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계곡에 세 폭포가 펼치는 희망 경연장, 거창 금원산 유안청계곡
한 계곡에 세 폭포가 펼치는 희망 경연장, 거창 금원산 유안청계곡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1.08.2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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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산 유안청 계곡 2.5㎞ 구간
유안청 1폭포 및 2폭포, 자운폭포가 풍광으로 자웅을 겨룬다
유안청 제1폭포는 다섯 가닥의 물줄기가 마치 부채살 모양으로 절벽을 어루만지듯 떨어진다. 장희자 기자

떨어져 내려도 희망이다
절망의 힘도 이렇게 크면 희망이 된다
비명도 없이 곤두박질 치다보면
딛고 섰던 땅까지 움푹 파지지만
그보다 더 세찬 무엇이
생명을 받들고 위로 솟구치고야 만다
수직의 절망이 수평의 희망으로
튕겨 흐르는 숨막힘

(폭포,   고옥주)

 

금원산(1,353m)은 경남 거창군 북상면 창선리 및 위천면 강천리, 함양군 안의면 상원리 사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다. 유안청계곡()은 금원산 동사면에서 발원한다. 물길이 모여서 유안청폭포() 및 자운폭포(紫雲瀑布)를 거쳐 산상천을 이룬다.  하천은 약 2.5㎞ 구간 계곡을 흐르다가 위천으로 유입된다. 

금원산에는 유명한 두 골짜기가 있다. 유안청계곡은 유안청폭포에서부터 시작된다. 지재미골은 지장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었던 데서 유래하였다. 유안청은 조선 시대 향시를 공부하던 선비들의 공부방이다. 유안청폭포 부근에 자리하여 이 일대를 유안청계곡이라 부르게 되었다.

자운폭포는 돌 빛깔과 물줄기 빛깔이 대조를 이룬다. 장희자 기자

유안청계곡에는 유안청폭포와 자운폭포가 있다. 유안청폭포는 유안청 제1폭포와 유안청 제2폭포 두 개 폭포로 이루어져 있다. 금원산 휴양림에서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가면서 자운폭포,  제2폭포, 제1폭포 순으로 만날 수 있다.

‘유안(儒案)’은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유생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유생들이 과거급제를 목표로 공부했던 공부방을 ‘유안청’이라 하였다. 폭포 부근에 가섭사란 옛 절집이 있어 ‘가섭연폭’이라 하였다. 절터에 유생들의 공부방이 들어서면서 유안청폭포로 바뀌었다. 

유안청폭포가 있는 금원산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에 관입한 흑운모 화강암 기반암 분포 지역이다. 하천에서는 유안청폭포 및 다양한 화강암 풍화 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

유안청 제2폭포는 바위암벽을 흰 물줄기가 기어가는 와폭이다. 장희자 기자

유안청 제1폭포는 계곡물이 수직에 가까운 비스듬한 경사의 화강암 절벽을 미끄러져 낙하한다. 화강암 기반암이 지표로 노출되면서 형성된 수평의 절리들이 관찰된다. 이처럼 기반암이 수평의 절리로 양파 껍질 벗겨지듯 풍화되는 현상을 ‘박리(剝離)’라고 한다.

폭포는 20여m 높이에서 다섯 갈래로 나눠져 힘차게 수직낙하 한다. 폭포의 전면에는 매우 넓은 폭호(瀑壺)가 형성되어 있다. 현대 소설가 이태의 『남부군』에는 ‘빨치산 남녀 500여 명이 목욕하던 곳’으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유안청 제2폭포는 길이 약 50m, 폭 10m로 미끄럼틀과 같이 비스듬한 경사를 갖는 슬라이드형 와폭(臥瀑)이다. 물길은 비스듬하게 누운 커다란 바위지대의 한쪽 면을 타고 부끄러운 듯 흘러내린다. 

유안청 제1폭포 물줄기와 주변의 나무숲이 햇살을 받아들여 정취를 더해 주고 있다. 장희자 기자

자운폭포는 붉은 빛깔을 띤 화강암을 깔고 쏟아져 내린다. 물결모양이 마치 ‘노을진 하늘에 흰 구름이 떠 흐르는 것 같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물이 흐르면서 붉은 빛깔로 변한 화강암 위로 쏟아진다.  물결은 돌확 모양의 옥빛 탕에 머무르면서 선녀탕을 이루어 자태를 뽐낸다.

유안청폭포가 있는 유안청계곡은 1993년 경상남도 자연 휴양림으로 조성되었다. 이 일대에는 자운폭포, 선녀담, 문바위 등 다양한 화강암 풍화 및 침식 지형이 나타난다. 경관이 매우 아름다워 찾는 이가 끊이질 않는다.

유안청 제1폭포 앞 물웅덩이는 깊지 않아서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다. 장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