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지지(老馬之智)
노마지지(老馬之智)
  • 방종현 기자
  • 승인 2019.03.05 14: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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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지지(老馬之智)란 말이 있습니다.

직역하자면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으로, 늙은 말에게 길을 묻는다는 뜻입니다.

중국 제나라의 환공이 명재상 관중과 함께 고죽국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날이 저물고 극심한 눈보라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병사들은 굶주림과 피로로 지쳐 있었습니다. 첩첩산중에 나갈 길을 찾지 못해 제자리만 맴돌았답니다. 그때 관중의 제안을 받은 환공이 늙은 말을 골라 풀어 놓으라 명령했습니다.

늙은 말이 향하는 곳을 따라 나가자 드디어 출구가 나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얘기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옛날 어느 부잣집에 쥐들이 살았습니다. 쥐야 가난한 집에도 있었겠지만, 부잣집에는 아무래도 먹을 게 많으니 더 많았겠지요.

부잣집 쥐들이 가마니를 뚫고 먹이를 훔쳐 먹곤 했는데 어느 날 쥐들이 드나드는 곳을 모두 밤송이로 막아버렸습니다. 쥐들이 먹이를 찾아 도착하니 수천 개의 창이 앞을 막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낙담하고 있을 때 늙은 쥐가 슬그머니 부엌으로 가서 따개비를 물고 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누룽지 긁을 때 사용하는 큰 조개껍데기였습니다.

젊은 쥐들이 따개비를 머리에 쓰고 일제히 밀어붙여 밤송이를 밀어내고 먹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먹이 앞에서 젊은 쥐들이 힘으로 늙은 쥐를 밀어내며 홀대하다가 늙은 쥐에게 제대로 한 수를 배운 셈입니다. 늙은 쥐의 경험이 빛이 난 것입니다.

그리스 속담에 집안에 노인 없으면 빌려서라도 모셔 와서 물어보라고 합니다. 국가가 어려움에 부닥치면 원로를 찾아 조언을 받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사마소 또는 유향소를 두어 지방관인 수령의 통치를 돕는 자문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 경험한 일이 많을수록 지혜가 많을 것입니다. 그 지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빛이 날 수 있고 사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