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색을 입히는 천연 염색쟁이, 강양미 대표
자연의 색을 입히는 천연 염색쟁이, 강양미 대표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1.12.10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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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료는 자연에서 구하고
색깔의 오묘함을 전하기 바빠

 

 

맑은 공기와 태양의 빛이 자연의 색을 빚어낸다. 쪽 물감 건조 모습. 석종출 기자

 

자연에서 채취한 염색 재료만을 사용하여 자연의 색을 뽑아내는 공방을 찾았다. 천연 염색에 흠뻑 빠져 제2의 인생을 경주시 양남면 상라리서 농사일과 천연 염색 기업인 '담녹 공방' 을 운영하고 있는 강양미(58) 대표를 만났다. 이곳은 바다가 가까이 있어 해풍과 일조량이 많아 염색 공방을 하기에 좋은 곳으로 보였다.

담녹 공방 대표 강양미. 석종출 기자

 

 

- 천연 염색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도시 탈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여러 장소를 물색 중 고향이 가까운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농촌 정착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던 중 경주시가 운영하는 농업대학 귀농 귀촌과정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학습 과정 중 선진지 견학 때 평소 관심분야인 천연 염색을 접하게 되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 계절마다 염색의 특징도 있을 것 같은데요?

▶천연 염색은 주로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지만, 계절과 상관없는 염색재료도 있어 겨울에도 가능합니다. 땡감을 이용한 감물 염색은 햇볕이 좋은 날에 시간이 결과물을 만들어 냄으로 대체로 5월부터 9월까지 주로 합니다. 뒷밭에서 홍화와 쪽을 직접 재배하고 있으며 그것을 채취하면서 체험자들도 함께 참여하게 함으로써, 자연의 아름다운 빛깔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염색은 맑은 바람과 햇빛을 만나야 한다. 노랑 물감의 원단. 석종출 기자

노랑 빛깔을 내기 위해서는 메리골드의 꽃잎을 이용하기도 하고, 치자, 대황, 황백, 황련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붉은색을 내는 데는 홍화 꽃, 천근, 자초, 로그우드, 소목 등을 이용하기도 하고, 파란색은 쪽을 사용합니다. 먹 염색, 황토 염색, 오미자, 석류 피, 신나무, 밤 피, 도토리 등은 탄닌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철 매염을 만나면 산도에 따라서 색깔이 달라지는 오묘함이 있습니다. 모두가 자연에서 나는 것들이고 직접 관리하면서 기르기도 합니다. 여름철에 많이 이용하는 쪽은 생으로도 사용하기도 하지만 발효를 시키면 겨울에도 염색이 가능합니다. 염색 자체가 따뜻한 온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겨울 작업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홍화를 재료로 한 염색물. 석종출 기자

 

- 염색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지요.

▶염색의 과정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때로는 끓이기도 하고 알콜로 추출하기도 하고 발효를 시켜서 염재를 얻기도 합니다. 매염재(동,철,명반등)에 따라서 빛깔이 달라지기도 하고, 알카리와 산의 농도에 따라 색도 변함으로 무궁무진합니다.

소목을 원료로 붉은색을  물들이는 모습. 강양미 씨 제공

일반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감물 염색은 우선 정련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정련이란 옷감에 묻어있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풀기를 제거하는 작업입니다. 그 후에 풋감(땡감)을 갈아서 체에 거른 뒤에 적당량의 물을 희석하여 정련한 옷감을 감물에 재웁니다. 색깔이 잘 스며들도록 많이 주물러 주어야 하며 얼룩이 잡히지 않도록 잘 펴서 햇볕에 여러 날 동안 말립니다. 이때 원하는 무늬가 있다면 처음부터 옷감을 잡은 뒤에 햇볕에 말리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감물 염색의 특징은 항균작용입니다. 방염기능이 있는 원단에 감물 염색을 한 후 옷으로 만들었을 때 비를 맞거나 땀에 젖어도 냄새가 나지 않고 몸에 달라붙지 않아 좋습니다.

 

염색이 완성된 원단. 석종출 기자

 

-농촌지역 정착에 애로점은 없었나요?

▶걱정과는 달리 인심이 후한 동네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친절한 이웃을 통해 경주관내 관공서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하여 여러 단체들과도 인연을 맺을 수 있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이웃에 손을 내밀고 마을 공동일이 있을 때는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합니다. 대부분 노인 분들이라 자질구레한 일이 생겼다하면 도와 드리고 대화를 많이 나누다 보면 농사와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 규모와 제품의 판로에 대해 한 말씀 주십시오.

▶작업장의 규모는 열 평 정도가 되며 단체 체험의 염색은 주로 넓은 마당에서 진행되므로 사십여 명까지도 활동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습니다. 정착 초반에는 동네 분들이나 주변 지인들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지금은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SNS 망을 통해 전국에서 많은 수요자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옷이나 추억이 담겨있는 옷 등을 천연 염색을 입혀 오랫동안 보관을 하고자 하는 실수요자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일차 산업의 농산물 생산에서 벗어나 가공하고 판매하는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부가가치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플랫폼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고, 천연 염색뿐만 아니라 천연 비누도 만들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유황을 뿌린 홍화 재배로 생산된 꽃(생화)을 판매하면서 소득을 올리는 쏠쏠한 재미도 있습니다.

 

천연 재료로 만든 비누 제품들. 석종출 기자

 

 -천연 염색의 전망과 계획은?

▶천연 염색은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색깔을 식물에서 얻는 방식이므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주의 관광지를 둘러본 후 숙박을 하면서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공방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곳에서 머플러나 손수건 같은 작은 소품을 만드는 경험도 할 수 있고 밤하늘의 별을 보는 낭만과 천연 염색의 전통을 체험하는 관광 명소가 되도록 꾸며 볼 계획입니다.

 

체험 관광은 참여자가 몸소 무엇을 만드는 관광이다. 강양미 씨 제공

 

절대 쉽지 않은 고된 염색 작업을 하면서도 빚어진 자연의 빛깔을 보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아름다와 보였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기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