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87) 내가 아는 것이 정말로 아는 것인가
[원더풀 시니어] (187) 내가 아는 것이 정말로 아는 것인가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2.10.12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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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때의 유명한 화백 대숭은 생동감 넘치는 소를 잘 그려서 이름을 떨쳤다. 대숭이 그린 투우도 한 폭을 송나라 진종 때 재상인 마지절이 소장하게 되었

 

다. 마지절은 그림을 수집하여 감상하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았는데 그가 소장한 투우도가 당나라의 유명한 명인이 남긴 작품인지라 비단으로 덮개를 만들고 옥으로 족자 봉을 만들었으며 수시로 일광욕을 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대청 앞에 그림을 걸어놓고 바람을 쐬어주고 있는데 소작료를 내려고 찾아온 한 농부가 먼발치에서 그 그림을 보고 피식 웃었다. ‘글도 모르는 무식한 농부가 그림을 보고 웃다니....’ 마지절은 불같이 화를 내며 농부를 불러 세웠다. 농부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면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 같은 무식한 농부가 어찌 그림을 알겠습니까? 하오나 저는 소를 많이 키워보고 소가 저희들끼리 싸우는 장면도 많이 보았기에 소의 성질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요. 소는 싸울 때 머리를 맞대고 힘을 뿔에 모으고 서로 공격하지요. 꼬리는 바싹 당겨 두 다리 사이에 집어넣고 싸움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빼지 않습니다. 아무리 힘센 청년이라도 소꼬리를 끄집어낼 수 없지요. 헌데 이 그림 속의 소는 꼬리를 하늘로 치켜들고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절로 웃음이....’ 농부의 말에 놀란 마지절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대청에 걸어놓고 일광욕을 시키던 그림을 내리며 탄식했다. ‘대숭은 이름 난 화가지만 소에 대해서는 너보다 더 무식했구나. 이런 엉터리 그림에 속아 평생 씻지 못할 부끄러운 헛일을 하고 말았도다.’ 이 글은 중국 송나라때 유명한 학자인 증민행(1118~1175)이 지은 고사집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어제 유용하던 지식이 오늘 무용지물이 되는 변화가 빠른 정보사회다,

우리가 말하는 지식이 과거엔 생활 경험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오래 산 어른들이 대접을 받는 사회 구조로 노인이 곧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의 사회 구조는 너무 빨리 발전하고 변하는 관계로 누가 더 빨리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활용하느냐의 경쟁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바깥으로부터 받아들이는 배움과 함께 자기 자신을 이끌어 가는 배움도 매우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현실생활이나 실천적 경험을 겸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제 세상은 생각의 격차가 아니라 정보의 격차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어른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회구조가 되었다. 새로운 정보를 빨리 입수 할 수 있는 자세로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위해 자꾸 배워야 한다.

시니어들은 젊은이들로 부터 불통이요 꼰대가 되기 전에 스스로 젊은이들과 소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좀 더 배웠다고 해서 좀 더 많이 안다고 해서 자신을 들어내고 싶은 욕구로 남의 모르는 사실에 대해 잘난 체 하고 비판이나 비방을 하지 말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우리 인생살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는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며 다른 사람을 무시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이 잘못 되었거나 자신이 잘못 알고 있음에도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잘못이나 무지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과연 내가 아는 것이 정말로 아는 것인지 아니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