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신호탄
희망의 신호탄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0.12.21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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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여자오픈 골프 우승

1970년대 중반에 발표된 조세희(趙世熙, 1942~) 작가의 소설,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산업화와 재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빈민층인 난장이 가족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서술한 소설이다. 유신 독재의 암울한 시대를 뚫고 발표된 이 작품은 80, 90년대 현실 참여문학의 물꼬를 텄다.

문민 정권의 세계화와 지방화 패러다임에 들떠있는 가운데, 외환 보유 부족으로 인한 1997년도 외환 위기(IMF) 사태로 대한민국은 기업들의 도산과 부도, 대량 해고와 실직이 눈사태처럼 번져 나갔다. 온 국민은 분노와 좌절감으로 망연자실하여 하루하루 지탱해나가기에 바빴다.

그러한 와중에 이듬해인 1998년 7월 어느 새벽, 태평양 건너서 전해 온 박세리(1977~) 선수의 US여자오픈 골프대회 우승은 국민들에게 새 희망과 용기를 일깨워 주었다. 까맣게 그을린 종아리와 흰 맨발로 악전고투하며 러프에서 그녀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단군 이래 최대의 국난을 극복하는 범국민적 신호탄이 되었다. 그녀의 뒤를 이어서 많은 후배들이 LPGA에 입문하고 각종 대회를 석권하였으며, 박세리 감독이 이끈 한국 선수단이 백 년 만에 재개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COVID-19 감염병은 우리나라가 발원지인 중국과 가까운 탓으로 초기에 비교적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였지만, 정부와 의료진의 집중적 관리 및 헌신적인 봉사와 국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예방으로 감염율이 차츰 감소했다. 그러나 춥고 건조한 동절기가 되면서 3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일일 확진자가 증가하는 데다가 선진국의 백신 확보와 접종에 관한 소식들이 전해지자 K-방역에 안주한 정부를 불신하게 되어, 민심이 날로 흉흉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15일 김아림(1995~) 선수의 US여자오픈 골프 우승에 국민들은 다시금 용기와 희망을 되찾고 있다. 김아림 선수는 대회 내내 마스크를 끼고 경기하면서 마지막 라운드에서 연속적으로 버디를 기록하여 역전 우승하는 드라마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어서 세계 랭킹 1위인 고진영(1995~) 선수가 LPGA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역전 우승하고, 2위를 차지한 김세영(1993~) 선수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아서, 대한민국 낭자군의 투혼과 기개를 세계만방에 과시했다.

경자년(庚子年) 대한민국 여자골프선수들의 선전을 다시금 축하하며, 신축년(辛丑年)의 2021 동경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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