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살구꽃
[야생화이야기] 살구꽃
  • 김동남 기자
  • 승인 2021.04.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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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기다려주는 어머니같은 꽃

살구꽃이 피었다.

봄꽃을 피우는 나무 중에 살구나무는 10미터가 넘게 자라는 우람한 거목으로 웬만한 다른 나무들을 그 키 하나로 압도해 버린다. 그래도 바로 직전에 홀연히 떠나가버린 여느 봄꽃처럼 하늘을 혼자 다 차지하지도 않는다.

키 작은 다른 식구들도 하늘을 볼 수 있게, 햇살도 바람도 쉬어갈 수 있게 가지마다 여유를 보인 살구꽃, 그 사이로 보인 푸르름이 그래서 더 아름다운가 보다.

살구꽃은 ‘고향의 봄’ 노랫말 그대로 복숭아꽃과 함께 고향의 정경을 대표하는 꽃이다. 살구꽃이 필 때면 화사하고 아름다운 붉은 빛으로 온 마을을 수놓았다. 귀양을 가서도 고달픈 삶이지만 살구꽃을 보며 마음을 달래었고 가수는 살구꽃이 필 때면 사랑하는 여인이 돌아온다고 노래했다. 시인 이호우가 그린 살구꽃 핀 마을은 이토록 정겹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