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갠 신천(新川)의 휴일 오후
봄비 갠 신천(新川)의 휴일 오후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1.03.29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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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라 동산과 대구 시청별관
일요일 오후의 신천과 꽃보라 동산(경대교). 정신교 기자
일요일 오후의 신천과 꽃보라 동산(경대교). 정신교 기자

춘야희우 春夜喜雨

 

호우지시절 好雨知時節

당춘내발생 當春乃發生

수풍잠입야 隨風潛入夜

윤물세무성 潤物細無聲

야경운구흑 野徑雲俱黑

강선화독명 江船火獨明

효간홍습처 曉看紅濕處

화중금관성 花重錦官城

두보(杜甫)

착한 비는 때를 알아서

이번 봄에도 맞추어 오네

바람처럼 슬며시 밤중에 와서

소리 없이 만물을 적시네.

들길은 구름이 드리워 어둡고

강물에 배 한 척 불빛만 외로워

새벽빛에 붉게 물든 저곳이

꽃이 활짝 핀 금관성이네.

시성 두보(杜甫, 712~770) 선생이 안록산의 난을 피해 가족과 함께 사천성(四川省) 청두(成都)에서 지낼 때 쓴 오언율시(五言律詩)다.

백성을 사랑하는 두보 선생의 마음과 아름다운 정경이 어우러진 시로서, 배우 정우성(鄭雨盛, 1973~)이 열연한 영화 ‘호우 시절’을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다.

간밤에 쉬엄쉬엄 내린 비로 신천에는 물이 가득하고, 탁 트인 하늘 저편에 팔공산이 푸르다. 일요일 오후, 꽃보라 동산(대구 북구 산격동)에서 벚꽃놀이를 즐기는 시민들로 대구시청 별관(대구 북구 산격동)이 오랜만에 바쁘다.

미세먼지와 산불로 전국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때맞추어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봄비가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대구 시청별관에서 벚꽃놀이하는 시민들. 정신교 기자
대구 시청별관에서 벚꽃놀이하는 시민들. 정신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