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야기] 모란
[야생화 이야기] 모란
  • 김동남 기자
  • 승인 2021.05.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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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있어 행복한 5월

 

민화를 시작하자마자 제일 먼저 그린 대상이 모란이었다. 첫솜씨였는데도 참 잘 그려졌다는 느낌이 들어 액자에 넣었다. 나중에 보니 내가 잘 그린 것이 아니라 누가 그려도 모란꽃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는 꽃이었다.

모란, 이 꽃은 태생부터 금수저이다. 화왕(花王)이라 하여 꽃 중의 꽃으로 대접받았고 부귀영화를 상징하여 왕비나 공주의 방을 장식하였으며 혼례복에도 화려하게 수놓아진 꽃이다.

한겨울에 꽃을 피우라는 측천무후의 영을 유일하게 거역한 꽃, 장미와 할미꽃 중 외모에 홀리지 않고 할미꽃을 측근으로 삼아 후세의 임금들에게 가르침을 준 꽃.

어디 그뿐일까.

학창시절 누구나의 머릿속에 한 구절쯤은 입력된 시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노랫말을 가진 대중가요까지 섭렵한 모란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 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 오네

세상을 바람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이루 말할 수없이 많은 설화와 전설을 간직한 꽃이 모란이지만 아쉽게도 개화기가 짧아 꽃을 볼 수 있는 날이 며칠에 불과하다.

 

이해인 수녀님은 모란꽃의 말이란 시로 모란의 심정을 대변하여 주었다.

 

모란꽃의 말

 

좁은 땅에 있어도

이왕이면

큰마음으로 살고 싶답니다

 

강물을 데려오고

바다를 불러다가

철철 넘치는 깊이와 넓이로

 

그렇게 한세상을

살고 싶은 나의 염원이

커다란 꽃잎으로 피어난 거예요

향기도 넓게 퍼지는 거예요

 

어서와

내 곁에 앉아 보세요

두려워서 오므렸던

당신의 꿈을 이제

활짝 펼쳐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