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81) 노년세대가 원하는 바람직한 요양원은
[원더풀 시니어] (181) 노년세대가 원하는 바람직한 요양원은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2.09.01 07: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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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콜을 받은 택시기사가 해당 주소로 가서 경적을 울렸지만 기척이 없다. 교대 전 마지막 콜이었기에 포기하고 차를 돌리다가 다시 불러보았다. 초인종을 누르자 노쇠한 노인의 목소리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하고도 한참 만에 문이 열렸고 할머니가 작은 여행 가방을 들고 서 있다. 집 안에는 사람 산 흔적을 싹 지워 모든 가구는 천으로 덮여 있었고, 사진과 기념품이 넘쳐나는 상자 하나만 구석에 놓여 있다.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기사의 부축을 받은 할머니는 "지금 요양원에 들어가는 길인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죠! " 의사의 진단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기사는 가 보고 싶은 곳을 물어가며 두 시간 동안 곳곳을 돌아 다녔다. 젊은 시절 일했던 호텔을 비롯해서 고인이 된 남편과 함께 살았던 예전 집 등... 할머니는 어린아이처럼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피곤하네요! 목적지로 가주세요!" 도착한 요양원은 생각보다 작았고 차를 세우니 두 명의 간호사가 나와서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웠다. 기사는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꼬옥 안아드리고 헤어졌다.

이제 우리나라는 초 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노인빈곤 노인자살 세계1위의 불명예를 안은 10위권 경제대국이다. 시대의 바뀜으로 효 사상은 사라지고 내 몸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때가 되면 자식들의 부모 봉양도 형제간 눈치 보며 서로 떠넘기다가 결국 요양원을 기웃거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정작 본인들도 요양원 가면 죽어서야 나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인간의 본성은 자기가 살던 곳에서 이웃과 함께 나이든 사람끼리 서로 도와가며 늙어가고 싶어한다. 그런데 2008년에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신설된 요양원은 지금 전국에 5400여 개나 되며 비용의 80%는 국가, 20%는 입소자 본인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다.

의료면허나 사회복지사 자격 소지자가 지자체에 신고만하면 누구나 설립이 가능하다. 상주하는 의사는 없지만 요양보호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조리사, 위생원 등이 근무한다. 필자는 수년전 사회복지사 자격취득과정에서 2주간의 요양원 현장 실습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사람은 어려움을 느낄 수 없다면 성취감을 느낄 수도 없다. 그런데 요양원은 노인들을 위해 일상을 쉽고 편하게 유지하도록 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지나친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래서 의존심, 나태, 무기력 등의 태도가 자기도 모르게 길러진다. 또한 입소자의 불평 항의에 운영자는 고객 유치문제와 연관되어 요양보호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악순환과 입소자와 요양보호사간의 인권침해로 인한 다툼도 흔히 일어난다.

집처럼 익숙한 생활을 즐기면서 전문적 돌봄이 이뤄지도록 할 수는 없을까? 노인들의 활동을 도와주는 것이 아닌 TV만 보고 잠만 자게 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배울 건 배우며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고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보호보다 독립, 참여, 자아실현, 존엄성을 충족 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연령대끼리 모임은 나이가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기 어렵다. 그래서 다양한 연령대와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동년배로부터 얻는 기쁨과 젊은이들로부터 받는 즐거움은 다르다. 운영자, 영양보호사를 비롯한 직원과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화목하고 재미있는 입소자들의 생활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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