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유 수필집 '달밤에 너를 그린다' 출간
김선유 수필집 '달밤에 너를 그린다' 출간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1.09.0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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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사가 풀어가는 이야기
인간의 주체적인 존재성을 중시하는 담론적 수필
'달밤에 너를 그린다' 출판기념식
'달밤에 너를 그린다' 출판기념식. 노정희기자

9월 1일 수성구 아현정 한정식 식당 별관에서 작은 출판기념식이 열렸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마스크와 손 세척을 마치고 좌석마다 거리 띄우기를 준수한 가운데 식은 진행되었다. 

수필가로 등단한 문하생들의 모임인 '책쓰기포럼 수요반'은 10여 년 넘게 글공부를 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 방학을 제외한 매주 수요일 오후에 모여 책읽기와 토론, 글쓰기와 합평으로 돈독한 정을 나누는 모임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만남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에는 ZOOM 수업으로 문학공부를 이어왔다.

김선유 수필가의 첫 수필집 출간을 축하하기 위하여 책쓰기포럼 회원들은 작은 출판기념식을 준비했다. 배해주 수필가의 사회와 윤애자 총무의 수고 하에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축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수필을 지도하고, 작품론을 써 준 여세주 교수와 김선유 수필가
수필을 지도하고, 작품론을 써 준 여세주 교수(우측)와 김선유 수필가(좌측). 노정희기자

김선유 수필가는 대구에서 태어나 현재 팔공산 자락에 살고 있다. 솔빛심리상담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중고교와 대학 학생상담센터 등에서 일했다. 그리고 2013년 계간 ‘문장’ 잡지에 수필가로 등단하였다.

저자는 심리상담전문가이다. 대학 상담센터에서 교직원 자녀를 위한 프로그램 중에 별이를 만났다. 해석상담을 해주느라 만난 별이엄마는 지친 모습이었다.

'언젠가는 엄마가 될 세상의 딸들을 위하여, 또 다른 별이엄마를 위하여 책을 쓰겠노라며 발 디딘 글쓰기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길에서 미처 자라지 못한 나의 내면 아이와 조우했고, 존경하지만 원망의 대상이기도 했던 아버지와 화해했다. 솔직히 아직도 언저리에서 헤매는 중이다. 달밤에 너를 그린다'- 저자의 말 중에서

수필집 '달밤에 너를 그린다'
수필집 '달밤에 너를 그린다' 요요북스 2021,

'얼음낚시를 하는 풍경이 떠오른다. 숨구멍으로 낚시꾼이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다. 얼음 아래 고기가 빛을 따라 미끼라도 물라치면 어김없이 낚아챈다. 엄마들은 입에 호루라기를 물고 있다가 숨 쉬려고 고개 내미는 아이를 향해 날카로운 소리로 경고한다. 그러면 안 돼! 숨이 가쁘다는 아이에게 닦달한다. 너는 누굴 닮아 그리 참을성이 없느냐. 좀 참아라. 그것도 못 참냐.

리모컨을 누르는 대로 아이가 움직여 주기를 바랐던 적이 나 역시 있었다. 아이는 내 배 속에서 잠시 있다 나왔을 뿐 나와는 다른 인격체라는 걸 숱한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다. 내가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을 버리니 아이의 낯빛이 밝아졌다.'-<숨>에서

 

'헤어지기 전, 어떻게 수도자의 길을 가려고 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글라라가 나직한 음성으로 답했다. 그냥요…. 참 무심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에서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울림 때문이었을까.

‘주께서 집을 아니 지어 주시면 그 짓는 자들 수고가 헛되리로다.’

성서 한 구절이 생각난다. 내 기도의 대부분은 가족이다. 기껏해야 지인과 이웃을 위한 기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세상 사람을 위해 회개하고 죄인을 위해 기도하라’는 성모님 말씀대로 살기 위해 먼 이국의 봉쇄 수도원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이도 있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성지순례에 나섰던가. '-<수지 글라라>에서

여세주 평론가는 김선유 수필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선유의 ‘달밤에 너를 그린다’는 십 년 동안 쓴 글들을 묶은 첫 수필집이다. 한 권의 수필집을 상재하기까지 벼리고 벼린 시간만큼 작품들은 매우 정성스러운 언어들로 짜여 있다. 단시간에 속필로 휘갈겨 쓴 글이 아니라, 오랫동안 힘을 꾹꾹 눌러 쓴 글이다. 명조체로 쓴 글이라기보다는 고딕체로 쓴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단어 하나를 선택하고 문장 하나를 구성하는 데 곡진한 정성을 쏟았다는 말이다. 언어의 요체만으로 신중하게 얽어 짠 문장들은 중의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평범한 언어의 조합이 평범하지 않은 의미를 발산한다. -중략-

수필가 김선유는 문장과 문장, 단락과 단락을 연결할 때 촘촘하게 메우지 않고 성글게 비운다. 자질구레한 수다들은 떨어내고 요체만으로 작품을 구성하여 행간의 여백이 넓다. 이런 작품들을 읽을 때는 섶다리가 아니라 돌다리를 건너는 느낌이 든다. 돌다리를 건널 때마다 잠시 멈칫거리게 된다. 편하게 읽으려는 독자들의 안일한 태도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수필은 골똘히 생각하며 읽어야 읽힌다. 그래서 김선유의 수필은 만만하지 않다.'

김선유 수필집 '달밤에 너를 그린다' 는 '요요북스' 출판사에서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