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 최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 최씨
  • 우순자(파란꿈) 기자
  • 승인 2019.09.3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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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골 종가 교육의 현장을 찾아서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재산은 만 석 이상 지니지 마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온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이는 지도자의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최씨 사성공파 경주 최부자 가문의 가훈이다. .

경주 최부자와 먼 친척이기도 하며 이런 도덕적 책무를 실행한 가문으로 대구 동구 둔산동에 가면 경주최씨 옻골 종가가 있다. 대구시 민속자료 1호로 선정되었으며, 국가지정문화재 제261호, 돌담길 등록문화재  266호, 전통마을 30에 선정된 마을이기도 하다.

이 마을의 문중 사무실이 있는 계산동에서는, 9월 25일 오후 7시, 옻골 전통마을에 대한 강의가 마련되었다.

강의를 맡은 백불암 연구소 소장인 최언돈씨(75)는 “유림 몇 분이 오셔 직접 마을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해설사님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 제가 소개하는 걸 듣고 자료 요청과 함께 특강을 한 번 해 주었으면 했어요. 뿐만 아니라 옻골에 사는 젊은 우리 후손들도 전통문화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이런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라고 강좌를 시작한 동기를 밝혔다.

최언돈씨의 태극기와 태극도설 강의. 우순자 기자

그래서 그런지 25여 명의 수강생 대부분이 해설사와 문중의 젊은 사람들이었다.

강의는 3강으로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이루어진다.

지난 8월에 시작된 1강에서는 옻골 마을의 학맥, 유·무형의 자산, 전통 사상 및 백불암 선생의 경敬과 효제孝悌 및 그 실천實踐 사상을, 2강에서는 옻골 마을의 문화적 가치와 각 건물의 성격과 배치, 가문의 특징, 유학의 실천적 지침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훈을 어떻게 오늘에 접목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였다.

마지막 3강은 10월 30일로 해설사와 문중에서 각각 한 명씩 나와 초등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연이 계획되어 있다.

강의를 듣고 있는 해설사와 문중 사람들. 우순자 기자

차종부인 엄효원(36)님은 “지금까지 차종부인 걸 실감하지 못했는데, 강의 중 차종부로서 종가의 풍습과 법도를 익히고 지켜야 한다는 말씀을 들으니 부담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하나씩 종부로서의 길을 배우고 익히려고 한다”고 했다.

10여 년 전에 옻골 마을에서 근무했다는 백혜영(61)해설사는 “자료를 찾아 공부를 많이 했는데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번 강의를 통해 강사님이 편저(編著)한 퇴계선생의 ‘성학십도와 경’을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최언돈 강사는 지금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영남퇴계학연구원에서, 도산서원 거경대학에서 퇴계선생의 ‘성학십도와 경’을 강의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닌다는 퇴계선생의 성학십도. 우순자 기자

옻골마을은 학생들의 현장 학습장으로, 민속마을의 고즈넉한 돌담길을 걸으며 힐링하기 위해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