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익장 등산모임 수금회] 매주 2번 갓바위를 오르다②
[90대 노익장 등산모임 수금회] 매주 2번 갓바위를 오르다②
  • 시니어每日
  • 승인 2021.04.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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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도 베드로(대구대 명예교수, 문학박사) 교수 기고
갓바위
관암사
관암사

 

 

 

 

 

 

팔공산 지역에는 사찰이 많이 산재되어 있어 우리가 오르는 길 양쪽에도 출발지점에 있는 보은사(報恩寺)를 비롯하여 광덕사(廣德寺), 관음사(觀音寺), 관암사(冠巖寺), 용덕사(龍德寺) 등 다섯 개 사찰이 있다. 그래서 각 사찰과 갓바위로 불공드리러 가는 불자들로 항상 분비는 등산길이기도 하다.

길 1km까지는 계단이 없으나 관암사부터는 갓바위가는 돌계단길이 시작된다. 계단은 모두 1,365 계단이라고 안내판에 적혀있다. 1년 365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 구간이어서 땀이 많이 흐르고 힘들지만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 기분은 상쾌하다.

중간 중간 쉴 공간이 있어 쉬면서 해발 850m 갓바위 정상에 오르면 사람들이 열심히 불공을 드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앞에 갓을 쓴 커다란 불상이 좌정하고 있다. 높이 5.5m 규모의 이 불상은 불상 머리에 갓 모양의 넓은 돌이 얹어져 있어 ‘갓바위’란 이름이 지어졌다. 병풍석과 같은 여러 개의 바위로 둘러싸인 공간속에 불상과 대좌를 하나의 돌에다 조각하였다. 정확한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이다

석조여래좌상은 석가모니 붓다가 보리수 아래에서깨달음을 이룰 때 취하였던 손 자세로서 마귀를 굴복시키고 지신(地神)을 불러내어 이를 증멸하는 것을 나타내는 좌상이라 한다. 아마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불상이 아니가 싶다. 크기와 형태 그리고 장소가 주는 특수성까지 고려해서 대단한 문화유산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 불상은 신라 선덕여왕 때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관봉석조여래좌상은 오래 전부터 영험한 부처로 알려져 있으며 누구나 이 불상 앞에서 지성으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특히 불상 위에 보개(寶蓋)가 학사모와 비슷하여 불상 앞에서 기도하는 것이 수험생에게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면서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입시철과 1월 1일에는 기도와 해돋이 인파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이 등산길은 정상적인 걸음으로는 2시간 쯤 걸린다. 그러나 연로한 분이나 몸이 좀 불편한 사람은 중간 중간 쉬어 가기 때문에 3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상 지금까지는 우리 수금회 회원들이 늘 갓바위 정상까지 다니던 등산 이야기였다. 지금부터는 요즘의 등산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올해 우리 회원들의 나이는 모두가 90대 고령이다. 그래서 요즘의 등산은 무리하게 갓바위 정상까지는 오르지 않고 중간지점에 위치한 관암사까지만 갔다 돌아온다.

숲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등산 하는 것이 보약보다 더 좋은 건강관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현 회원 중 몇 분은 병원에서 큰 수술을 한두 번 받은 경험이 있는데도 구순이 넘은 지금도 건강한 체력으로 20년 이상의 등산을 계속 하고 있으니 이것이 등산의 보람이 아닐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오르다 보면 쉽게 우리가 정한 제1휴게소에 도착한다. 여기서 벤치에 앉아 땀을 시치며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마지막 휴게소인 제2휴게소로 올라간다. 제2휴게소는 한국불교대학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 조계종 관음사 뜰에 마련되어 있다.

제2휴게소에 도착하면 여기서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다. 쉬는 동안 어떤 때는 산에서 자주 만나던 사람들을 또 만나게 된다. 다시 만났을 때는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옆에 앉아 담소도 나눈다. 한번은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과 담소하면서 나이를 물었더니 80대 초반이라 말하기에 우리는 90대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자기는 동년배 정도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분은 실재로 우리가 보기에도 우리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곳등산객들 중 우리가 가장 나이 많은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건강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나이 많은 서글픔이 머리를 스쳐갔다.

우리는 여기서도 10분 정도 쉬었다가 최종 목적지인 관암사로 올라간다.

관암사에 도착하면 먼저 지하 150m 암반수로 건강에 좋다는 감로수를 시원하게 마신다. 그리고는 여기저기 쉴 수 있는 공간에 걸터앉아 땀을 시치며 마지막 휴식을 취한다. 정상적인 걸음으로 30분 정도 걸리는 길이지만 우리는 두 번 쉬다가 올라오니 1시간이 걸린 셈이다.

관암사는 1962년에 창건 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실제로는 2010년에 대웅전을 비롯하여 12동의 전각을 중창함으로써 오늘의 전통가람의 면모를 갖춘 크고 아담한 사찰이다. 절 마당 앞쪽에는 아침저녁 하루 두 번씩 친다는 높이 2m 정도의 커다란 범종이 걸려있는데 이 절의 이미지를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관암사에서 약 15분 정도휴식을 취한 후 출발지로 되돌아 내려간다. 올라갈 때는 쉬면서 올랐기 때문에 1시간이 걸렸지만 내려갈 때는 쉬지 않고 가기 때문에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내려와서 점심을 먹기 위해 단골식당인에 들러 저녁때까지 놀다가 오후 5시 경에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출발하여 집으로 돌아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