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중한 언택트 여행, 문경 '선유구곡'
나만의 소중한 언택트 여행, 문경 '선유구곡'
  • 배창기 기자
  • 승인 2021.06.10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백신 맞고 여행을 떠나보자

신선이 노닐 만큼 아름다운 계곡이라는 뜻을 담은 선유구곡(仙遊九曲)은 선유동천으로도 불리며, 물길을 따라 나들길이 조성돼 있다. 청아한 물과 고목들이 어우러져 이름만큼이나 장관을 이룬다. 대야산 자락의 용추계곡에서 시작된 물길은 선유동 계곡으로 이어져 굽이굽이 기암괴석과 함께 절경을 이뤄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산림청이 실시한 ‘2018 숲길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선유동천 나들길은 2개 구간 총연장 8.4km로 독립운동가 운강 이강년선생 기념관에서 시작해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로 숲길 이용객들은 선유구곡, 용추계곡 등 숲길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문경 선유구곡은 옥하대(玉霞臺), 영사석(靈槎石), 활청담(活淸潭), 세심대(洗心臺), 관란담(觀爛潭), 탁청대(濯淸臺), 영귀암(詠歸岩), 난생뢰(鸞笙瀨), 옥석대(玉舃臺)로 이어진다. 선유구곡 나들길은 운강 이강년선생 기념관에서 시작해 제1곡 옥하대에서 제9곡 옥석대로 가는 길과 학천정이 있는 제9곡에서 제1곡인 옥하대까지 가는 길이 있는데, 이번 여행은 학천정이 있는 제9곡에서 제1곡으로 갔다. 선유구곡은 각 곡마다 외재 정태진의 한시와 안내판이 있어 여행객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제9곡인 옥석대(玉蕮臺)는 옥으로 만든 신발을 포개 놓은 것 같은 바위에 玉蕮臺란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옥석은 옥으로 만든 신발이다. 제9곡은 선인들이 지향했던 도(道)가 존재하는 공간인 극처를 의미한다. 대야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계곡물은 용추폭포를 거쳐 학천정에 이르고 옥석대 바위를 가르고 옥하대로 흘러간다. 옥석대 위쪽에는 조선 후기의 학자인 도암 이재가 후학을 가르치던 자리에 지역 유림들이 그의 덕망을 기려 세운 학천정(鶴泉亭)이 있다. 옥석대 오른쪽에 있는 바위에는 고운 최치원 선생의 친필인 仙遊洞(선유동) 글씨가 새겨져 있다.

 

선인들이 지향했던 도(道)가 존재하는 공간인 극처를 의미하는 선유구곡 제9곡 옥석대이다.
선인들이 지향했던 도(道)가 존재하는 공간인 극처를 의미하는 선유구곡 제9곡 옥석대이다.

제8곡 난생뢰(鸞笙瀨)는 옥석대에서 약 60m 정도 아래에 자리한다. 난생(鸞笙)은 대나무로 만든 악기 생(笙)의 미칭(美稱)으로 만물이 소생하는 소리를 낸다고 한다. 난생뢰에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 시름 잊어버리고 신선이 되는 듯하다. 물소리를 들으며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제7곡인 영귀암(詠歸岩)이다. 큰 바위 위에 전서(箭書)로 새겨진 ‘詠歸岩’이라는 글씨에서 선인들의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반석 위로 흐르는 폭포는 여행객들 가슴을 시원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큰 바위 위에 전서(箭書)로 새겨진 ‘詠歸岩’이라는 글씨에서 선인들의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제7곡 영귀암
큰 바위 위에 전서(箭書)로 새겨진 ‘詠歸岩’이라는 글씨에서 선인들의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제7곡 영귀암

제6곡인 탁청대(濯淸臺)는 영귀암에서 100m 정도 내려 간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 들으며 바위에 누워 보니 신선이 된 듯 했다. 제5곡은 관란담(觀瀾潭)이다. 관란담의 ‘觀瀾’은 단순히 ‘물결을 보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울목을 보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선유구곡 중에 가장 중심이 되는 굽이로 선비들은 여울목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이치를 터득한 듯 했다. 관란담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 들꽃이 피어있는 오솔길을 걸어가면 선유구곡의 제4곡인 세심대(洗心臺)를 만난다. 세심대는 ’마음을 씻는 대‘ 라는 의미이다. 세심대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공간으로 과거 선유구곡을 오르던 이들은 이 공간에서 더럽혀진 몸을 씻듯이 더럽혀진 마음도 씻었다고 한다. 세심대에 앉아 발을 담구며, 외재 정태진의 한시를 읊조리니, 마음까지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외재 정태진의 한시(漢詩)

虛明一理本吾心 : 허명한 이치가 본디 내 마음이거든

枉被紛囂容染深 : 부질없이 세상사에 깊이 물들었네

到得玆臺思一洗 : 이 대에 이르러 한번 씻길 생각하니

肯留滓檅分毫侵 : 어찌 묵은 때를 추호라도 두겠는가

제3곡은 활청담(活淸潭)이다. 바위 위를 흘러 온 물이 모여 만든 못이라, 마시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 맑다. 활청담에는 계곡을 건널 수 있는 목재 다리가 놓여있다. 제2곡은 영사석(靈槎石)이다. 영은 ‘신령하다’라는 뜻이고 사(槎)는 ‘뗏목’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영사석은 ‘신령한 뗏목 모양의 바위’라는 뜻으로 돌로 뗏목을 삼아서 신령을 부른다는 의미이다.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선유구곡의 제1곡인 옥하대(玉霞臺)이다. ‘아름다운 안개가 드리우는 누대’라는 의미이다.

선유구곡 나들길을 마치고 문경시 가은읍의 에코랄라 내에 있는 문경석탄박물관을 관람했다. 실제 탄광지역에 조성된 석탄박물관으로 석탄의 역할과 그 역사적 사실들을 한 곳에 모아 전시·보전하여 역사적 교육의 장으로 재탄생한 박물관이다. 내부에는 석탄의 기원과 변천, 광부들의 생활과 석탄의 생산과정 등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된 전시실이 있고, 실제 석탄을 캤던 은성갱도의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광부들의 생활상을 보면서 점심은 문경석탄박물관 주위에 있는‘광부의 행복밥상’식당으로 갔다. 광부들의 밥상을 스토리로 만든 음식점으로, 광부도시락, 광부들이 도시락 반찬을 모아서 끓여 먹었던 광부찌개, 연탄모양의 두부, 광부들이 즐겨먹던 불향 가득한 숯불돼지고기등이 나오는‘광부의 행복밥상’이 주 메뉴이다. 초록색 보자기에 싸여진 도시락에는 흰쌀밥에 계란후라이가 들어 있고, 반찬통의 콩자반과 단무지, 소시지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로 관광객들이 많이 줄었지만 손님맞이를 위해 문경시에서 공기순환기와 가림막 그리고 손소독기를 설치하여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도록 지원을 해 주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경시 가은읍에 있는 선유구곡으로 홀로 떠나 온 언택트 여행은 코로나로 답답했던 마음이 힐링 되고, 여유로운 삶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