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
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
  • 우남희 기자
  • 승인 2023.07.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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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시하늘 문학회-

취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얻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하는 활동을 말한다. 학창시절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고상하게 독서, 음악 감상, 영화감상이라고 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시대에 따라 취미활동도 다양해지고 있다.

취미는 직업이 아니기에 하다가 그만 둘 수도 있지만 일과 병행하며 지속적으로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문학 활동하는 문인들이 그렇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은 수천 명이다. 문학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작가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다. 여러 문학 단체 중 ‘시하늘’문학회가 있다. 1996년도에 창립하여 지금까지 27년이란 세월동안 문예지를 발간하며 매월 시낭송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21일, 275회 시낭송회가 ‘떡본가’ 카페에서 열렸다.

낭송회에서는 작가를 초청해 토크쇼로 진행하며 그의 대표작을 낭송하고 그 작품에 대한 해설을 듣는다.

권영욱 초청작가와 김성민 시인의 토크쇼를 징행하고 있다             우남희 기자
권영욱 초청작가와 김성민 시인의 토크쇼를 징행하고 있다 우남희 기자

초청 작가는 『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를 쓴 아동문학가 권영욱 시인이다. 오프닝 행사로 동료작가인 장미숙 문우가 오카리나를 연주했고, 토크쇼의 진행은 김성민 시인이 맡았다.

권작가는 문경이 고향으로, 2008년 펜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하였고, 2015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하였다. 개인 시집으로『불씨를 얻다』, 『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를 각각 대구문화재단과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받아 출간하였으며, 『불씨를 얻다』는 한국동시문학회 올해의 좋은 동시집에 선정되었다. 공동 동시집으로 『웃음보 터진다』, 『구름버스 타기』를 발표하였으며 이날 낭송시로 대표작인 「불씨를 얻다」, 「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 「닭 무협지」, 「해님은 왜 앞산에서 뜰까」, 「눈 편지」, 「사과」, 「그림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등 10편을 낭송했다.

작가는

“등단하면 시인이 다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등단은 쓸 수 있는 자격만 부여했지 다가 아님을 깨닫는데 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어느 시인은 제 시가 너무 예쁜 시라고 했다. 예쁜 것이 동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만의 영역을 개척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시가 「불씨를 얻다」이다. 이 시를 비롯해 여러 편을 응모해 푸른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장에서 제 시를 보고 젊은 시인을 뽑았다고 좋아했는데 젊지 않아 다들 놀랐다”고 말했다.

시는 읽으면 바로 와 닿는 시가 있는가 하면 여러 번을 읽어야 그 의미를 알 수 있고 울림을 주는 시가 있다. 그 중에 「눈 편지」는 후자에 해당되는 시다.

엄마/간밤에 눈이 쌓였어/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실컷 써보라고/하얀 편지지 내린 거 맞지//

무슨 얘기부터 써야할까?/‘엄마, 안녕’/‘엄마, 정말 보고 싶었어’/‘엄마, 언제 올 거야’/쓰고 싶은 말 정말 많은데//

‘마음이 급해 또 까먹었네/엄마가/하얗게 차곡차곡 쌓은 얘기/해님이/하나하나 읽어주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걸//

엄마/찬찬히 읽고/답장 써 놓을게/ 엄마도/해님께 찬찬히 읽어달라고 부탁해/하고 싶은 말이/온 들판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으니까//

그런데 엄마,/눈이 자꾸 젖고 있는데/ 설마/눈물을 보낸 건 아니지?//

「눈 편지」전문

작가는 어렸을 때 엄마를 잃어 얼굴을 모른다고 했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작가는 체격도 제일 앞줄에 앉을 정도로 작고 왜소했으며 자신감이 없었던 아이였다고 말한다.

작품을 보면 작가의 환경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엄마의 부재를 비롯해 가정환경까지.

자신에 대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는 작품이 두 편인데 그 중에 한 편이 이 작품이라고 했다.

동시는 동심이 밑바탕을 이룬다. 성인시를 쓰는 작가들도 동시를 많이 쓰고 있다. 그만큼 순수를 지향하고자 함이다.

그는 용학도서관에서 상주작가로 활동하며 취미가 아니라 전업 작가로 동시를 쓰고, 동화를 쓰고 있다. 다음 작품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