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자연에서 놀며 배움을 추구하는 대구녹색사관학교
[우리 산하] 자연에서 놀며 배움을 추구하는 대구녹색사관학교
  • 이승호 기자
  • 승인 2020.09.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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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역사체험 하계 캠프, 자연에서 올바른 인성을 배우다.
오케이그린청소년수련원에서 신나게 숲놀이를 했다. 이승호 기자
오케이그린청소년수련원에서 신나게 숲놀이를 하는 청소년들. 이승호 기자

자연에서 놀며 배움을 추구하는 대구녹색사관학교 하계캠프 숲•역사체험 캠프에 동행 취재하기로 했다.  

첫째날은 거창 금원산자연휴양림에서 숲놀이 및 가섭암지문화유적지 답사, 이튿날은 경주 산내 오케이그린청소년수련원에서 화랑놀이 숲체험 및 배리삼릉, 사적 제1호인 포석정 문화유적답사를 하는 일정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보물 제530호인 가섭암지마애삼존불에 절하는 학색들, 순수하다. 이승호 기자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보물 제530호인 가섭암지마애삼존불에 절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순수하다. 이승호 기자

첫째날, 거창 금원산자연휴양림으로 출발하기 직전 조선희 교장선생은 '코로나 때문에 행사가 계속 연기되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임에도 캠프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며, "그러니 만큼 이틀 동안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기를 여러 번 강조한다. 어려운 결정인 만큼 마음껏 뛰놀고 즐겁게 배우는 캠프가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들뜬 마음으로 출발 후 약 1시간 30여분 만에 경남 거창 금원산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이 휴양림은 금빛 원숭이가 살았다고 하는 금원산(1,353m)과 기백산(1,331m)이 만든 깊은 계곡 울창한 숲에 있다. 자운폭포 등 여러 개의 시원한 폭포와 맑고 풍부한 물도 있는 곳이다.

숲해설사와 함께 숲놀이 체험 후 오후에는 트레킹을 곁들여 보물 제530호인 가섭암지마애삼존불을 찾아갔다. 가는 길 내내 맑은 계곡과 울창한 송림이 우리 팀과 함께했다. 단일 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큰 공기돌 모양의 문바위 앞 개울물이 돌다리를 넘쳐 모두 양말과 신발을 벗고 건너야 했다. 미끄러질까 서로 손 잡아주고 돌다리도 보수하면서 건너는 모습이 참 감동이었다. 참 티없이 맑고 순수하다는 생각과 함께 대견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했다.

단일암으로 가장 크다는 금원산자연휴양림에 있는 문바위. 이승호 기자
단일암으로 가장 크다는 금원산 자연휴양림에 있는 문바위. 이승호 기자

연이어 삼각형 바위 사이에서 보물을 찾았다. 촛불이 켜져 있고 생수도 놓여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먼저 온 여학생이 절을 하자 몇몇 학생이 따라서 절을 했다. 어른들이 절에서 하는 모습을 본 것일까.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란 말이 실감났다. 학생들 앞에서 언행을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거리낌없이 깔깔거리고 뛰고 걷고 체험하고 배우며 신나는 하루를 마감했다.

이튿날 첫 일정은 오케이그린청소년수련원에서 시작했다. 경주 산내면의 황금들녘을 지나 산길을 올랐다. 4월 벚꽃 피는 봄에 오면 좋은 길이지만, 약 5km의 벚나무 숲길은 승용차 2대가 교행하기 어려운 좁은 길이다. 우리는 대형차이므로 더 어렵게 가슴조이며 정상까지 올라갔다.

해발 600m가 넘는 높은 지대에 저수지도 있고 은빛 억새군락과 몇 마리의 양과 염소도 있다. 단석산국립공원에 포함되는 이곳의 넓이는 45만 평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오케이목장'으로 알려져 있다. 'KBS대왕의 꿈'과 '정도전', JTBC '캠핑클럽'의 촬영지이다. 신라 천년의 기상을 상징하는 화랑들이 이곳에서 심신을 수련하던 곳이라 '화랑의 언덕'이라 한다.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기업체 연수, 체육대회, 유아 및 청소년 수련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능하다고 한다.

가장 놀고 싶은 곳은 푸른 하늘과 맞닿은 푸른 잔디밭의 파크골프장이다. 많은 연인과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휴식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명상바위였다. 이 바위에서는 황금빛 다랭이논의 비지리마을이 예쁜 그림 엽서처럼 보였다.

젊은 연인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녹색의 넓은 잔디밭에서 학생들은 숲놀이 중 '들쥐와 부엉이 게임' 및 '화랑의 기상을 배우기 체험' 등을 하면서 원 없이 뒹굴며 뛰어다녔다. 하나같이 표정이 맑고 밝았다. 기자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오케이그린수련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상바위에서 보이는 비지리마을. 이승호 기자
오케이그린수련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상바위에서 보이는 비지리마을. 이승호 기자

오케이그린청소년수련원에서 출발, 다음 답사지인 경주 삼릉계곡에 도착했다. 천년 신라의 도읍지 경주는 유적 밀집도와 다양성 면에서 여느 타도시보다 뛰어난 문화유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역사문화의 도시다.

