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네 집이기에...
누구네 집이기에...
  • 안영선 기자
  • 승인 2021.1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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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하얗게 내린 날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지인의 집에 들렸다가 담장 위에 예쁘게 줄지어 놓여 있은 모과를 보았다.

줄지어 둔 모과들. 안영선 기자

몇개 얻어 갈까 하는 생각에 초인종을 눌렀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학생이 나왔다.

"이 모과 몇 개 얻어 갈 수 있을까요?"

"예, 가져가세요. 누구나 가져가라고 둔 것입니다"

굵은 것 몇 개를 고르는 사이 학생은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았다.

네 개를 골라 양 손에 가득 쥐고서 인사나 하고 오려고 보니 벌써 나의 욕심을 눈치챈 학생이 종이 봉투를 가지고 나왔다.

"여기 담아 가세요, 더 가져 가도 됩니다" 하는 학생이 참 고마웠다.

아직 세상은 살만 한 세상이구나, 모과를 나누려고 담 위에 올려 놓고 귀찮게 여기지 않고 봉투까지 가져다 주는 착한 학생이었다.

모과를 집으로 가져와 바구니에 담고 어제 들에서 꺾어온 들국화도 꽂아 놓으니 거실이 향기로 가득찼다.

들국화와 어루어진 모과. 안영선 기자

거실에 거득한 향기를 맏으며 "병풍에 모과 구르듯 한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병풍에 그려진 모과가 어디에 있어도 어울리듯 모과가 누추한 우리 집에서도 들국화와 어우러져 매일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모과를 준 학생을 생각하면 지금도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