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 콩나물을 품다!
늙은 호박, 콩나물을 품다!
  • 장명희 기자
  • 승인 2022.10.1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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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에서 자라는 호박씨처럼
모든 생명체 신비로워
우리는 한쌍. 장명희 기자

가을철에 영양식으로 제일 좋은 것은 호박죽이다. 죽 끓이기가 번거로워 신세대들은 진한 고향 맛을 느끼기 어렵다. 요즘 보편화 돼 있는 것은 고작 죽집에서 환자들 영양식으로 제공하는 죽을 사서 맛을 보는 정도이다.

호박 속에서 호박씨의 새순. 장명희 기자

옛 운치를 떠올려보면, 지금쯤 누런 호박이 툇마루 밑에 즐비했다. 시골집 토담 너머로 서민들의 삶을 한눈에 엿볼 수 있었다. 호박과 우리의 전통적인 식문화 생활은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 같다.

어린 시절 먹던 호박죽 맛이 생각났다. 누런 호박을 힘있게 두 조각으로 나누었더니 콩나물 같은 줄기가 신비롭게 싹이 돋아 있었다. 호박 속에 자라고 있는 새순을 보면서 콩나물시루가 떠올랐다. 호박 속에서 햇볕의 광합성 작용도 없이 새생명의 탄생이 경이롭다.

생명은 모두가 고귀하다. 어느 곳에서나 작은 조건이라도 맞으면 생명이 탄생하는 것 같다. 호박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생명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풀잎 하나라도 소중하게 여기고, 삶에 충실해야겠다. 소박한 호박죽 한 그릇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으며, 새로운 출발점에 선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