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버리는 것이 없다, 어느 귀농 농장의 풍경
이곳에는 버리는 것이 없다, 어느 귀농 농장의 풍경
  • 김외남 기자
  • 승인 2021.01.2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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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안개 위로 운련산이 보인다. 이곳에 김경숙 씨 부부의 농장이 있다.

이곳은 경북 북부 해발 450미터 이상의 고지대 영양 수비면 운련산 기슭. 주소로는 경북 영양군 수비면 신원리이며 귀농 10년차 김경숙 씨 부부의 농장이다. 밖에서 보면 저렇게도 사는구나 싶을 정도로 초라한 컨테이너 집인데 그 집 주인은 그래도 만족을 누리며 자연과 더불어 생활한다.

이집에서는 버리는게 없다. 먹다남은 생선뼈와 머리 커다란 돼지족발 갈비뼈도 8마리 큰 개들이 다 먹어치운다. 덜익은 토마토, 수박 참외 껍질이며 사과껍질, 배추 떡잎, 무우뿌리 흙묻은 파뿌리도  닭들의 간식이다. 커다란 사료 한포대를 이틀에 다 먹어치운다. 닭똥 개똥은 물론이고 다 따고난 고추대궁과 들깨대궁도 분쇄하여 띄워 작물에 면역력이 생기는 흙을 만들어 질좋은 거름으로 사용한다.

김 씨의 남편은 중앙대학교 학사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다니는 잘 나가던 사람이었다. 갇힌 곳에서 일하기가 싫어서 고향으로 내려왔다. 포항시 남구 도구동의 선영 근처에 언덕을 낀 넓은 밭이 있어서 포도도 재배하고 농사를 짓고 조그만 학교앞에서 문방구 가게도 했다.

팬션붐이 일던 때 이름도 거창하게 밸리산장이라고 이름짓고 포항 도구바다가 보이는 곳에 다섯동의 팬션을지어 관광객들을 수용했다.  한켠에는 꽤 큰 2층건물도 지어 2층에는 예식장을  1층에는 식당을, 한곳에는 음악 쉼터도 만들어 피아노와 악기도 갖추었다.  꽃과 식물을 키우는 식물원과 동물을 키우는 소위 동물원도 만들었다. 포크레인으로  땅을파고 고르고 몸이 부서져라고 일했다. 자기 주관대로 제법 갖추어 놓고 잘 나갔다. 

그즈음 기자는 경산여자중학교 동기회 총무로 1박2일 일정을 그곳에서 치렀는데 회장은 탈런트 김희선 엄마였다. 그는 협찬금도 많이 내었고 서울서 비행기로 왔다. 교회권사로 피아노를 담당했던 친구랑 음악실에서 둘러앉아 피아노를 딩동거리며 합창도 불렀다. 2층 넓은홀에서 춤도 한바탕 추고 끼니때면 식당에가서 맛난 식사도 하고 언덕에 올라 멀리 바다 수평선도 마음껏 바라보고 멀지않는 호미곶으로  바다구경도 갔다.

자리가 잡혀갈 즈음 잘 알고 지내는 지인의 보증을 잘못 서서 하루 아침에 빈털털이가 되어 모든것 다 잃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대구 지인의 집 지하방에 나 앉았다. 아내는 파출부로 남편은 대리운전으로 애들은 전문대학도 졸업 못한 체 알바로 직업전선에 나섰다. 거지 아닌 거지 신세가 되어 막막했다. 세상 사는 일도 마음먹기에 달렸다더니 그래도 살 길은 있기 마련이었나 보다.

친구인 수비면장의 소개로 그곳의 명문인 봉화 금씨의 문중 산소가 있는 땅 운련산 기슭의 만여 평을 10년 계약으로 천만 원을 주고 고추농사와 조경 식물을 키우며 농사짓겠다고 귀농했다. 영양군 수비면은 구주령고개만 넘으면 바로 울진 백암온천이고 후포항도 멀지않다. 동해안의 기후영향을 받는 곳이기도 하여 비도 잦다.

