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내 나이가 어때서!
  • 배소일 기자
  • 승인 2023.03.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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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권력이다. 미인은 항상 승리한다 -서양 속담-

​인간은 감각 수용의 약 80%를 시각에 의존한다. 청각 미각 후각 등 다른 감각에 대한 의존도는 20%에 불과하다. 과일이나 채소도 못생기면 값이 팍 내려가며 식물도 못생기면 사람들이 찾지 않기 마련이니, 사람의 외모에 대해 우리 뇌가 느끼는 호감과 비 호감의 간극은 엄청날 것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듯한 얼굴과 몸매는 그 사람의 건강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다. 이처럼 외모를 숭상하는 풍조 자체는 특정한 국가, 민족, 시대, 성별, 수준, 종교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며 인류 공통, 심지어 인류를 넘어서 지각이 발달한 고등 동물에서는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로부터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추한 것을 싫어하는 것은 기준이나 취향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의 사상을 이루는 근간 중의 하나였다.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이며 외모의 우열이 능력의 우열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왜 이렇게 외모를 '지상(至上)'으로 삼고 모든 우열의 기준으로 적용되는지, 또는 왜 그 외모에 대한 기준이 정형화되며 획일화 되는지, 왜 잘생긴 외모에 대한 집단 광기 수준의 찬양과 못생긴 사람에 대한 멸시가 갈수록 심해지는 지에 대한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1. 현대 사회에서 경쟁이 워낙 심해지면서 옛날과는 달리 웬만한 사람들의 스펙은 더 이상 변별력을 갖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좀 더 분명하게 알기 쉬운 변별점을 찾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외모이다. 아무리 성형수술이 어떠니 해도 '원판 불변의 원칙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만큼, 타고난 외모는 그야말로 '타고난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2. 도시화와 개인주의 때문에 외모 지상 주의가 만연하게 됐다. 현대사회는 옛날만큼 공동체를 중요시하지 않으며 이웃이나 공동체 구성원의 교류도 오래 가지도 않고 상대적으로 깊이도 얕아졌다. 다시 말해 상대방의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가 매우 적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즉 상대의 가치를 즉각적으로 파악할 요소가 필요해 졌다는 것이다. 외모는 이 필요성에 매우 잘 부합하는 요소이며 도시일수록 더 강하다고 한다.

​3. 서비스업의 비중과 인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신뢰감을 줄만한 외모를 지닌 구직자를 높게 평가하게 됐다.

​​4. 대중 매체나 미디어의 엄청난 파급력과 영향으로 인해 외모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오로지 외모만으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그러한 과정을 거의 생중계에 가깝게 방송하며 외모를 성공과 인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미국의 사업가이자 시인,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은 78세에 쓴 '청춘'이라는 시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이라며, 그것이 있다면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칠 순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시는 같은 연령대 내에서도 세대 차가 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변화하길 멈추고,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나이와 그에 맞는다고 여겨지는 역할에 삶을 가둔 채 자신을 들여다보길 멈춘다면 일찍 늙어버리는 일도 가능하다. 반대로 앞서 언급한 것을 지속한다면 몇 살이라도 청춘일 것이다. 그러니까 진짜 젊음은 첨단 문화와 동안(童顔)이 아니라, 계속해서 현재를 도전하며 살아가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 시는 더글라스 맥아더가 일본에서 연합군 최고 사령관이 되었을 때 도쿄에 있는 그의 사무실 벽에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