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봉’ 주교의 ‘멋진 삶’...91세 ‘강론’ 왕성
‘두봉’ 주교의 ‘멋진 삶’...91세 ‘강론’ 왕성
  • 조광식 기자
  • 승인 2019.04.01 15: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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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파견 65년 .."나는 예수님께 반한 사람"
두봉주교, 자택에서 미사 직전의 모습
두봉 주교가 자택에서 미사를 준비하고 있다.

“저는 예수님이라는 분에게 탄복한 사람입니다. 저는 예수님이라는 분에게 반한 사람입니다. 저는 예수님이라는 분에게 사로잡힌 사람입니다.”

외국인으로서 한국 선교사로 파견되어 65년간 선교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 현재 경북 의성 봉양문화마을에 살고 있는 두봉(91․ 세례명 레나도) 주교이다.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10시 30분에는 조그마한 시골마을 두봉관(자택)에서 미사가 있다.

지난달 31일(일) 기자가 두봉관을 찾았다. 현관에서 두봉 주교가 “환영합니다!”라고 환하게 웃으면서 맞이하였다. 온화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입술은 기자의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아흔 한 살의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건강하게 보였다.

 

두봉주교와 교우들이 미사를 올리고 있다
두봉 주교와 신자들이 미사를 올리고 있다.

신부님 말씀 ‘감동’받아...예수님처럼 ‘사랑’을 가르치며 살겠다

두봉 주교는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태어나 1950년 외국에 천주교를 전파하는 선교사 단체인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를 하였다. 그는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성당에 다니면서 신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고3때 종교철학을 가르치는 신부님께서 여러 종교의 창시자 분들을 소개하다가 예수님에 대하여 얘기를 했습니다. "예수님은 한마디로 사랑이시다. 사랑뿐이시다. 사랑으로 사셨고, 가르친 것은 사랑뿐이었다”라는 신부님의 말에 감동을 받아 예수님처럼 사랑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어 평생 사람들에게 사랑을 가르치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두봉 주교는 1954년 한국에 선교사로 파견되어 12년간 대전교구에서 활동을 했다. 1967년 파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에 임명되어 1년 반 정도 역임을 하였다. 그리고 1969년 주교품을 받고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으로 취임하였다.

퇴임 때까지 22년간을 안동교구장으로 역임하면서 항상 절대약자의 편에서 소외받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민초들을 위하여 아픔을 함께 하였다. 군사정권 때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양심세력과 함께 투쟁을 하다가 추방명령까지 받았으나 교황청의 도움으로 교구장의 소임을 마칠 수 있었다.

 

미사를 하고 있는 천주교 신도들
두봉 주교의 자택 거실에서 미사 중인 천주교 신도들

‘행복’과 ‘사랑’ 그리고 ‘최고’와 '꿈'을 위하여

그는 교우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행복’과 ‘사랑’, ‘최고’, ‘꿈’에 대하여 들려주었다. 먼저, 행복에 대하여 “복(福)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매달은 것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라고 하면서 싱가포르에서 택시를 탔는데 ‘복’자를 거꾸로 달아 놓은 것을 보았다고 한다. 택시기사는 ‘행복은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습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했다.

서울에도 ‘복’자를 거꾸로 달아놓은 중화요리집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면서 “어디서 받으라는 거예요? 하늘이 내리는 복을 받으라는 것 아니겠습니까?”로 그는 반문을 했다.

