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걷지만, 함께 걷는 봄맞이 길
따로 걷지만, 함께 걷는 봄맞이 길
  • 고지천 기자
  • 승인 2021.06.0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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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증에 대응한 이색 행사
오어사 전경(포항시 오천읍 소재 오오지둘레길에서 바라본) '고지천 기자'
오어사(포항시 오천읍 소재 오어지 둘레길에서 바라본 전경).  고지천 기자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증이 우리의 삶을 확 바꾸어 놓고 있다. 친한 친구 그리고 가족 간의 만남도 사실 조심스럽고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감염증의 계속된 장기화로 만남이 없거나 줄어든 가운데 혼자 밥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일하는, 혼자가 편하다는 ‘나 홀로 족’이 뜨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이색 맞춤형 모임을 시작한 곳이 있다. 경북 포항의 오천중학교 1979년 졸업동기 모임이다. 지난 4월 한 달간 매주 주말을 이용하여 정부의 코로나19 감염증 방역지침인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준수하면서 동기들의 단합을 도모하고자 이색 맞춤형 모임을 가졌다.

2020년도에는 코로나19 감염증 만연으로 동기 모임 자체가 없었다. 그러나 올 해에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모임을 가졌다. 그들만의 모임 방법은 4명씩 팀을 이루고, 같은 날 팀이 중복된 경우 30분씩의 편차를 두어, 오어지 둘레길(경북 포항시 오천읍소재)을 트레킹하는 것이었다.

오어지둘레길 안내판(경북 포항시 오천읍소재)
오어지 둘레길 안내판(경북 포항시 오천읍소재). 고지천 기자

 

먼저 출발 집결지에 4명의 동기가 모두 모이면, 동기회에서 미리 준비한 음료수를 제공받고, 출발 인증샷을 카톡 공유방에 올리고, 차량 1대에 4명이 동승하여 트레킹 장소 주차장으로 출발했다.

오어지 둘레길을 트레킹하는 2시간 동안에 임무가 주어졌다. 4명씩 함께 사진을 촬영할 장소가 지정되어 있었다. 지정된 장소에서 인증샷하여 카톡 공유방에 올린다. 그러면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숨 쉬며 움직이는 동기들의 영상을 통해 간접적이지만 함께 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고 한다. 트레킹이 끝나고 참여한 팀들마다 미리 예약해 두었던 장소에서 식사를 한 후 인증샷을 카톡 공유방에 올리면 동기회에서 팀별로 식비를 지원했다.

행사를 주관한 동기회에서는 카톡 공유방에 올려진 같은 장소, 다른 시간대의 여러 사진자료를 '따로 걷지만 함께 걷는 봄맞이 길' 이라는 영상자료로 만들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행사에 참여한 K씨는 '이렇게라도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지고 소통한 것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았다'라며 다음 행사가 기대된다고 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하였다.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홀로 살 수 없으며,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증이 개개인에게 많은 답답함을 안겼고,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단절되어 안타까웠다는 사실을 모두가 절실히 공감할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 감염증이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낮선 환경을 맞이하고 있지만 현재의 여건속에서도 다양한 소통방법을 통해서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늘 그냥 주어지는 것 같았던 평범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