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삶을 마주하다, 조진연 ‘임종의 전화’ 대표
죽음 앞에서 삶을 마주하다, 조진연 ‘임종의 전화’ 대표
  • 강효금· 이원선 기자
  • 승인 2020.07.27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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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죽음' 앞에서 '겸손'을 배우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헛됨 없이 살고파 오늘도 열정을 다한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조진연 대표의 모습이 진지해진다.  이원선 기자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조진연 대표의 모습이 진지해진다. 이원선 기자

 

조진연(55) 대표는 유쾌하다. 그와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 밝음과 건강함이 표정과 행동에 넘쳐난다. 그는 국가공인 장례지도사 1호다. 지금도 장례지도학과 교수로 인성교육원과 예절원· 향교까지, 그가 길러낸 제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죽음 앞에서 겸손을 배우다

-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일을 합니다. 이 길을 걷게 된 이유는?

▶ 부모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부모님은 지금도 새벽 기도를 거르지 않고 다닐 만큼 깊은 신앙심으로 저를 기르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교회에서 앞장서서 궂은일을 하는 부모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그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전공을 선택하게 됐을 때, 저는 망설이지 않고 ‘장례 지도학’을 선택했습니다. 꼭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선뜻 선택하기 망설이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 ‘죽음’을 대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요.

▶ 청년들을 만나면 가끔 “죽고 싶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되물어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주검이 어떤 모습인지 아느냐고. 실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주검은 제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처참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80대 이상의 황혼 자살률이 급증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저는 ‘자살’이라는 유혹을 받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자살’한 그 주검을 마주하라고. 그 주검을 마주한다면 자살의 유혹은 저만치 달아날 겁니다. 제 입으로 차마 옮길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그 '마지막'을 수습하면서 저는 ‘삶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겸손’이라는 말을 마음에 새깁니다. ‘죽음’은 제게 ‘겸손’을 가르쳐 줍니다.

 

끝을 아는 사람

- 지역마다 장례문화에도 차이가 있나요?

▶ 집안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달성서씨 시조 묘를 보면 봉분을 만들지 않고 평장을 한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티베트나 몽골에서는 조장(鳥葬)을 행하기도 합니다. 자연환경이 척박하여 무덤을 만들기 힘들기도 하지만, 육신을 새에게 모두 내주어 망자의 영혼이 멀리 하늘로 흩어지게 하는 의미가 있지요. 티베트는 불교의 ‘보시’로 자신의 시신까지 남김없이 내준다는 뜻도 있습니다. 우리도 시신 메이크업을 하지만 서구에서는 좀 더 다른 형태의 시신 메이크업을 합니다.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은 바람이 투영된 것이겠지요. 마치 연출하듯 꾸며진 모습과 지인들이 고인을 회상하며 그 기억을 즐기고 나누는 모습은 그들만의 장례방식입니다. 요즘 우리 장례식장에는 곡하는 모습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예전의 굴건제복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염은 돌아가신 지 스물네 시간 이내에 합니다. 상주는 염을 하고 난 뒤에야 ‘상복제’라 해서 상복을 입었는데, 요즘은 바로 상복을 입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애완동물을 위한 장례식장이 생겼지요. 그곳에서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애완동물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서는 이제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탓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사람이 애완동물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 죽음에 대한 생각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 많을 때는 하루에 네다섯 건의 장례를 치를 때도 있습니다. 그 많은 죽음을 통해 저는 저만의 ‘죽음’을 느낍니다. 죽음은 이 세상살이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합니다. 장례식장의 손님은 자식 손님이라 하지요. 장례식장에 서면 그 사람의 삶이 보입니다. 상주의 목소리, 행동에서도 세상을 떠난 분의 삶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제 자신에게 말합니다. ‘정신 차려서 살아야 한다’고. ‘임사체험’에 관한 책도 많이 나와 있지만, 저는 죽음은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관문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부모님처럼 깊은 신앙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새벽기도를 갈 때마다 오늘 하루 제게 주어진 시간을 헛됨 없이 살아가기를 청합니다.

 

인터뷰 중간에 전화벨이 울리자 양해를 구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조진연 대표. 장례 전문가로서 그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이원선 기자
인터뷰 중간에 전화벨이 울리자 양해를 구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조진연 대표. 장례 전문가로서 그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이원선 기자

 

예고 없이 ‘죽음’을 맞는 사람들

 

- ‘전국장례복지단장’도 맡고 계시는데요. 전국장례복지단은 어떤 일을 하는지.

▶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나 무연고자 같은 경우는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국장례복지단’은 이런 분들과 국가 유공자, 원폭 피해자들까지 장례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마련된 단체입니다. 24시간 전화가 열려 있어 언제든 어디서든 상담이 가능합니다. 장례비용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고 010-3825-044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임종의 전화’도 임종을 맞이하는 분과 가족들이 평안하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임종의 전화’는 세속화, 상업화되어 가는 장례문화를 바라보면서 ‘망자’보다 ‘산 자’가 주인공이 되는 현실에 공감할 수 없어 만들게 되었습니다. ‘임종의 전화’는 온갖 상술이 난무하고 부와 명예를 과시하는 장(場)이 되어버린 비합리적인 장례 문화를 바로잡아가기 위해 설립된 것입니다. 2018년 11월 문을 열고 저와 뜻을 같이하는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임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개선과 더불어 경제적 부담은 최대한 낮추는 ‘장례 과소비 추방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임종의 전화는 ‘사전장례의향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유언장 작성’에서 ‘호스피스’ ‘심리치료 상담’까지, 여러 기관과 협력하여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죽음’을 당당하게 준비하고 맞이하며 생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도록 ‘임종의 전화’가 돕겠습니다.

젊은 나이에 ‘장례 지도사’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부터 장례에 이르기까지 ‘장례 문화’를 선도해 가는 조진연 대표. ‘웰 다잉’과 ‘효’ ‘인성’ ‘장례 문화’에 대해 풀어가는 그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얼굴에서 ‘죽음’에서 ‘생’을 건져 올리는 깨달은 자의 모습을 만난다.

임종의 전화  1661-2340  www.dyingcall.com

전국장례복지단  010-3825-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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