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나일강의 죽음
[영화 이야기] 나일강의 죽음
  • 김동남 기자
  • 승인 2022.02.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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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아름다움을 새삼 일깨워주는 영화

요즘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황당한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마스크를 하고 이마까지 내려오는 모자를 쓰고 두툼한 외투를 걸치니 내가 나인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렴 어떠랴. 다른 영화도 아니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대형화면으로 만날 수 있다는데. 학창 시절에 아서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나는 특별히 더 애거서 크리스티에 몰입했다. 공부는 뒷전이고 하루종일 그녀의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스릴러란 장르가 주는 정신적인 긴장감, 압박감에 쫓기다가도 탐정과 함께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색다른 쾌감이 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그녀는 누구인가?

그녀는 영국을 대표하는 추리소설작가이다. 성경, 윌리엄 세익스피어 다음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그녀의 책을 읽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녀의 작품을 거의 완독했으며 ‘쥐덫’은 수십 년째 정주행 중이다. 그녀의 대표작 반열에 오른 ‘나일강의 죽음’이 영화화되고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되었다고 하니 영화를 대하는 우리의 수준과 감성만큼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젊디 젊은 미모의 억만장자 유산 상속인 리넷이 친구 재키의 남친을 빼앗아 결혼하게 되고 초대한 사람들과 함께 초호화 유람선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이때 복수심에 불타는 재키가 그녀를 따라 다니니 뭔가 사건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이 고조된다. 나일강을 따라가는 유람선에서 재키는 옛 애인 사이먼에게 부상을 입히고 그 치정극이 벌어진 다음 날, 자신의 방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리넷.

 

코난 도일의 소설에는 셜록 홈즈가 모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애거서 크리스티는 에르큘 푸아로라는 콧수염이 매력적이고 따뜻한 눈빛을 가진 중년 남자를 사건의 해결사로 내세운다. 우연히 유람선에 탑승한 푸아로는 여객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이 마무리되기는  커녕 새로운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외부인의 왕래가 있을 수 없는 공간이니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당연히 남친을 리셋에게 빼앗긴 재키가 첫 번째 용의자이다. 각각 다른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초대객들과 진실을 밝히려는 푸와로의 치열한 대결이 마침내 정점에 이른다.

모든 추리를 끝낸 푸와로가 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후 범인과 그 동기를 설명하는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호화유람선이 의미하는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재현한 배경, 의상 등의 화려함만으로도 충분한 눈요깃거리이고 나일강의 주변 경관은 물론 일출과 일몰의 빼어난 영상미는 방콕, 집콕에 지친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는 대리만족을 안겨주었다. 덕분에 영화관을 나서는 나의 머릿속엔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추가되었다.

팬데믹이 끝나는 날 제일 먼저 이집트 유람선여행을 해야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