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85) 정신건강이 육체건강을 지배한다
[원더풀 시니어] (185) 정신건강이 육체건강을 지배한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2.09.28 13: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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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화엄경의 핵심사상을 이루는 말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뜻이다. 몸소 체험을 통해서 깨달은 사람이 신라의 고승 원효 대사이다. 원효는 661년(문무왕1) 의상과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라 당항성에 이르러 산중에서 길을 잃고 바위굴에서 잠을 자게 된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서 윗목을 더듬어 물그릇의 물을 시원하게 마시고 아침에 잠에서 깨어보니 해골바가지에 고인 빗물이었다. 잠결에 그렇게도 시원하게 마신 물이 눈으로 확인해보니 해골바가지의 빗물임을 알고 새삼 구역질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모든 일은 우리의 인식이다. 인식을 바꾸면 얼마든지 길이 나온다는 것이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이란 새로운 사회학 용어가 등장 했다. 이는 ‘건강염려증’으로 나이 많아질수록 더해가는 심리현상인데 자기도 모르게 자기 몸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병에 걸려있다고 생각하는 건강공포증에 의해서 환자로 살아가는 현상이다. 대체로 나이 든 성인들은 스스로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 노화에 의한 건강과 관련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빠지게 되는데 문제는 어떻게 노쇠한 자기 몸을 잘 관리하느냐이다. TV를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들을 통한 과장된 질병이나 건강 광고에 현혹되고 한때 몸에 좋다고 개똥쑥, 엉겅퀴, 개 복숭아 등 설탕과 버무려서 숙성시켜 발효액 만들기가 유행이던 때도 있었다. 인삼 액, 백수오, 공진단 등의 보약들이 엄청난 고가의 건강상품인가 하면 길거리 약장수가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과연 이런 것들이 의학적으로 우리 인체에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지구상의 68억 인구 가운데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인간만큼 완벽한 기계도 없다. 그래서 인간을 하느님 닮은 소우주라고도 한다. 한사람이 한평생 먹어 치우는 음식이 350톤 정도라고 들었다. 소화기관에는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어서 모두 합하면 1.5kg이나 되며 크게 유익 세균과 유해 세균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비율은 8:2정도라고 한다. 인간이 이렇게 신비한 존재라지만 무슨 기계가 70년이고 80년이고 고장 한 번 안 나는 기계가 있겠는가.

우리 모두 처음 늙어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귀도 어두워지고 눈도 침침해지고 이도 빠지고 소변 줄기도 약해지고 생활의 불편이 당연한데 신체 노화현상과 질병을 구별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래도 의술이 워낙 발달해서 부품을 갈아 끼워 넣기도 하고 좀 불편하더라도 잘라내기도 하면서 천수를 다하도록 애쓴다. 통계에 의하면 80대 초반 노인의 경우 94% 정도가 만성질환 보유자라고 한다. 정기검진을 통해 몸속의 중병을 발견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흔히 보듯이 우리는 결국 질병과 함께 살아야 하는 숙명이다. 대체로 나이가 많아지면 노화현상과 질병의 구별이 애매하고 오랜 기간 두고 서서히 발병하며 증상이 거의 없거나 애매하여 의사의 진단이 어렵다. 노화는 변화를 의미하지만, 퇴화와는 다르다. 생각만 바꾸면 얼마든지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노년의 신체적 이상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병은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이며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자신과의 싸움으로 아픈 몸 데리고 살면서 할 일 다 하는 것도 자기관리다. 노화가 쇠락이 아닌 변화라는 사실로 받아들이자. 질병 한두 개쯤은 친구처럼 다독이며 살아가면서 육체건강을 다스리는 정신건강을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