그는 복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기에 복 받으라는 인사를 한다고 했다. “복에는 여러 가지 복이 있다. 행복, 축복, 수복, 오복, 다복, 음복, 만복 등 다양한 복을 예수님은 하늘의 복을 우리에게 주시는 분이다”라고 하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복음’라고 하고, 기록된 책을 복음서라고 하지요. 복음은 ‘복된 소리’, ‘기쁜 소리’를 말 합니다. 복음서에는 ‘행복하여라, 행복하여라’라는 말씀이 자주 나온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께 탄복한 사람, 반한 사람, 사로잡힌 사람이기에 예수님의 복을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랑’에 대하여 첫째, 이성간의 사랑, 특히나 부부간의 사랑은 좋은 것이며 아름다운 것이다. 성관계를 포함해서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나님이 복을 주는 성사라고 했다. 둘째, 사랑은 정(情)이라고 했다. 마음이 가는 것, 그것을 사랑이라고 했다. 셋째, ‘예수살이’를 사랑이라고 했다. 이것은 예수님의 특수한 사랑이라며 “자유롭고, 정의롭고, 자비롭고, 지혜롭고, 권위가 있으며, 기도하는 분이다”라고 하면서 “예수님의 사랑이 ‘예수살이’이다”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최고’로 멋지게 사는 것에 대하여 “예수님은 특별한 사랑을 사신 분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를 위해 사셨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위하여, 주님을 위하여, 이웃을 위하여 삽니다. 우리는 그런 축복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멋지게 사는 것’, ‘최고로 멋지게 사는 것’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꿈은 이루어진다' 에 대하여 “꿈은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꿈을 꾸며 삽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엄청난 선물을 주고 싶어 하십니다. 당신의 평화, 자유, 기쁨, 생명, 사랑, 행복 등,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은 우리가 꿈꾸는 것보다 더 많습니다”라고 하면서 “하나님께서 당신이 꿈꾸는 선물을 예수님을 보내시어 안내해 주셨다”고 했다.

두봉 주교는 타 종교에도 관심과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정무 스님이 쓰신 「행복해지는 습관」과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연관하여 “행복의 길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을 때 비로소 하느님의 복을 받는다. 다른 데 집착하지 않고 무엇보다 하느님께 마음을 돌리면 복을 받게 된다. 타 종교도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한 방향이다”라고 하면서 불교의 교리에 조심스레 접근하면서 이해를 하고 있다.

 

미사직전 서재에서 두봉주교의 모습
미사 직전 서재에서 두봉 주교의 모습

“기쁘고 떳떳하게 살자!”...김수환 추기경과 가깝게 지내

정치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더니 “조심스럽다”면서 간단하게 의미있는 말을 했다. “정치가 대단히 중요하다. 나라 앞날을 좌우하는 것이 정치이다. 정당정치는 좋지만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리당략에 대해 서로 싸움질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정치인들 특히 국회의원부터 양심적으로 순수하고 깨끗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옳은 것은 장려하고, 옳지 않은 것은 분명하게 말했으면 좋겠다”라고 하면서 “기쁘고 떳떳하게 살자!”고 당부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파리외방전교회에 명예회원으로 있어 가깝게 지냈다. 추기경이 마산교구에서 서울교구장으로 오면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당시 상임위원으로 있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친분을 쌓았다고 했다.

오랫동안 머물렀던 안동교구에 대하여서도 전언하였다. “금년 5월 26일날 안동교구에서 50주년 행사에 파리외방전교회 종장과 한국의 여러 교구 주교가 참석한다. 교우들과 성직자들이 모여서 새로운 출발의 의미로 행사와 연구·발표를 한다”고 조용히 말했다.

 

두봉주교 자택(두봉관)
두봉 주교 자택(두봉관)

주님께서 부르실 때까지 ‘피정’과 ‘강론’할 것

장시간의 인터뷰에도 피로한 기색 없이 미소를 띠는 모습이 건강해 보였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9시까지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바치는 기도와 개인 기도를 하고 아침식사를 한다. 오전 대부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글을 쓴다고 했다. 오후에는 방문객 접견과 텃밭을 가꾸어 이웃들에게 채소를 나누어 먹는다고 전했다. 오후 6~7시에 저녁 식사를 마치고 2시간 정도 기도를 올린다고 했다. 식사는 빵보다는 밥, 수프보다는 된장국을 좋아한다고 했다. TV는 전혀 보지 않고 세상 돌아가는 뉴스는 인터넷을 통해 전해 듣는다고 했다.

두봉 주교는 1990년 교구장에서 퇴임한 후에도 평생교육차원에서 피정지도와 강론을 하고 있다. 그는 “바르게 살자, 양심대로 살자, 남을 비난하고 헐뜯지 말고 살자”면서 항상 가난하고 겸손한 삶을 살아가는 선각자로서 모든 사람들의 등불이 되어주고 있다. “내년 2~3월 피정(연수회) 예약을 부탁 받았다. 나이가 많으니까 앞으로 피정활동을 언제까지 할 지 장담을 못한다. 만약 주님께서 건강을 주신다면 끝까지 해보겠다”고 호탕하게 웃으면서 남은 여생도 강론과 피정활동에 할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