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태 박사의 고금소총] 五妙動心(오묘동심)
[오상태 박사의 고금소총] 五妙動心(오묘동심)
  • 시니어每日
  • 승인 2022.04.0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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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다섯가지

鰲城少時 逢道人南宮斗 斗時年八十餘 顔貌不衰 若四十歲時人

鰲城問曰 子年幾九十 精力如齡兒 用何方若是 願學其術

斗曰 "吾術甚易 惟有遠色"

鰲城曰 "人生世間所好者色 若不近色 雖壽至千歲 何益"

斗曰 "子言太過"

鰲城戱曰 "若其花容 綽約蕙質濃艶 淸歌妙舞謁雲回雪

란辭婉語琅若鳴玉 脂粉香澤觸亂心鼻 芳宵綺席盡態極姸

有一於此 尙且牽情 況兼此五妙 卽雖廣平鐵石心腸 安能不動乎"

斗曰 "此五妙皆閻王差使 而子不悟也"

鰲城笑曰 "閻王宮中 豈無一女子乎"

斗含笑

--- 續禦眠盾 ---

*이항복(1556-1618) 조선중기 문신,정치가,시인, 승정원 동부승지, 영의정 역임

*남궁두(1526-1620) 조선조 중기의 단학파 도교인, 방술에 뛰어남

*완어:완곡하게 하는 말

*알운:구름을 멈추게 할 정도의 묘한 소리

*차사:죄인 잡는 하인

[풀이] 오성 이항복이 젊었을 때, 남궁두를 만나게 되었다.

궁두의 나이 여든이 지났는데 얼굴은 늙지 않아 마흔 살 정도의 젊은이처럼 보였다.

오성이 물어 보았다.

"그대의 나이 거의 아흔인데 정력은 아직 어린이와 같아 보이니, 어떠한 비법을 쓰는지 알고 싶습니다."

궁두가 대답했다.

"나의 그 비법은 매우 쉬운데, 오로지 여색을 멀리하는 것 뿐이지요"

오성이 말했다.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좋아하는 바가 여색인데, 만일 여색을 가까이 않는다면

비록 일천년을 산들 무슨 이로움이 있겠소?"

오성이 반문하자, 궁두가 말했다.

"그대의 말은 아주 틀린 것이오."

오성이 희롱삼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얼굴은 꽃 같고 몸매는 가냘프며

성품은 난초처럼 풍염하게 무르익은 것

맑은 노래는 가는 구름도 멈추게 하고

묘한 춤은 눈발이 휘감도는 것 순하고

간들거리는 말씨 구슬 울리듯 하는 것

연지분 향내 풍기며 사람 마음 울렁이게 하는 것

꽃다운 밤 비단 자리에서 온갖 고운 교태 부리는 것

이들 중 한 가지만 가진 여인이라도 사람 마음 이끄는 법입니다.

하물며 이 다섯 오묘를 갖춘 여인이라면

비록 당나라 명신 송경(663~737)의

철석 심장 소유자라 할지라도 어찌 그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지요?"

그러자 궁두가 말했다.

"그대가 말하는 그 다섯 가지 아름다움이란 바로 염라대왕의

사자라는 것을 왜 모르는고?"

궁두가 대답하자, 오성이 웃으며 말했다.

"염왕전이라고 해도 어찌 여자 한 사람 없겠는가요?"

궁두는 말없이 미소를 머금고 말았다.

오상태 전 대구대 국문학과 교수

오상태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