겨울에는 많이 춥고 여름에는 시원하여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하다. 만여 평의 땅을 경작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견디어냈다. 고추 농사랑 수박 농사도 잘 지어졌다. 인부가 없어 불법 채류중인 태국 외국인 노동자를 썼다. 인부들의 끼니며 중참이며 노동력이 엄청났지만 깡다귀로 버티었다.

고추 모종도 하우스에서 길렀다. 고추건조기도 사고  농기계도 사고 몇년간 수익금은 농비로 다 들어갔다. 수박을 심어 트럭으로 출하하고 그 자리에 시래기용 청무를 길러 겨울에 출하했다. 풋고추며 마른고추며  대구 들안길 먹거리타운에 동창 친구가 있어서 빻은 고추가루를 다량으로 납품했다. 마른고추 5.000근을 목표로 하는데 올해는 4.000근 덜되게 수확했는데 이외로 고추값이 비싸서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

연락도 없이 방문했다. 아직 눈을 뜨지 못하는 강아지들이 고물거리고 한창 까불고 장난치고 저들끼리 물고 늘어지고 재롱떠는 강아지들이 너무귀여웠다. 젖을 떼면 강아지 한마리를 달라고 선금 5만원을 주었다.

이분은 우리 시니어매일 구독자다. 읽을거리가 귀하다보니 매월 15일쯤에 배달해주는 우체부가 기다려진단다. 오지에도 시니어매일이 배달됨에 시니어 기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농사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마음은 푸짐한 자연인으로 살아간다. 가로수로 심는 느티나무도 한창 잘 자라서 팔려가기 딱인데 판로도 열어야 하는데 조경업자를 찾아야 하고 여력이 모자란다. 흙도 기름져보이고 보통 한뙤기가 천평내지 삼천평의 넓은 밭들이 질펀했다. 한여름 더위중에도 상추를 생산하여 값비싸게 팔았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대형 음식점들이 수난을 당하자 상추도 판로가 끊어져 애를 먹었단다. 옛날 농경시대엔 땅이 기름지고 넉넉하여 부농의 고장이었음이 분명했다.

커다란 비닐하우스 안에 컨테이너를 들이고 주방 거실 안방 욕실을 만들어 생활하고있었다. 이중으로 설치된 비닐하우스 안은 생각보다 춥지 않고 포근했다. 입구에 빨간색의 고추 건조기와 세척기, 세척용 커다란 물탱크가 자리를 차지했다. 멧돼지와 고라니가 출몰해서 지킴이 개를 8군데나 배치했다. 개한마리가 컹컹 짖으면  일제히 짖어대고 닭한마리가 꼬기오하고 울면 덩달아서 여기서도, 저기서고 꼬기오 울어댔다. 정말 시끄러웠다. 호강스럽게 자랐던 사람이 이렇게 험한 일을 하는게 안스러웠다. 

닭장도 길다란 비닐하우스 세동에서 칸을 나누어 키우는데 몇마리 인지 정확한 숫자도 모르고 청계, 홍계, 오골계, 공작계, 검은닭, 흰닭, 봉황꼬리닭, 관상닭 등등 30여종을 직접 부화시켜 분양도 한다. 보온등이 걸려있고 물통과 사료통, 알낳는 통과 횟대도 마련되어 있었다. 정확히 모른다. 종류가 귀한 닭의 병아리는 꽤 비싸단다. 보온 전등 아래서 오골거리며 모여서 모이를 쪼는데 수백마리는 됨직했다. 횟대에 올라서서 꼬끼오 울어대면 정말 시끄러웠다. 겨울에는 알을 많이 낳지않고 봄부터 여름에는 청계알도 많이 나오는데 장사도 들어오고 택배로도 판매해서 수익을 올린다. 지저분하다고 서울에 사는 자녀들과 손자들은 전화만 하고 못오게 한다며 씁쓰레 웃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