협부회장, 현 대구문협 디지털 위원장. 시집 모마에서 게걸음걷다 외)

너의 입술이었나

아니면 뜨거운 봄기운이었나

꽃샘바람 요란하게 뒤척이던 밤

동트기 전 기어코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너의 입술을 덮치고

꽃을 여는 새벽의 불덩어리,

화두를 던지고 간 것은 봄바람이었나

어둠을 찢고 나온

첫 혈흔

피었다 활짝

 

명자꽃      사진 김청수
명자누나 꽃 사진 김청수

명자꽃 / 김청수( 2014 계간 ‘시와 사람’ 신인상 제10회 대구의 작가상 수상대구문인협회 이사. 시집 개실마을에 눈이오면 외)

영하의 한파 속에 눈길이 마주쳤을 때

붉디붉은 숨소리를 꽃망울에 감추고 떨고 있었다

백정의 폭력 같은 한파( 寒波)가 닥치기 며칠 전

화단의 양지쪽, 철없이 앉아 꽃을 피워 놓고 몸을 녹이던

명자나무를 나는 명자 누나라 부른다

세상 물정 모르는

긴 머리 검은 눈동자 스무 살 청춘을 백정에게 바치고

산골에서 소읍으로 시집 간 명자 누나!

짐승 같은 백정의 손아귀에서

평생 속울음 홀로 삼키며

식당 일하다 환갑이 지난

불한당 같은 그놈에게 발목이 묶여

손등에 물이 마를 날 없는......

칼날 같은 한파 앞에 명자나무 가시 사이로

철없이 핀 명자 누나!

 

전학간 명자야   사진 방종현
전학간 명자야 사진 방종현

명자꽃/이재순(1999월간 한국시 신인상 시집 별이뜨는 교실외. 김성도 문학상 수상. 현 대구 문인협회 부회장)

-애. 명자야

전학 간 명자야

보고 싶은 속내

먼저알고

약속이나 한 듯

우리 집 꽃밭에

봄마다

명자 볼처럼

붉게 피어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