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모르게 사비를 털어 후원하면서도 즐거워하는 사람
‘파크골프’를 떼놓은 삶은 생각할 수 없어
나무로 된 채와 공만 있으면 누구나 잔디 위에서 즐길 수 있는 운동. 골프의 재미는 가져오면서도 비용은 한결 가벼운 것이 ‘파크골프’다. 대구는 파크골프의 메카다. 대구에 위치한 파크골프장은 19개, 파크골프 협회에 가입된 회원만도 1만2천여 명이 넘는다. 대구에서 파크골프가 다양한 연령층에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는 생활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데에는 협회 차원의 많은 숨은 노력이 있었다. 대구파크골프의 중심에 서 있는 진영국(67) 대구파크골프협회장을 만나 그의 삶과 파크골프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이단아’에서 ‘영상 전문가’로
-회장님은 문화사업을 하는 기업인이자, 또 집안은 탄탄한 중견기업을 운영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선친이 1960년에 창업하셨습니다. 처음에는 공업용구인 줄(File)을 생산했습니다. 산업화 시대에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1970년 일본 오사카만국박람회에서 처음 등장한 ‘쌀통’을 만나게 됩니다. 쌀통을 본 선친은 1970년대 쌀 소비가 급증한 시대 흐름에 딱 들어맞는 아이템이라 생각했습니다. 1972년 그렇게 생산된 것이 ‘삼익쌀통’입니다.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혼수용품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LM(Linear Motion)가이드’에 주목했습니다. LM가이드는 작은 기계 및 베어링 부품입니다. 설명하자면 수십 톤의 기계를 싣고도 끄떡없이 자유자재로 직선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동화설비의 핵심기술을 말합니다. 그렇게 사업적 감각으로 오랜 시간 일본THK를 설득해서, 마침내 국내 처음으로 LM가이드 자체 생산을 위한 공장인 삼익THK를 설립했습니다.
- 지금 미디어업체(삼익CMI)를 경영하고 계십니다.
▶저는 집안에서 ‘이단아’같은 존재입니다. 제대하자마자 선친이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으레 책상에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갔는데, 뜻하지 않게 현장사무실이었습니다. 뒤돌아보지도 않고 나와 버렸습니다. 워낙 말이 없던 선친은 제게 왜 출근하지 않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묻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철이 없었던 거지요.
당시 제 관심을 끌어당긴 것은 필름이었습니다. 8mm 필름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카메라 렌즈에 피사체를 담아내는 작업은 흥미로웠습니다. 감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사진의 매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즈음 결혼식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비디오’가 들어왔습니다. 지역에서 가장 먼저 비디오 사업을 시작하면서 영상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사람도 많았습니다. 제 제자 가운데 사진영상학과 교수로 봉직한 친구도 나오고, 보람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파크골프와의 그 운명적 만남
- 파크골프 교육용 영상을 직접 제작했습니다. 이유가 있는지.
▶지금도 영상은 제가 애정을 쏟는 작업입니다. 저는 골프를 치지 않고 바로 파크골프를 시작한 경우입니다. 15년 전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파크골프를 하게 됐습니다. 그때는 제가 이렇게 파크골프에 매료될 줄 알지 못했습니다. 새벽 6시에 혼자 파크골프장을 찾아 연습했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마음처럼 쉽게 늘지 않았습니다. 기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파크골프에 대한 관심이 늘고 동호인의 수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파크골프 교육’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것이 계기로 되었습니다. 저는 제 경험을 살려, 2018년 드론을 띄우고 직접 모델을 고용해서 ‘파크골프 교육용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며칠간 고생하며 촬영해서 20분 분량의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영상에는 파크골프채를 잡는 법부터 에티켓, 경기 규칙까지 담았습니다. 파크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분부터 경기 규칙이 궁금한 분들까지 많은 동호인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현재 조회 수가 14만 회 정도 됩니다.
◆‘대구파크골프협회장’이라는 시간
- 대구광역시파크골프연합회장을 지냈고, 생활체육(연합회)과 엘리트체육(대한체육회 산하 협회)이 통합하며 2016년 출범한 대구광역시파크골프협회의 초대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지난 시간은 어떠했는지요.
▶제가 처음 파크골프에 입문할 때만 해도 회원 수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몇 년 사이 회원 수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동호인 수도 늘어나면서 구장 관리와 회원 문제, 구장 증설 요구 등 여러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면에서 고맙지만, 회장으로서 난감한 면도 있습니다. 협회 차원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조, 회원들의 도움 등등. 저는 대구파크골프협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협회의 기금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여유가 있기에 늘 제 개인이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제가 협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우리 회원들이 각 대회마다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큰 기쁨입니다. 또 파크골프장이 강변이나 하천 부지에 위치해 있다 보니 주차장과 펀의 시설에 관련된 민원이 많았습니다. 하나 하나 지자체와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시민들이 손쉽게 구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왔습니다.
대구광역시파크골프협회 안에는 8개의 구, 군 협회와 시니어, 장애인, 아카데미 등 3개의 연맹이 있습니다. 회원 한 사람마다 이야기를 다 들을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많은 회원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파크골프대회를 열지 못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준비된 행사가 순조롭게 열릴 수 있으면 합니다. 지난 7월 1일 대구시 수성구에 팔현파크골프장이 27홀로 문을 열었습니다. 9월 1일 정식 개장할 예정인데, 많은 분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구 회원들이 ‘전국생활체육대축전 파크골프대회(2017·2018 2년 연속 종합우승)’, ‘대한체육회장기 파크골프대회(2016~2018 3년 연속 종합우승)’, ‘대한파크골프협회장기 대회’ 등 전국대회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을 휩쓸고 있습니다. 그 비결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난 덕이지요.(웃음) 지난해에는 남구에 파크골프연습구장을 열었고 올해는 팔현파크골프장을 오픈했습니다. 한번 하면 멈출 수 없는 파크골프의 매력에 이런 인프라가 더해져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파크골프는 접근성과 안전성, 비용 면에서 어떤 종목보다 뛰어난 강점이 있습니다. 또 넓은 경기장이 필요한 다른 구기종목에 비해 면적대비 효율성이 뛰어난 운동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대화하며 즐길 수 있는 운동. 걷고 치고 웃고 즐기다 보면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학교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도 파크골프를 보급할 계획입니다. ‘파크골프’를 통해 세대 공감도 이룰 수 있습니다.
새로이 마련한 '팔현파크골프장'에 선뜻 사비를 들여 롤 잔디를 심은 것도 진영국 회장이었다. 대구광역시파크골프협회장으로, 국제로타리 3700지구 대구사군자로타리클럽 회장으로 묵묵하게 낮은 곳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온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