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가 자라는 소리에 놀라 개가 짖을 날이 코앞이다.
늦더위에 이파리들이 시드럭부드럭 기운을 잃은 한낮/어린원앙 한 마리가 호수를 가로질러 노닐고 있다. 녹조인가 싶어 가만히 보니 개구리밥(부평초)이 천지삐까리(부지기수)다.
어떻게 보면 한가로이 노는 듯하지만/ 물갈퀴가 달린 발은 땀이 나도록 움직이고/ 좌우를 살피는 눈은 태양빛에 희번덕거린다. 어미의 품을 떠나 곰배상을 받은 듯/ 입은 연신 개구리밥을 헤치고 있다.
언덕에서 한가로이 녀석을 바라보는 나는/ 한량인 듯 보일까?
계절이 성급하여 귀뚜리미가 울고/마음이 조급한 매미의 울음만 자지러지는 한낮이다.
23일이 처서다. 더위가 한풀 죽은 듯 아침저녁이 서늘하다. 벼가 자라는 소리에 놀라 개가 짖을 날이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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