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취산 통도사 자장매화 가지 끝에 이른 봄!
영취산 통도사 자장매화 가지 끝에 이른 봄!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4.02.1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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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 봄기운에 등 떠밀린 자장매화(慈藏梅花) 꽃망울 터트려
정초 자장매화 아래서 소원 빌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진다고
17일, 다음 주 주말쯤 80% 이상 개화 예상
햇빛 스미는 창가에 홀로 핀 자장매화 한 송이, 이원선 기자
햇빛 스미는 창가에 자장매화 한 송이가 홀로 피어있다. 이원선 기자

입춘을 넘어서 설을 지나는 동안의 포근한 날씨가 이른 봄을 손짓한다. 어쭙잖게 밤잠을 설친 성급한 마음이 시린 손끝 달래가며 새벽길을 재촉하여 남녘으로 달려간다. 희미한 어둠 아래 영취산 통도사 영각(影閣)에 이르자 성근 봄기운에 등 떠밀린 자장매화(慈藏梅花)가 빨갛게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송이송이 빨간 모습이 겨울바람에 상기된 개구쟁이 뺨만 같아 애처롭다.

현재 약 10~15% 정도 개화를 보인 자장매화!, 이원선 기자
현재 자장매화는 약 10~15% 정도 개화했다. 이원선 기자

'자장매화'란 추위가 매서울수록 짙어가는 향의 특성이 수행자의 구도행을 닮았고, 자장스님(慈藏律師:590년~658년, 신라의 스님으로 율사로 알려져 있다)의 지계(持戒) 정신을 표현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초를 맞아 자장매화 아래서 소원을 빌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고, 한 해 동안 좋은 일들이 꽃길처럼 열린다고 한다. 또 선남선녀가 사랑을 약속하면 백년해로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어느 매화 꽃이 예쁠까? 어느 진사님의 카메라 앵글이 분주하다, 이원선 기자
어느 매화 꽃이 예쁠까? 사진작가의 카메라 앵글이 분주하다. 이원선 기자

병풍처럼 통도사를 둘러친 영축산의 길게 늘어진 능선으로 아직은 겨울 기세가 한창이다. 멀리서도 하얗게 눈을 흠뻑 뒤집어쓴 모습에 가슴이 시리다. 겨울의 기세가 여전히 만만한데 발치로는 자장매화의 꽃잎이 여인의 입술처럼 관광객을 불러들여 봄을 유혹한다. 그 모습이 화장하는 여인을 닮았다. 때맞추어 산을 넘은 아침 햇살이 깃든 자태가 빨간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여인의 입술만 같다.

일찌감치 몰려든 관광객이 자장매화 주위를 서성인다. 카메라에, 휴대폰에 앵글을 정조준 맞추어서 우겨 담기에 여념이 없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은 별다른 추위가 없다는 예보다. 2월 11일 현재 10~15% 정도 개화한 상태다. 17일, 다음 주 주말에 이르면 80% 이상 개화가 예상된다.