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태 박사의 고금소총] ①승환압리(僧換押吏)
[오상태 박사의 고금소총] ①승환압리(僧換押吏)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2.03.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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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압송해 가는 아전이 바뀌다

<원문>

古有一僧 被罪遠配 吏押去至中道 僧沽得秋露 飮押吏 吏泥醉倒地 僧乘其醉隙而 削吏鬚髮 脫弁着地 解衲衣之後 仍着吏官服而 自稱押吏 督醉吏而去 吏酒醒後 環顧其身曰

僧卽在是 吾身何去 竟替僧而去 聞者胡盧

野史氏曰 世之有罪者 以巧計獲免 無罪者 或橫罹未脫 其與僧與吏一轍

可悲也夫

--蓂葉志諧 --

*押:관리할 압 *吏:아전 리 *配:귀양보낼 배 *泥醉(이취):술이매우 취함 *弁:고깔 변 *衲:장삼 납 *胡盧(호로):입을 가리고 깔깔 웃음

<풀이>

옛날에 한 스님이 죄를 지어 멀리 유배를 가게 되었다. 아전 형리가 그를 압송해 가다가 중도에 이르자 스님이 추로 술을 사서 아전에게 마시게 했다. 아전이 곤드레만드레 몹시 취해 땅에 거꾸러지고 말았다.

아전이 술 취한 틈을 타서 스님은 아전의 수염과 머리털을 모두 깎아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고깔을 벗어 아전에게 씌우고 또 장삼을 벗어 입히고 스님 자신은 아전의 관복을 입었다.

이렇듯 스님은 압송하는 아전으로 자칭하고 재촉해 가게 되었다. 술이 깨어 아전이 자신의 몸을 살펴보고는 말했다.

"중은 여기에 있는데, 내 몸은 어디로 갔지?"

마침내 아전과 스님이 유배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입을 가리고 깔깔 웃었다.

野史 氏는 이런 평을 했다.

"세상에서 죄를 지은 자가 교묘한 계책으로 화를 면하고, 죄 없는 자가 억울하게 죄에 몰려 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위 이야기에서 스님과 아전의 관계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하겠다.

가히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