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밤을 더 자고 나면 나도 형들의 키 따라잡을 수 있을까?
몇 밤을 더 자고 나면 나도 형들의 키 따라잡을 수 있을까?
  • 김외남 기자
  • 승인 2019.07.29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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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피는 꽃밭

 

24절기 중 소서와 대서사이 한더위 중간쯤 에 상사화 꽃이 핀다. 덩달아 나리꽃이며 해바라기며 여름꽃들이 자태를 뽐낸다.

상사화는 봄이 꽃샘추위와 싸우는 중에도 아랑곳없이 화단 한쪽 언 땅을 뚫고 설도 되기 전에 뾰족뾰족 제일 먼저 올라와 봄 분위기를 느낀다. 눈 속에서도 피는 매실 꽃과 백매, 황매가 차례로 피는 배경에 짙푸른 잎줄기를 펼쳐놓아 봄 화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지칠 줄 모르고 자라던 것이 어느 날 늦은 봄 꽃을 만나지 못한 채 갑자기 잎이 누렇게 시들면서 축 늘어져 죽는다. 가위로 누런 죽은 잎줄기를 잘라내고 나면 꽃밭 거기에 무엇이 자라고 있었는지 죽었는지 잊어버릴 즈음 7월 중순이면 꽃대가 쑈옥 쏘옥 올라온다. 하나둘, 셋, 넷, 대여섯 아니 일곱 여덟 개의 대궁이 하늘 향해 육칠 십 센치 크기로 끝에는 여섯 일곱 개의 연분홍 봉오리를 매달고 피면 향기가 마당 가득하다.

대문만 들어서도 향이 확 안겨든다. 이제 다 올라왔나보다 했는데 땅 위로 막내가 꽃 막대기에 봉오리 몇 개를 매달고 얼굴을 내민다. 형들은 벌써 저만큼 큰 키를 우쭐대며 향을 피우는데 나도 형들처럼 저렇게 키가 클 수 있을까? 우쭐우쭐해 보지만 가마득히 파란 하늘 사이를 쳐다만 본다.

’나는 몇 밤을 더 자고 나면 형들의 키 따라잡을 수 있을까?‘

 

‘잎은 지고 꽃이 피는 상사화.

만날길 아득한 상사화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날 수 없음이

서러운 상사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