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족]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
[그래도 가족]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3.04.27 14: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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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한 반려동물에게
사랑하고 교감하며 위로 받는 사람들
개, 고양이, 햄스터, 앵무새, 토끼 등 종류도 다양해져

기자가 운영하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에는 많은 반려인이 한 가족인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면서 찾아온다. 슬픔에 젖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 십 년을 함께한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 잡은 반려동물을 생각해 본다.

◆ 반려동물과 함께한 역사

인류 역사상 사람과 가장 친화적인 동물이 개(犬)다. 고고학자들이 화석을 통해 반려견의 조상으로 추정하고 있는 동물이 늑대이다.

인류가 야생의 동물들을 길들여서 가축으로 함께 살게 된 것을 가축화(domestication)라 부르는데, 약 1만2천년에서 3만5천년 전 구석기에도 개와 함께 살았던 증거가 발견된다. 화석에 나타난 최초의 가축은 개로 알려져 있으며 개를 최초로 순화시킨 사람들은 중근동 및 신대륙의 인류일 것으로 추정한다. 그 연대는 최고 3만5천년 전에서 1만2천년 사이로 생각한다. 최초의 화석은 지금의 이스라엘의 원형 집 자리에서 발견된 1만2천년 전 화석으로 개를 안은 자세로 묻힌 여인의 유골과 함께 발굴된 것이 있다.

기원전 5천년 전쯤에 고대 이집트에서 그려진 벽화에도 오늘날의 반려견 사육과 유사한 반려견의 모습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아마 생존환경에서 먹이가 부족했던 개들이 인류의 거주지로 자주 접근하게 되고, 인간이 음식을 나누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생기게 되었을 것이다. 개들이 맹수의 접근과 외부의 적들이 침입하는 사실을 인간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개가 인간보다 뛰어난 후각과 청각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인간과 함께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다.

반려동물의 종류도 개, 고양이, 토끼, 앵무새, 햄스터 등 다양해지고 있다.
반려동물의 종류도 개, 고양이, 토끼, 앵무새, 햄스터 등 다양해지고 있다.

◆ 현대인과 반려동물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행동 동물학자인 콘라드 로렌츠가 처음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애완동물이란 이름으로 길러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 초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율은 25.4%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양육인구는 6백2만 가구, 1천3백6만명으로 추산된다.

제주에서 반려견 다섯 마리와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는 김미리(56) 씨는 반려동물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처음에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입양하게 됐어요. 그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이었거든요. 나를 따르던 눈빛에 이끌려 ‘하니’를 입양하며,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 받았습니다. 누구는 많은 아이를 돌보는 일이 힘들지 않으냐고 하지만, 그 아이들이 있어 오히려 제가 힘을 얻고 타인과의 이해를 넓히는 역할도 합니다.”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75.6%가 ‘개’를 기르고 있고,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는 27.7%였다. 3위는 물고기(7.3%), 4위는 햄스터(1.5%)였으며, 거북이(1.0%), 새(1.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려동물의 종류는 여전히 개와 고양이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토끼, 이구아나, 기니피그, 사슴벌레 등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 반려동물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들

인간과 반려동물의 사이에도 죽음이라는 큰 강이 있다. 근래에는 펫로스 신드롬(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을 경험하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이별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장례식’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례’라는 의식을 통해 작별하고,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듯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동물장례식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고 가족화되어간다는 느낌은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다. 2022년 2월, 함께 살아왔던 토끼를 장례식장에서 보내고 아쉬워하는 마음을 담아 보내준 한 반려인의 편지를 소개한다.

 

무지개다리 건넌 복실아

복실이는 토끼랍니다. 어떤 종류의 토끼인지도 모릅니다. 처음 복실이를 만난 날은 엄청 추운 겨울이었는데 보내는 날도 엄청 춥네요. 8년 전의 일입니다. 어른 주먹만 하고 뽀얀 털에 까만 눈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답니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거짓말처럼 만났습니다. 엄청 추운 겨울에 오돌오돌 떨고 있는 토끼를 무작정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이 인연이 되었답니다. 복실이는 저를 위해 재롱을 피우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저를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먹이를 먹을 때 입을 오물거리면서도 눈은 계속 저를 쳐다봅니다. 우리는 동작이나 눈빛만 보아도 서로 감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행복을 나눈다는 걸, 사랑하는 복실이를 통해 알았습니다.

 

핵가족화와 고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또 다른 가족, 반려동물이 점점 더 우리와 가까워지고 있다. 교감의 상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정과 가족을 생각하며 반려동물이 동물 이상의 위치에 있음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