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노을 속의 여자들
〔탐방〕 노을 속의 여자들
  • 노정희
  • 승인 2019.03.0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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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도예공방은 동암로의 ‘수다 방앗간’
뒷줄 왼쪽 첫 번째 조경희 씨. 앞줄 두 번째 신성해 씨, 구귀련 씨.

대구 북구 동암로 ‘노을 도예공방’ 대표 조경희(56) 씨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혹시 이 근처를 지나는 분은 퍼뜩 들어오이소’ 페이스북이나 메시지에 글을 남기는 그녀는 키가 커서 꺽다리, 눈이 커서 호수라는 애칭이 붙었다.

공방에는 아주머니 수강생들이 왁자하니 웃음꽃 만발이다. ‘빚고 싶은 건 다 빚는’ 곳이 ‘노을 공방’이라고 조 씨가 말하면 수강생들은 이내 맞장구를 친다. “빚는 순간이 꽃이지, 선생이 갈쳐주니까 하제. 우리가 어예 이런 걸 다 해 보노.” 무른 흙을 치고, 주무르고, 다듬고, 빚고 또 빚어 꽃밭을 만든다.

공방에는 10여 명의 수강생이 문지방을 넘나든다. 한 사람이 나가면 또 한 사람이 들어와 머릿수를 채운다. 공방에는 기물 구매 고객보다는 물 마시러 오는 이, 얼굴 보러 오는 이, 밥 먹으러 오는 이들이 더 많다. “계산은 모릅니다. 적자는 아닙니다. 즐겁게 지내다 보니 먹을 게 넘치고 사람 발길이 끊기지 않는 '노는' 공방이 되었습니다”고 말하는 주인장의 품새가 평온하고 따뜻하다.

요양사 출신이며 수필가인 조 씨는 특히 어르신들을 잘 챙긴다. 공방은 유치원생들의 체험 학습장이 되기도 하고 어르신들의 체험놀이방이 되기도 한다.
“사는 게 꽃 같다가 뭐 같다가 하더니, 세월이 나를 이래 만들어 놨어.”
“보이소. 사는 거 잠깐이시더. 나도 내가 이케 빨리 할매가 될 줄 몰랐디라.”
조 씨는 어르신들의 말을 들어주고, 잘 ‘놀아 드리는’ 게 보람이라고 한다.

공방에는 수시로 이벤트가 열린다. 신성해(61세) 씨의 생일이 되자 구귀련(64세) 씨가 미역국과 잡채, 불고기를 준비했고, 다른 수강생이 전과 과일, 케이크 등을 마련해 축하 상차림을 마련했다. 공방에서 두 수강생의 정 나눔이 각별하여 동성 부부로 불린다며 귀띔한다. 
공방 수강생들은 해마다 전시회를 열고, 대구시 ‧ 북구에서 추진하는 축제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작년에는 학정로 ‘논두렁밭두렁 축제장’에서 ‘노을 주막’을 열어 부추전과 커피를 팔았다. 올해는 ‘속이 하얀 배추전’을 메뉴에 추가하겠다고 한다.
돈이 남는 게 아니라 기술이 남는 것이고, 부자가 아니라 자신이 행복해지는 게 꿈이라는 그녀는 “이따금 힘겹게 건너야 할 징검다리가 있기는 하지만 까짓거 풍덩 빠지면 또 어떻습니까. 툭툭 물기 털고 다시 성큼 건너면 되는 거지요.” 뭐든 잘 될 것이라고 웃는다. 도예공방 노을에 수다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