유적의 성격에 따라 ▶불교미술의 보고(寶庫)인 남산지구 ▶천년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 ▶신라왕릉을 비롯한 고분분포지역인 대릉원지구 ▶신라불교의 정수인 황룡사지구 ▶왕경방어시설의 핵심인 산성지구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또한 단일 도시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가장 많이 등재된 곳이다.

경주의 볼거리는 워낙 많아 어떤 이는 경주 남산 답사를 해도 일주일 이상 걸릴 정도로 방대하다고 한다. 삼릉(三陵)은 파주 삼릉, 서삼릉도 있지만, 오늘은 경주 남산삼릉 혹은 배리삼릉이다. 배동 혹은 배리는 이 동네 지명이다.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사적형 공원으로 지정된 경주 남산은 국립공원 제2호로 지정되었다. 경주시 남쪽을 둘러싸고 있으며 금오산(金鰲山)이라고도 하며 정상 높이는 해발 466m이다. 최초의 한문 단편소설인 금오신화(金鰲新話)는 김시습이 경주 남산에서 저술했으며, 남산의 40여 개 골짜기 중 가장 많은 불교유적이 삼릉계곡에 있다.

포석정을 지나 삼릉 입구에 주차 후 남산 입구를 들어서니 곧 울창한 송림이 나타났다. 소나무 숲 속 저녁 햇살에 빛나는 삼릉이 우리를 반겼다. 왕릉 주위에는 큰 키도 아닌 구불구불한 작은 소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이런 소나무에 왠지 정감이 갔다.

삼릉의 주인은 제8대 아달라왕,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이다. 모두 박씨 성씨의 왕들이다. 약 15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좌측에 배리삼존석불입상이 있다. 보물 제63호이며 이 삼존불상은 흩어져 누워 있던 것을 한 곳에 모아 세워 놓았다고 한다. 중앙의 여래좌상은 높이 2.6m로 얼굴은 전체적으로 풍만하고 단아한 미소가 돋보인다. 곧이어 만나는 석조여래좌상은 머리가 없지만 뛰어난 불교미술의 정수인 듯하고 연이어 특이한 형태의 선각육존불은 여섯 분의 불상이 두 쪽의 바위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불국토를 염원한 신라인들의 꿈을 조금은 이해할 듯하다.

계속 오르면 남산에서 제일 높은 암자인 상선암이 있다. 좌측 위에는 남산 불상 중 가장 큰 마애석가여래좌상이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 있다. 양각(돋을새김)과 음각으로 조성된 희귀한 불상이다. 

배리삼릉 옆에는 사적 제1호 포석정지가 있다. 포석정은 신라 왕실의 별궁으로 왕들이 연회를 베풀던 곳이다. 포석정이라는 정자가 있었으리라 추정되며, 지금은 마치 전복같이 생긴 석조구조물이 남아 있다. 강석으로 만든 곡수구(曲水溝)의 길이는 약 22m이다. '유상곡수연'은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워 술잔이 자기 앞에 멈추면 시 한수를 읊는 놀이이다. 중국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엔 포석정 외에는 없다고 한다. 

신라 제49대 헌강왕이 포석정에서 신하들과 어울려 여흥을 즐길 때 남산의 신이 왕 앞에서 춤을 추자, 왕도 따라 춤을 추었다고 한다. 이로부터 ‘어무산신무(御舞山神舞)라는 신라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927년 경애왕 4년 후백제 견훤의 습격을 받아 경애왕이 자결한 천년신라 최후의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지친 몸을 추스려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이틀 동안 활동적인 모습이 눈에 띈 최민찬(복현초 5년) 군에게 재미있었느냐고 물었다. "너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그 동안 학교도 잘 못 가고 밖에도 나가지 못해 답답했는데 다음 달이 빨리 오기가 기다려져요"라고 답했다.

참 복 받은 학생들이다.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숲체험, 역사문화유산 탐방, 논술 등 전문가 선생들의 지도로 신나게 놀며 배우는 학생들이 부러웠다. '어린이는 참된 애정으로 교육하여야 하고,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공부나 일이 몸과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야 하고,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과학을 탐구하며 도의를 존중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어린이헌장을 가장 충실히 따르는 학교인 것 같았다.   

 

tip: 

•금원산휴양림은 입장료 성인 1천 원, 주차료는 승용차 기준 3천원이다. 

•오케이그린수련원은 입장료 성인 2천원이다. 

•배리삼릉은 입장료가 없고 주차료는 승용차 2천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깝다고 하는 포석정 입장료는 성인 2천원, 주차료 승용차 2천원이다. 

•눈꽃갈비찜으로 알려진 홍은식당(054-772-8450)은 고풍스런 분위기도 좋지만, 갈비 위에 흰 찹쌀가루를 뿌려 색상도 좋고 특허까지 받은 요리를 낸다. 쫀득한 식감이 독특하다. 특이하게 생긴 대나무찜솥도 눈길을 끈다. 

•교동법주: 월정교 옆에 있다. 경주 법주는 경주 최씨 가문에서 350여 년 동안 대대로 전해오는 명주이다. 주문: 054-772-5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